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이를 먹는 게 두렵지 않길 바라

공허가 평안으로 바뀌길 소망해
글 입력 2022.01.11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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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공허였다. 지난 연말에 느꼈던 기쁨과 다르게 말이다.

 

오랜만에 아끼는 지인들을 만나고, 짧은 여행도 다녀오고, 취미 활동을 하는 등 좋아하는 것들을 맘껏 즐겼다. 그간 노력한 성과에 대한 만족스러운 결과물 또한 거뒀다. 아무런 걱정 없이 즐겁기만 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31일이라는 숫자가 다가올수록 커지는 불안감과 허탈함에 그 행복이 오래가지 않았다는 것도 사실이다.

 

예전에는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그저 한 살을 더 먹는구나 하며 "이번 새해는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게 해주세요"라는 소망만 빌 뿐이었다. 그때는 시간이 더디게 간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시간이 속절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다.

 

다신 주어지지 않을 과거의 시간에 대한 아까움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더 이상 나이를 먹고 싶지 않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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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스물 초중반이지만, 눈 깜짝할 새 스물 후반이 될 것만 같은 기분이다. 성인이 된 후 3년을 보냈지만, 이는 체감상 1년에 가까웠다. 아직 내 몸과 마음은 스무 살에 머물러있는 듯하다. 단지 놀기만 해도 즐거웠던 그 시절이 계속해서 눈앞을 아른거린다.

 

그 후 365일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힘과 노력을 쏟아부었지만, 그럼에도 무언가 부족하게 느껴졌다. 팬데믹 이후로 낮과 밤의 개념이 없는 공간에서 생활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마치 꿈을 꾼 듯 사라져 버린 바깥의 기억들이 나를 괴롭히는 것 같다.

 

엄청나게 먹고 싶었던 음식을 한입만 먹고 뺏긴 느낌이랄까? 이제야 제대로 맛을 볼 준비가 된 내가 쥔 소중한 선물을 뺏어갔다. 그런 와중에 나이는 꼬박꼬박 챙겨 먹으니 이를 반기지 않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요즘 사람들을 만나 나이에 관해 이야기하면 다들 나와 비슷한 소리를 한다. "우리가 벌써"로 시작하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차라리 나이가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을 평생 즐길 방법으로써 우리가 원하는 바람을 실천해줄 수 있지 않겠는가. 나는 숫자로 정의된 나이에 아무런 의미가 없길 바랐다. 단 두 자리의 숫자가 나를 평가하는 어떤 지표가 되지는 않길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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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한국에서의 나이는 마치 퀘스트 관문처럼 느껴진다. 나이마다 주어진 과제를 해결함으로써 그에 따른 평가와 보상을 받는 것 같다. 단지 그뿐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이를 일찍 이룬 사람, 늦게 이룬 사람, 이루지 못한 사람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존재하기에 문제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퀘스트 관문을 헤쳐나가고 싶지 않은 유랑자일지도 모른다. 틀에 박힌 사회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정한 목표에 따라 자유롭게 이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중에 '나이'로 부정 당하는 일은 없길 바라는 마음에 이러한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모순적이게도 나 역시 은연중 내가 정의한 00살에 관한 기준을 잡고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 힘쓰지 않길 바란 방어 기제가 나이를 멈추고 싶은 욕망으로 드러난 듯하다.

 

따라서 나는 가장 희망차야 할 새해에 이러한 연유로 가슴이 허한 느낌을 받았다. 모든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새해도 순식간에 지남으로써 해가 바뀌고, 이로 인해 한 살을 더 먹게 된다는 사실이 절망스럽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텅 빈 마음을 비워둔 상태로 있지는 않을 생각이다.

 

지금의 목표는 '나이'에 대한 모든 걱정과 두려움을 내려놓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길을 따라 움직임으로써 뜻깊은 경험을 쌓아나간다면, 이를 통해 인생의 소중함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어 가슴 속을 따스하게 채워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의 새해에는 평안만이 찾아오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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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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