[Review] 공간의 힘은 강하다 - 나는 제주 건축가다

글 입력 2022.02.0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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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건축가 19인의 인터뷰 모음집이다. 주로 70년대생이며 제주 출신의 건축가들이다. 각자 제주의 지역성, 건축의 방향성, 건축가의 소명 등 다양한 생각을 보여준다. 어릴 때 지냈던 고향 동네, 전공하면서 배우는 내용, 존경하는 건축가와 건축물, 현재 일할 때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두는지 지향점 등 개인적인 이야기도 흥미롭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공통된 면들이 있다. 지역의 특성을 살려서 건축을 해야하고, 어려운 요소가 많기 때문에 재미있다고. 인상 깊은 내용들이 많다.


제주 붐이 일었다. 원래 살고 있는 도민과 새로 온 이주민의 특성도 담겨 있다. 도시이면서 농어촌이고, 거주지이면서 동시에 관광지와 휴양지이다. 환경적 배경이 독특하다. 그리고 제주 지형의 특성도 강하다. 바닷가의 바람이 세고, 염도가 높으며 부식이 되기 쉽다. 그리고 땅은 울퉁불퉁하고, 산이 보인다. 지형적 특성과 살고 있는 사람, 시대적 문화적 배경, 행정구역 법적 제도 등 그 모든 것을 고려해서 건축을 한다.

 

한 가족의 건축물은 대게 일생 일대의 한 번 뿐인 경험이고, 지어진 건축물은 무너뜨리지 않는 이상은 오래 경관에 남아 있다. 생활에 오래 남을 건물을 짓는 일을 하는 건축가들. ‘건축은 시대를 설명한다’는 표현 처럼 소명의식이 보이기도 했다. 나는 단순히 건축의 조형적 아름다움, 심미성에 감탄했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공공성에 대한 부분도 고개를 끄덕였다. 개인의 소유물이면서, 건축가의 작품이면서, 사회적 문화적 의미까진 지닌 건축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이들의 세계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건들지 않은 땅을 손대고 개발해야하는 것이 건축가의 숙명이라니. 그래서 더 환경적 맥락을 소중하게 여기는 듯 하다.


한국에서 그나마 ‘여행간다’라는 느낌을 주는 곳이 제주도라고 생각한다. 비행기를 타고 가고, 넓지도 않지만 작지도 않은 섬이기 때문일까. 특히나 육지에서 나고 자란 내게는 어디든 바다가 보인다는 이점이 정말 크다. 그렇게 작년 이 맘때쯤 겨울에 제주살이를 하고 왔다. 같은 여행자도 친해지고, 이주민과도 친해지고, 도민과도 지냈었다.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머문 시간에 비례해서 느낌이 달라지는 것이 신기했다.

 

나 또한 그들과 다를 바 없었다. 짧게 스쳐지나갈 때에는 모든 순간이 꿈같았으나,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니 평범한 일상이 되었다. 그렇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던 그럭저럭 있을만한 일상이었으나, 시간이 길어지면서 지겨워졌다. 너무 익숙해지고, 편안해져서, 마치 권태기처럼, 섬이라는 특성의 한계가 미워졌다. 그렇게 육지로 떠나는 건가 싶기도 하고. 하지만 지형적 한계성으로 인해 아름다움이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렇게 해서 도민과 이주민이 부대끼고 사는 제주가 되었나보다.


평소에도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 틈틈이 사진을 모으고 있었다. 직접 건물을 목적으로 여행을 간 적은 없었다. 소소하게 모으는 정도. 제주에 있다하니 여기는 꼭 가야해 라고 지명받아 본태 박물관에 가보았다. 멀리서 볼 때부터, 다 보고 나올 때까지 쉬지 않고 감탄을 했었다. 건축가도 건축물도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건축가에 대해서 궁금해진 경험이었다.

 

그 어떤 각도에서 보더라도 모든 시각과 화면이 조형적으로 아름다웠다. 기하학적 원과 직선, 도형면의 건물과 그에 비춰진 자연 풍경이.. 어떻게 이렇게 전부 설계를 할 수가 있는 거지? 어떻게 이 모든 공간을 이렇게 조형적으로 만들 수가 있는지. 유명한 거울 방을 보지 못했지만, 건축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그 모든 각도에서, 그 모든 풍경에서 아름다움을 느꼈다. 건축은 정말 매력적이다.


공간의 힘은 강하다. 만나는 사람, 지내는 환경을 바꾸면 사람이 바뀐다고 한다. 공간의 힘은 그만큼 강력하다. 여행하면서 났던 건축 전공하는 영국 친구가 생각난다. -왜 건축 전공을 선택했어?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할 수 있으니까. 그렇기에 공부해야할 것도 많고 알아야하고 고려해야할 것도 많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정말 매력적인 직업인 것 같다. 대학 동기 중 건축학과는 왜 5년인지 이제야 이해가 가고.. 제주의 추억과 함께 건축과 건축가에 대해서 좀 더 깊게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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