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의 빛을 향해 - 샤갈 특별전 : Chagalll and the Bible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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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스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 있는 화가 마르크 샤갈
Painter Marc Chagall in his house in Vence, France in 1957. © Franz Hubmann via Getty Images © Marc Chagall
마르크 샤갈(Marc Chagall,1887-1985). 러시아 출신의 프랑스 화가. ‘중력의 법칙을 벗어난 영원의 사랑’을 주제로 다채로운 색감과 몽환적인 화풍으로 미술사에 족적을 남긴 샤갈은 삶과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전파하여 피카소, 마티스 등과 함께 20세기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스물 네 살이던 1911년에 처음 러시아를 떠나 파리에 도착한 샤갈은 강렬한 순수 색채를 사용하는 야수파와 현실을 기하학적으로 분해하는 입체파에 이르는 모더니즘 회화를 습득하였고, 이름 또한 모이셰 샤갈(MoysheChagall)에서 마르크 샤갈로 개명하며 파리에서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한다.
1930년 처음 성서 작업을 의뢰 받은 샤갈은 처음으로 예루살렘을 방문하고 깊은 감명을 받아 성서에 대한 주제로 작업을 이어간다. 제 1차, 2차 세계대전을 겪어낸 디아스포라 유대인이었던 그는 유대인의 운명과 고난에 대한 주제로 많은 작품을 남긴다.
또한 자신의 말년을 성당을 위한 스태인드글래스, 태피스트리, 발레 무대세트와 의상 그리고 석판화 작업에 매진하며 보냈다. 특히 1973년 성서적 메시지를 주제로 한, 국립샤갈 미술관을 니스에 건립하면서 그의 성서 예술을 담은 미술관을 지었던 그의 평생의 꿈을 실현했다.
마이아트뮤지엄에서는 샤갈의 회고전이자, 그의 예술 창조의 원천이었던 '성서'를 주제로 <샤갈 특별전, Chagall and the Bible>을 2021년 11월 25일부터 22년 4월 10일까지 개최한다. 기존 국내에서 여러 차례 진행된 샤갈 전과 달리 그간 단독으로 다뤄지지 않았던 '성서'라는 주제와 함께 샤갈의 유족이 소장하고 있는 <강기슭에서의 부활>, <푸른 다윗 왕> 등 유화, 과슈를 포함한 19점의 명작과 4m에 육박하는 대형 태피스트리 2점 및 독일 Kunstmuseum Pablo Picasso Münster 소장품 총 220여점의 오리지널 작품이 공개된다.
전시 구성은 샤갈 작품 속의 상징적인 요소들과 주요 모티프들을 살펴볼 수 있는 ‘샤갈의 모티프’, 샤갈의 성서적 메시지를 만나볼 수 있는 ‘성서의 백다섯 가지 장면’, 성서에 나오는 주요 사건과 인물을 모티프로 샤갈만의 해석을 담아 그린 작품들을 주제별로 만나볼 수 있는 ‘성서적 메시지’, 샤갈이 여러 방면에서 보였던 행보와 마지막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또 다른 빛을 향해’로 나뉜다.
사실 개인적으로 전시는 예상보다 어려웠다. 세 시간 동안 전시장을 돌았음에도 모든 내용을 다 파악하기란 쉽지 않을 정도로 종교적인 내용은 방대했다. 그렇다면 감상 포인트를 어떻게 잡아야 할까. 샤갈은 당시 20세기 초반 파리에서 유행했던 현대 미술의 실험적인 예술 운동을 겪으며, 입체파와 야수파의 모더니즘 회화의 습득 외에도 표현주의나 초현실주의 등 다양한 사조의 영향을 받았고 그 모든 화풍을 넘어 자신만의 독자적 세계를 확립했던 사람이다. 그렇기에 예술 사조 등에 집중하며 미술사적 맥락으로 이해하기보다는 그의 삶과 성서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에 주목하여 감상하기를 조심스레 권해본다.
