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익숙하지만 낯선 존재들 -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 展

글 입력 2022.01.24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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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테마: 한국의 설화와 기담 속으로


 

올겨울, 독특한 미디어 전시가 문을 열었다.

 

이전까지 전시회장에서 만난 미디어 아트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유명한 해외 작가의 작품을 담은 대형 스크린이 관람객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다. 혹은 자연의 거대한 움직임을 체험하며 잠시 일탈을 즐길 수 있었다. 이 모두 좋은 경험이었지만, 무언가 새로운 게 필요했다.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는 새로움을 찾는 이들에게 답을 준다.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한국의 설화와 기담, 그 속의 귀신과 상상 속 동식물이 전시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한국의 귀신은 서양의 것과는 분명 다른 느낌이 든다. 캄캄한 어둠 속 공포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어쩐지 조금은 친근하고, 때로는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의 모습을 하기도 하니 말이다. 이 독특하고 양면적인 존재들을 전시장에서 만난 건 처음이었다.

 

그 유일한 경험 속에서 기억에 남는 몇 장면을 소개하고자 한다.

 

 

 

돌과 나무에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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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초입에 선명한 불빛과 이미지로 두 눈을 사로잡는 섹션이다. 붉은 불빛이 공기를 가로지르는 공간은 강렬한 압도감을 선사한다. 전면은 거울로 만들어져 빛과 이미지, 관람객을 반사하고, 주위를 둘러보며 안으로 들어오면 광화문의 모습이 보인다.


궁궐, 절, 무덤, 다양한 공간에서 보았던 돌로 빚은 동물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돌과 나무에 소원을 빌고, 재앙이 물러가길 기원했던 역사가 담겨있었다. 강렬한 빛의 쓰임이 과거의 것과 충돌하기 보다, 묘하게 조화를 이뤄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완성하는 모습이었다.


전시의 말에는 나와 내 주변인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변하지 않는 인간 본연의 원초적인 바램을 느껴보라고 나와있었다. 오래된 형상과 소재이지만, 그 말처럼 간절히 소원하고 바라던 마음은 계속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꿈의 도서관, 소환의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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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도서관, 비밀의 방의 문을 열듯 이야기가 시작된다. 책장을 넘기면서 친숙한 기린, 용을 비롯해 백호, 봉황, 해태, 주작, 구미호 등 다양한 설화 속 동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조금은 알듯 말 듯 했던 신비의 동물에 대해 한 걸음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다.


예를 들어 ‘백호’는 모두들 한 번쯤 들어본 동물이다. 하지만 그가 서쪽의 수호신이며, 용과 같이 길쭉한 몸체를 지니고, 다리 주변에 불꽃무늬를 지니고 있다는 점. 또 하늘과 바다를 거침없이 다니고 비나 구름을 자유자재로 운용하는 힘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우리의 것이지만 낯설기도 한 전설 속 동물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나의 수호신, 그림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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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 전시의 특별함은 관객 참여에 있다. 전시 입장 전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나에게 맞는 바코드 스티커를 부여받는다. 전시장 곳곳에서 바코드를 통해 나의 별자리 찾기, 나의 기(氣) 찾기 등의 체험을 하면서 즐거움을 더할 수 있다.


또 하나 재미있었던 건 나의 수호신을 만들고 공유하는 마지막 섹션이었다. 12가지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귀신과 동물들을 만나본 것으로 그치지 않고 나만의 수호신을 직접 그려보는 시간이었다. 그림을 완성하고 바코드를 인식하면 스크린 위로 나의 수호신과 누군가의 수호신들이 하나의 작품을 이룬다. 모두의 소원을 모아 완성되는 작품이었다.


새롭고 독특한 주제로 흥미로운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였다. 전시가 열리는 장소 또한 범상치 않다. 그 어느 곳보다 한국의 전통이 느껴지는 인사동, 센트럴 뮤지엄에서 열리니 말이다.

 

전시를 통해 익숙하지만 낯선 우리 설화와 기담 속 귀신과 동식물을 만나보고, 차 한 잔 기울이며 한국의 것에 취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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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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