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찰나의 작은 진심

글 입력 2022.01.13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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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의 집을 방문한 날이었다. 그의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던 중, 근처에 큰집이 있으니 인사드리고 오라는 말씀에 그와 함께 큰집에 갔다. 그의 큰 부모님은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셨는데, 큰아버지가 내게 다가와 웃으며 말씀하셨다.


“찾아와줘서 고마워요.”


그 말에는 여기까지 안 와도 되는데, 와줘서 고맙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그분의 눈과 말투에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냥 하시는 말씀이 아니었다. 나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고, 찰나의 순간으로 그저 그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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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인물은 내용과 무관합니다.

 

 

최근에 그분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진심이 담긴 눈빛과 말투로 고맙다고 말씀하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동안 잊고 지내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이상했지만, ‘부고를 들어서 생각나는 거겠지’ 하며 넘겼다. 슬퍼하는 그의 목소리에 울컥했을 때도 단지 사랑하는 이의 슬픔에 공감해서인 줄 알았다.


그리고 내일 삼우제를 지낼 거라는 말을 듣고 나서부터 잔상이 더욱 선명해졌다. 그분 생각에 잠도 오지 않았다. 그 순간 알았다. 그분의 죽음에 깊이 애도하고 있었던 거다.


그분을 뵌 적은 딱 한 번밖에 없다. 매우 짧은 순간이었다. 따로 통화를 한 적도 없었다. 잠깐의 따뜻함과 작은 진심에 마음이 쉽게 열리고 정 드는 사람도 아닌데, 찰나의 작은 진심에 마음이 움직였다. 이를 알아채고, 홀린 듯이 그에게 삼우제 지낼 때 나의 애도를 전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신기하게도 그분의 잔상이 흐릿해졌다. 하지만 나답지 않은 모습에 당황한 감정은 여전히 선명했다. 연말이라 감성적으로 된 탓일까. 내가 많이 약해졌나? 별의별 생각을 하다가 연인과 아빠에게 심정을 털어놨다. 두 사람은 나와 달리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연인은 감동했다며 고맙다고 말했고, 아빠는 진심이 통한 거라며 흐뭇해하셨다. 두 사람처럼 그냥 좋아하면 되는 거였는데, 괜히 쭈뼛댔다.

 

늘 나답지 않아도 된다. 그 모습 또한 ‘나’다. 찰나의 작은 진심에 마음이 동한 것은 이상한 게 아니라 기뻐해야 할 기적 같은 일이다. 지나칠 수도 있는 진심을 알아봐 주고, 기억한 나를 잘했다고 칭찬해주면 되는 거였다. 이 에피소드를 온기가 가득했던 순간으로 기억하기로 했다. 좋은 추억을 하나 더 쌓으니 마음이 든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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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작은 진심은 공중에 흩어져 흔적 없이 사라질 때도 있지만, 누군가의 마음의 문을 여는 Key가 된다. 작은 진심이 통하는 순간들이 모여 깊은 관계를 만들기도 한다. 진심의 크기가 무엇이든 ‘진심’이라는 존재 자체가 인간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22년을 맞이한 기념으로 작은 진심을 누군가에게 선물하면 좋을 것 같다. 그 작은 진심들이 모여 우리의 22년 마지막이 온기 가득한 모습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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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득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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