Ⅰ. 샤갈의 모티프
첫 번째 섹션에서는 1956년경 발간된 베르브에 수록되었던 에칭과 석판화를 중심으로 샤갈 작품 속의 상징적인 요소들과 주요 모티프들을 살펴본다. 화폭 위에 비행하는 연인, 성모자. 동물, 악기, 고향 등의 키워드들은 화가가 지나온 삶을 반추한다.
Marc Chagall, Les Amoureux de la Tour Eiffel, 2e et dernier état , 1960, M.187, Color lithograph, 66.3 x 50.6 cm, © Marc Chagall / ADAGP, Paris – SACK, Seoul, 2021
러시아 제국의 도시였던 비텝스크에서 태어난 샤갈은 그의 고향에서의 삶과 제 2의 고향이라고 여겼던 프랑스의 도시 파리의 낭만적인 정경을 그만의 모티프로 작품에 표현하였다. 그의 작품에서는 여러 종류의 동물들을 볼 수 있는데, 심지어 그것들은 중력의 법칙에서마저 벗어나 캔버스 위에 두둥실 떠다닌다. 물고기, 염소, 수탉 등이 바로 그것이다. 샤갈은 유대교 중에서도 세상 만물에 신의 신성한 불꽃이 들어가 있다고 믿으며 율법의 내면성을 존중하는 경건주의 운동, 하시디즘을 믿었다. 그들은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이 말 못하는 동물에게로 흡수되고, 따라서 동물과 인간을 동등하게 여겼다고 한다. 이것이 그의 작품 속에 유독 동물들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다.
샤갈의 아버지는 청어 상인이었다. 그러나 샤갈이 성공을 꿈꾸며 예술의 중심지인 프랑스로 유학을 갔을 때 그의 아버지는 생선을 나르던 도중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샤갈이 모티프로 자주 사용한 물고기는 아버지의 형상이자 유대인 아버지에 대한 보편적인 이미지를 의미한다. 또한 유목 민족의 살림에 큰 재산이었던 염소는 디아스포라 유대인이었던 그의 고향에서의 기억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파리를 그린 그림에서는 에펠 탑, 노트르담 성당, 콩코르드 광장 외에도 연인들의 모습과 수탉이 다수 등장하는데, 수탉은 남성의 정욕을 상징한다. 당시 샤갈은 그의 평생의 뮤즈로 불리는 벨라 로젠필드를 만나 사랑에 빠져있는 상태였다. 유명한 화가가 되어 사랑을 쟁취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무일푼으로 유학을 떠난 그는 프랑스의 아름다운 정경과 더불어 연인들의 사랑을 끊임없이 그려낸다. 마침내 프랑스에서 화가로 성공한 샤갈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해에 결혼을 한 뒤 잠시 동안이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Marc Chagall, Quai de la Tournelle [Regards sur Paris], 1960, M.351, Color lithograph, 39 x 60 cm, © Marc Chagall / ADAGP, Paris – SACK, Seoul, 2021
샤갈은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기도 한다. 피카소는 그를 두고 “마티스가 죽고 나면, 샤갈은 색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유일한 화가가 될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 섹션에서는 그가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던 그의 면모가 확연히 드러나는데 프랑스를 그릴 때는 독특하게도 쓰는 색들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바로 프랑스 국기색인 파란색, 붉은색, 하얀색이다. 여백을 하얗게 남기고, 그가 즐겨 쓰던 색 초록색을 포함한 이 네 가지 색깔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공간이다.
샤갈은 당시 유럽에서 프로이트의 등장과 함께 대두된 무의식의 세계를 탐구하는 초현실주의의 영향도 받는다. 초현실주의 작품들이 그렇듯, 샤갈의 작품 또한 누군가 암호를 해독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려낸 것이 아니다. 그저 순수하게 떠오르는 대로, 중력의 법칙마저 무시하며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그려냈을 뿐이다.
