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미루는 습관은 언제쯤 고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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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진짜 꼬박꼬박 다이어리를 써야지 다짐했는데 새해가 된지 일주일이 지나간 아직도 내 입맛에 맞는 다이어리를 찾지 못했다는 좋은 핑계를 대며 열심히 사야 한다고 말만 하는 중이다. 입으로만 산 다이어리를 세어보면 아마 평생 쓸 다이어리가 나오지 않을까.
옷, 가방, 생필품 등 빨리 사야 할 건 많고 그렇다고 비싸게 주고 사기는 싫어서 가격비교는 해야겠고. 그러다 결국 지쳐서 쇼핑도 스포츠에 포함시켜야 하는 거 아닐까, 내일은 진짜 사야지 하며 아무 수확 없이 나가떨어지고 만다.
밀린 강의 듣기, 과제 제출, 시험공부는 일단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다, 이러다가 진짜 큰일 나겠다 싶을 때쯤 시작한다. 후에 그간 미뤄왔던 것들에 대한 업보를 그대로 돌려받으며 다음부터는 미리미리 해야지 피눈물을 흘리며 다짐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다.
심지어 내 취미인 영화, 드라마 보는 것도 미룬다. 정말 오래전부터 기다렸던 작품들 말고는 일단 보고싶어요만 눌러놓고 볼 게 없을 때쯤 돼서야 누가 억지로 시켜서 마지못해 본다는 듯이 감상한다.
취미라고 하기에는 양심에 찔리는 독서도 마찬가지다. 서점에서는 당장 읽고 싶다는 설렘에 가득해서 책을 사는데 막상 집에 들고 가면 봉투 그대로 한참을 방치시켜 놓는다. 이 외에도 한 평생 미루는 습관을 가지고 살아오면서 생긴 일화들이 많지만 막상 쓰려고 하니 생각이 잘 나지 않아 이 정도만 써야 할 것 같다.
미루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에게
무작정 습관을 고치라고 하기보다는
그 사람들도 다 이유가 있어서 미루는 것이라고 말해주는
오은영 선생님의 말씀이 너무 따뜻하게 느껴졌다.
오은영 선생님이 미루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게으른 게 아니라 잘하고 싶어서, 완벽하지 못할 거란 두려움에 일의 시작을 미루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난 그냥 게으를 뿐인 것 같은데 전문가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런가? 싶기도 하다. 이제 내 변명 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는 아니고 나도 계속 이렇게 마감일이 닥쳐서 허겁지겁 무언가를 끝내는 삶을 살기는 싫다.
그럼에도 매번 후회하면서 내가 바뀌지 않는 이유는 이렇게 미뤄도 어떻게 잘 굴러가서, 이번에도 이 정도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습관도 곧 한계에 부딪히지 않을까.
지금 당장에는 별 탈 없이 굴러갔을지 몰라도 내 인생에서 다시없을 기회를 이 습관 때문에 날릴 수도 있다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몇 번이나 습관을 고칠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 습관을 고칠 기회마저 미뤄버린 내 자신밖에 탓할 사람이 없는데, 그때 과연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있을까?
올해는 부지런해서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그 순간에만 의지를 불태우지 않고 바로 행동하는 내가 되길, 또 한 해가 지나고 나서 이 글을 봤을 때 부끄럽지 않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신민정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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