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들 각자의 것은 아니라는 확신. [음악]

Jan Lundgren - [Into the Night]
글 입력 2022.01.0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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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룬드그렌에게 이스타드는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 그가 만든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이기도 하고, 스웨덴 재즈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연주자인 얀 요한손에 대한 헌정 공연을 그곳에서 가졌기 때문이다.

 

2015년에 실황 녹음된 해당 무대는 2016년에 [The Ystad Concert – A Tribute to Jan Johansson]이라는 이름으로 액트 레이블에서 발매됐다. 이 공연에서는 스웨덴 민속 음악이 지닌 다양한 가능성을 재즈로 이끌어낸 얀 요한손의 앨범 [Jazz på svenska]의 수록곡 대부분을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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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zz på svenska]는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로 녹음했다. 적은 편성으로 민요가 가진 리듬에 유려한 스윙을 입히고 ‘Vallåt från jämtland’의 경우처럼 보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클래식, 민요, 재즈를 넘나들었다.

 

이 연주의 방점은 그전까지 뚜렷하게 언급된 적 없는 스웨덴의 지역성을 반영한 재즈를 만들어 냈다는 점과 새로운 기준이 되는 자리를 스스로 세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유산을 얀 룬드그렌은 현악 퀄텟 구성으로 연주하여 헌정과 동시에 창조적인 무대를 선보인 것이다.

 

그런 이스타드에서 그는 라스 다니엘손, 에밀 파리지앙과 호흡을 맞췄다. 그들은 불과 콘서트 전날에 처음으로 만나 리허설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호흡은 룬드그렌 기존 트리오 멤버들과의 그것에 버금간다. 표제작 ‘into the Night’에서 에밀 파리지앙의 소프라노 색소폰은 건조한 질감으로 세밀하게 주선율을 연주하는데, 거기에 부여되는 약간의 공간감이 피아노의 공명과 나란히 놓인다. 서정에 대한 이해가 깊은 라스 다니엘손의 베이스는 교과서적이다.

 

그의 소리는 이번 앨범에서 철저히 자기 자리에 머물러서 기존의 빼어난 테크닉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데, 직접 작곡한 ‘Ystad’에서의 솔로 역시 자기의 형태를 앞으로 뚜렷하게 내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잡고 있는 뼈대는 결코 대체할 수 없다. 베이스 연주자로서 가장 이상적인 모습 중 하나를 목격할 수 있는 트랙이다. 또 다른 그의 오리지널 곡 ‘Asta’는 자신의 딸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는 계속 그랬듯 많은 자리를 동료들에게 내준다. 부모라는 관객석 뒤에 앉아 딸이 서있는 인생의 무대에 깊은 시선을 보내는 것처럼 말이다.

 

이어지는 에밀 파리지앙의 ‘Préambule’은 반대로 다니엘손이 시작부터 앞에 나선다. 이 곡에서야 비로소 비루투오소의 면모를 보여주는 다니엘손에 이어 파리지앙의 주선율이 이어진다.

 

다니엘손이 몇 개의 음을 반복적으로 연주하고 그 위에 룬드그렌의 멜로디가 위태로운 분위기로 쌓이고 파리지앙이 다시 나오면서 반복적인 타건과 베이스 위에서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으며 서사를 고조시킨다. 그러면서 더 큰 덩어리의 리듬이 형성되고 색소폰의 다이내믹 역시 보다 큰 양감을 얻게 된다. 역시나 이 중심에도 다니엘손이 있다.

 

룬드그렌은 이 모든 과정의 경계에 위치한다. 이 절묘한 위치감각을 가진 연주자들은 아마 공연 전날 처음 거친 리허설에서 서로를 알아봤음에 분명하다. 그리하여 자신들이 보여 줄 연주가 각자의 것이 아닌 ‘우리’의 것이 되리라는 확신을 느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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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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