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그림자' 이야기 - 킹메이커 [영화]

글 입력 2022.01.1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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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메이커>는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김운범(설경구)'을 동경했던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가 승리를 위해 전무후무한 선거 전략을 펼치는 내용이다. 대한민국의 6~70년대 선거 이야기로, 김운범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서창대는 당시 선거 참모 '엄창록'을 모티브로 딴 캐릭터다.

 

하지만, 감독과 배우들이 여러 번 강조했듯 이 영화는 고증을 위한 영화가 아니며 '선거판의 여우 엄창록'이라는 기록 한줄로 시작된 픽션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대적 배경만 가져왔을 뿐, 역사적 사실보다는 잘 안 알려진 '그림자' 서창대라는 한 인물의 서사에 호기심을 가졌던 변성현 감독이 새롭게 만들어낸 '사람'과 '관계'의 이야기에 더 가깝다.

 

변성현 감독의 전작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누아르 액션 영화의 탈을 쓴 '멜로' 영화 였듯이, 이번 <킹메이커> 역시 정치 역사 영화의 탈을 쓴 '사람 냄새나는' 영화다. 그래서 정식 개봉을 하면 <불한당>처럼 이 색다른 영화에 매료될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불한당>을 좋아했던 한 사람으로서 <킹메이커>의 개봉도 오래 기다렸던 지라 시사회로 먼저 관람을 했고, 개봉을 기다리며 간단하게 리뷰를 적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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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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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부정'이 판치던 6~70년대, 오랜 독재와 부당한 정치 방식을 뿌리 뽑고 싶었던 '김운범'의 연설에 감동한 '서창대'는 김운범에게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그 여정에 자신도 함께할 것을 제안한다. 정치판에서 볼 수 없었던 뉴페이스의 등장에 김운범은 조금 당황했지만 함께 대의를 이루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대의를 이루고자 하는 그 뜻은 같지만, 그 과정에서 둘은 생각보다 손발이 맞지 않았다. 일단 선거에서 '이겨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던 서창대는 승리를 위해 온갖 '마타도어' (근거 없는 사실을 조작해 상대편을 중상모략하면서 내부를 교란시키는 선전 방식)를 일삼았지만, 김운범은 "왜 우리가 이겨야 하는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김운범은 서창대를 한번 돌려보냈지만, '인간 서창대'를 믿었던 김운범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다시 한 번 서창대와 손을 잡는다. 선거판의 여우라는 그 타이틀에 걸맞게 서창대는 치밀한 전략으로 김운범의 승리를 이끈다. 서창대는 승리 후 환하게 빛나는 김운범이 그 자리까지 오르도록 만든 '킹메이커'였지만, 아무도 그의 존재를 모르는 '그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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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강할수록 그 그림자는 더더욱 짙어지는 법이지만, 그럼애도 김운범을 동경했던 서창대는 김운범의 승리에 누구보다 기뻐하며, 곧 자신도 김운범과 나란히 하며 오래 꿈꿔 온 대의를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제 남은 문턱은 단 하나, 대통령 선거만을 이긴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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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를 하고 싶으시면

서커스 극단에 들어가시지

왜 여기 앉아계십니까.

 

- 영화 <킹메이커> 중 김운범의 대사.

 

 

하지만, 승리를 향한 그 과정에서의 의견 충돌은 여전했고, 김운범의 집에서 알 수 없는 폭탄 테러가 터진 이후 김운범과 서창대는 결국 서로 등 돌리게 된다. 목적지는 같았으나, 선택한 길이 달랐던 둘. 이후 몇 번의 실패는 있었지만 끝내 빛을 볼 수 있었던 김운범과 달리 서창대는 알 수 없는 '더 짙은 어둠 속'으로 들어갔고, 김운범 앞에 모습을 영영 보이지 않았다. (이는 실제 역사에서도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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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인물인 엄창록에 관한 기록이 많지 않은 데다, 그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꽤 오랜 시간 함께했지만 대통령 선거 전 사라진 이후부턴 (상대편인 박정희 쪽으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지긴 했다) 둘이 함께한 적이 없었기에 엄창록이라는 인물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이 부정한 세상을 바꾸고 대의를 이루고자 했는지, 아니면 정말 단순히 킹메이커로서 '이기는 것'만이 중요해 마타도어를 일삼았던 것인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인물들을 모티브로 하여 새롭게 창조해 낸 가상의 이야기 속 '서창대'라는 인물의 서사에 집중하면 대의를 위해 대의를 포기해야만 했던 그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의 암흑의 시대가 더 안타깝게 다가온다.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그 시대 속에서 부정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결국 대의를 저버리고 피를 보거나 어두운 길로 간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어쨌든 힘이 있는 자만이 목소리를 내고 사회를 움직일 수 있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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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영화는 인물 중심으로 진행되어 앞서 언급했듯 역사 고증 영화와는 거리가 멀지만, 영화에서 승리에 집착하느라 감정적인 갈등과 양극화를 부추기고 국민들을 가볍게 보며 선동하는 방식들은 지금 현재 상황과도 직결되어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아무리 정치가 쇼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지만, '정치'를 하는 자리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하는 '국가'를 올바르게 이끌어야 하는 자리라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일단 이겨서 자리와 권력부터 차지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 그 자리에 오르려고 하는지 그 근본을 놓치지 말길 바란다.

 

김운범이 말했듯, 쇼를 할 거면 서커스에서 하길 바라고, 그 자리에 올려준 건 당신들만의 게임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올려준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올려주는 자리라는 것을, 그 무게감을 인지하고 있기를 바란다.

 

영화 <킹메이커>는 오는 1월 26일 정식으로 개봉한다.

 

 

 

 

[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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