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후대에도 눈물을 모으는 서지원의 Tears [음악]

글 입력 2022.01.04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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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를 우연히 듣게 된 이후, 나보다 먼저 태어난 이 노래는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가 되었다. 기교도 없고 오히려 음정이 떨어지는 면모도 노래에 고스란히 드러나있는데, 객관적으로 봤을 때 가창 면에서의 지적할 수 있는 부분보다는 그의 온전히 드러나는 감성에 한순간에 사로잡혔다.

 

[무한도전]으로 알게 된 작곡가 정재형의 곡이라는 점에서도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에 한 몫 했다. 피아노 반주가 참 예뻐서 바로 악보를 뽑고 실제로 연주도 해 보고 노래도 불러봤는데, 내가 접한 가요 중 음역대가 가장 넓었다. 낮기도 많이 낮고 높기도 많이 높았다. 그에 대한 정도도 대단했는데, 서지원의 소화력에 내심 더 감탄하는 계기가 되었다.

 

리메이크된 많은 버전이 있다. 최근에는 휘인의 버전으로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OST로 수록되기도 하고, 조정석이 직접 극 중에서 부르기도 했다.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다비치, 린 등 많은 가수들의 커버 버전들이 있지만, 원곡을 능가하는 버전은 없어 다른 가수들이 부른 영상을 많이 찾아봐도 결국 원곡으로 회귀했다. 원곡에는 머리보다 심장으로 빠르게 와닿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의 느낌이 있었다.

 

 

 

 

1994년 10대 재미교포 서지원이 < Seo Ji Won >의 '또 다른 시작'으로 데뷔했다. 큰 키와 곱상한 외모, 서글서글한 성격까지 갖춘 그는 가수, 모델, 연기자, MC 등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동하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치열했던 1995년 가요계에서 '또 다른 시작'이 가요 프로그램에서 10위 안의 높은 순위에 안착하며 서지원의 커리어는 순조롭게 시작했다.

 

 

 

 

1996년 발매된 2집 < Tears >는 1집 이후로 그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의 흔적들이 가득하다. 가수가 되기 위해 쉴 틈 없이 달려왔고 유의미한 성과를 이룬 서지원의 2집엔 꿈을 향한 노력을 넘어 보다 성숙한 뮤지션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타 가수에게 곡을 써 준 적이 없었던 베이시스의 정재형에게 직접 곡을 부탁하거나 본인이 작사와 작곡에 참여하는 등 스스로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마주한다.

 

'내 눈물 모아'는 치열한 고민에 대한 결과물의 집약체다. 정재형의 곡에 '이 밤의 끝을 잡고'의 작사가인 김희탐의 가사를 입힌 '내 눈물 모아'에서는 서지원의 꾸밈없는 가창이 진가를 발휘한다. 이전의 발랄한 데뷔곡 '또 다른 시작'과 대비되는 호소력 짙은 보컬로 승부수를 둔다. 울부짖는 듯한 그의 가창이 서정적인 가사와 맞물려 슬픔의 스노볼을 만든다. 타고난 미성에 무게를 얹어 넓은 음역대를 가성과 진성으로 자유롭게 운용하는 보컬은 훌륭한 뮤지션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을 내비치기에 충분했다.

 

 

 

 

전반적인 구성 또한 알앤비 소울풍 위주의 1집에 비해 다채롭다. 강수지의 곡을 보다 서글픈 감정을 담아 리메이크한 'I miss you'와 본인의 성숙한 감성을 담은 가사와 가창이 시너지를 이룬 '이별만은 아름답도록'으로 '내 눈물 모아'의 분위기를 이어간다.

 

한편으론 윤일상의 '갈등'과 '마이더스의 손'으로 정서를 전환하여 나이대에 걸맞은 생기를 드러내고 다양한 보컬적 다이내믹을 보여준다. 펑키한 댄스곡 ‘사랑의 기초’를 직접 작곡하고가스펠과 알앤비 사운드를 좋아하는 본인의 기호를 'Arms of love', '76-70=♡'와 '애국가'에 반영했다. 정재형, 박선주, 윤일상 등 현재 정상급 작곡가들과 협업하면서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여러 음악 소스와 함께 보컬 또한 최대치로 발전시켜 운용하며 자신의 뜻을 온전히 담았다.

 

새 앨범 발표를 앞둔 서지원이 1996년 1월 1일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 Tears >가 후에 예정대로 1월 28일에 발매되면서 이는 그의 유작이 되었다. 소속사의 부당한 대우, 2집에 대한 부담감과 스트레스, 가족 문제 등 밝은 모습 뒤에 가려진 복합적인 사정들이 드러나며 대중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내 눈물 모아’는 MBC의 < 인기가요 베스트 50 >에서 3월 30일부터 3주간 1위를 차지했고, < 가요 톱 10 >에서도 5월 8일 1위를 하는 등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저를 기억해 주시고 노래 많이 사랑해주세요'라는 앨범에 쓰인 문구처럼 그의 이름과 노래는 가창 부분에서의 미숙한 모습을 차치하고 그 이상의 의미로 기억된다. 애절한 가창, 아련한 내레이션, 읊조리는 랩, 상냥한 음성뿐만 아니라 '슬픈 뒷모습 네게 보이진 않을 거야' 등의 가사에서 드러나는 성숙한 면모까지 모두 남아있는 앨범은 어느 때든 대중의 눈물을 모은다.

 

자신만의 담백하고 진한 색은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았고 서지원이 있는 그대로 전달했던 감성은 그와 시대를 함께 보내지 않은 내 마음에까지 남아 살아 숨 쉰다.

 

 

[김승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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