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탈리아를 빼고는 예술을 논할 수 없다, 90일 밤의 미술관: 이탈리아 [도서]

글 입력 2022.01.2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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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 도시의 미술관을 90일 동안 관람하며 예술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니, 그것도 4명의 가이드와 함께 하면서 말이다. 숨 막힐 정도로 촉박한 일정이지만 서양 미술사의 중심인 이탈리아 곳곳에서 그들의 문화를 멀리서도 감상할 수 있다는 게 설렌다.

 

이탈리아 하면 르네상스가 떠오른다. 문화 과도기 형성의 중심지였던 이탈리아에서 크게 눈에 띄는 것은 르네상스 회화다. 실제로 직접 감상하고 싶은 작품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이다. 미술에 관심이 없던 지인이 천지창조를 보았던 경험담을 울먹이며 말한 것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나 감동적인지, 미켈란젤로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직접 느껴보고 싶다.

 

<90일 밤의 미술관-이탈리아>를 읽고 잠시나마 그 바램을 잠재울 수 있었다. 작가들이 설명하는 것을 읽으면 희미하게나마 상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의지는 더욱 타올랐다. 곳곳의 지역에 따라 화풍이 선명하게 다른 것도 놀라웠다.
 
가장 인상적인 도시는 르네상스 중심지 피렌체와 낭만의 도시 베네치아이다. 특히 이전에 베네치아 화파라고 들어보기만 했었는데, 타치아노와 조반니를 접하게 되어서 반가웠다. 자세한 것은 아래에 서술하겠다. 일전에 기고한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이 위치한 곳이니 수백 년의 역사를 담은 베네치아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피렌체


 

피렌체가 융성한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메디치 가문의 아낌없는 후원 덕분이다. 피렌체의 대성당 돔부터 우피치 미술관을 채우고 있는 그림들, 천장 없는 야외 박물관에 전시된 미켈란젤로의 조각들에 이르기까지 방문한 사람들을 매혹한다. 가장 눈에 익은 작품은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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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드로 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 1484-1486

 

 
비너스를 보고 있으면 500년 전 여인인데도 몽환적이고 황홀한 미가 느껴진다. 수 백년의 시간이 흘러도 그림 속 비너스가 아름다움의 상징인 것이 신기하다.
 
사실 비너스의 실제 모델은 보티첼리의 이상형이며 뮤즈였던 시모네타 베스푸치이다. 그는 피렌체를 대표하는 미인이자 당시 남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여인이다. 이를 알고 작품을 다시 감상해 보면 보티첼리의 사랑과 흠모가 물씬 느껴진다.
 
그림 속 비너스는 10등신에 몸은 우아하게 뒤틀어 마치 그리스의 조각품을 연상시킨다. 사실적인 표현에 집중했던 시대의 화풍과 달리 로마 시대를 재현해놓은 듯해, 순수한 사랑, 진정한 아름다움을 담은 보티첼리의 예술혼이 보인다.
 
이렇듯 르네상스 예술가들은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문화를 재현하는데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다만 보티첼리의 작품은 그만의 상상력과 시적인 분위기 구성을 통해 개성 넘치는 세계를 온전히 남겼다는 점에서 의의를 들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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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메두사>, 1597

  

 
그리고 가장 기괴하고 충격적이었던 작품은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의 <메두사>이다. 책으로 보아도 강렬한데, 직접 본다면 거리를 두고 조심스럽게 감상할 것 같다.
 
카라바조는 메두사가 페르세우스에게 목이 잘린 순간을 표현했다. 마상 대회 때 사용하는 둥근 방패에 그렸고, 볼록하게 튀어나온 방패의 구조 때문에 당장이라도 메두사의 눈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곧 튀어나올 것 같은 눈동자, 비스듬한 시선, 비명을 지르며 벌어진 입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있는 듯하다. 실제로 자신을 모델로 하였으며, 메두사의 머리를 그리기 위해 실제 뱀을 참고하여 눈앞에 일어난 듯 실감 나게 표현했다고 한다. 굉장한 열정이다.
 
사실 카라바조는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예술가 중 하나이다. 사납고 불같은 성격으로 인해 수많은 사건에 휘말려 결국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치다 길바닥에서 사망하고 만다. <메두사>는 고전 작품이지만, 예술가 입장에서 본다면 그의 자화상이자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 카라바조의 인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의 두 눈이 잊히지 않는다.
 
 
 
베네치아

 

운하의 도시이자 낭만의 도시였던 베네치아. 지중해 무역을 독점하면서 경제 중심지로 발돋움했으며 풍족한 자본은 건축과 미술에 흘러들어가 예술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특히 ‘베네치아 화파’의 작품들은 베네치아 특유의 풍경 및 색과 빛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다. ‘베네치아 화파’를 이끌었던 조반니 벨리니의 <성모자와 두 성녀>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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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니 벨리니, <성모자와 두 성녀>, 1490

  

 
벨리니는 끊임없이 그림 양식을 연구하고 개발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유화 기법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이 화풍의 영향을 받았다는 연구도 있다.
 
이전 화가들은 소묘, 선에 치중했던 것과는 달리 유화를 이용하여 풍부한 색채와 빛을 이용해 부드럽고 온화한 색감을 표현한 것이다. 다시 말해 자연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 빛을 통해 공간과 색채를 결합시킨 것, 색이 화면 전체에 스며든 것이 ‘베네치아 화파’의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성모자와 두 성녀>는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세련되고 우아하며 성모자와 두 성녀의 섬세하고 투명한 인물 묘사가 독특하다. 배경을 검은색으로만 처리한 것도 인물의 묘사가 두드러지게 하기 위함이라 한다. 성인들은 각자 무언가에 몰두한 듯 멈춰 있으며,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이는 세속적인 소통이 아닌 영적으로 소통하는 모습과 분위기를 보여준다.
 
로마나 피렌체의 그림을 보아도 원근법, 비례, 균형을 ‘정보 전달’로 본다면 벨리니는 빛과 어둠의 명확한 대비, 자유로운 붓 터치를 이용하여 바로크 회화를 열었다. 관객이 자신의 작품을 보고 강한 인상과 집중력으로 무언가를 느끼는 것을 원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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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9개의 지역, 29개의 미술관, 100여점의 작품. 정말이지 이탈리아를 빼놓고는 역사와 예술을 논할 수 없다. 90일을 천천히 머금었지만 진짜 여행을 떠나고 싶다.
 
가장 가고 싶은 지역은 피렌체와 베네치아, 관람하고 싶은 미술관은 우피치 미술관과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현지 가이드 작가들이 해설은 생동감 있고 명료했다. 그러니 더더욱 여행이 절실하다.
 
뛰어난 철학과 예술을 창조해낸 이탈리아가 품고 있는 수많은 원화를 보러 떠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본다. 기다림이 짧기를 바라면서 이 책으로 먼저 이탈리아를 접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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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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