그는 화가로 알려졌지만 생전에 그림을 그리는 것만큼 시를 썼다고 한다. 종이에 은유로 펼쳐놓은 시를, 캔버스에서는 회화적 은유로 완성시킨 것이다. 그는 사랑과 그리움과 슬픔을 그저 그 순간 떠오르는 대로 순수하게 그려낸다. 이때 만들어진 그의 젊은 시절의 모티프는 이후 그의 노년까지 작품에서 반복해서 등장한다.
Ⅱ. 성서의 백다섯 가지 장면
Marc Chagall, Moïse, 1956, S.29, Color lithograph, 63 x 42 cm, © Marc Chagall / ADAGP, Paris – SACK, Seoul, 2021
두 번째 섹션에서는 샤갈의 성서 테마로 들어가 샤갈의 성서적 메시지를 만나볼 수 있다. 1930년, 20세기 저명한 화상 중에 하나인 앙브루아즈 볼라르(Ambroise Vollard)에게 성서 작업을 의뢰받은 샤갈은 예루살렘 통곡의 벽을 방문하고 깊은 감명을 받는다. 그는 25년에 걸쳐 성서 사봐 에칭 105점 연작을 완성한다. 에칭 연작은 주요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성서의 전개 과정을 충실히 반영한다.
이 섹션에서는 창조주가 인간을 창조하는 모습부터 이집트의 핍박으로부터 이스라엘 민족을 구출한 모세의 이야기 등 구약성서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샤갈은 성서의 내용을 화려하게 꾸미거나 과장하지 않으며 그의 삶 속에서 마주했던 일상에 성서의 장면을 더해 한 장면씩 완성해간다. 그가 성서에서 선별해낸 장면들을 천천히 살펴보고 어떤 방식으로 묘사했는지를 살펴보며 시리즈를 감상해볼 수 있다.
이 섹션에서는 지니 뮤직이 새롭게 런칭한 오디오 서비스 ‘스토리G’와 마이아트뮤지엄이 함께한 <내 귀의 미술관>이라는 오디오 컨텐츠를 이용하여 타고난 이야기꾼인 샤갈의 그림을 보다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다. 성우 유튜버 쓰복만은 마치 역할극을 하듯이 성서의 신화적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덕분에 더욱 풍성하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다.
앙리마티스 때부터 마이아트뮤지엄의 전시를 빠짐없이 관람했던 사람으로서, 개인적으로 이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들을 신뢰하는 편이다. 풍성한 전시 관람을 위한 위와 같은 장치들과 더불어, 한 인물의 전반적인 생애를 빠짐없이 조명하며 인물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노력들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면 조금은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앙리 마티스 회고전 때도 야수파의 창시자인 마티스의 타오르는 붉은 유화 작품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그의 노년의 컷-아웃 작품들 위주로만 구성된 전시에 미미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마티스의 미니멀한 드로잉과 가위를 이용한 감각적인 작품들, 로사리오 성당에 구현한 스테인드 글라스까지 만나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미술관에게 개인적으로는 참 감사했다. 마티스의 색다른 이면에 대해서 알 수 있었고, 미술관의 이러한 시도는 한 인물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 역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마티스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샤갈의 작품은 떠올렸을 때 강렬한 색채와 더불어 앞서 말한 전형적인 모티프가 주가 된다. 그러나 이번에도 마이아트뮤지엄은 그런 부분만을 부각시키지 않고 색채가 없는 에칭 삽화를 하나의 섹션으로 구성했으며 성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이런 색다른 기획은 인물을 좀 더 입체적으로 알 수 있게 돕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도들은 마이아트뮤지엄의 매니아 층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필자도 그 중 하나로서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가 된다.
다만 오디오 도슨트 프로그램은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10분에서 20분 뒤에 카카오톡으로 링크가 발송되는 시스템이었기에 바로 음성을 들으며 전시를 관람할 수 없다는 점이 조금은 번거롭게 느껴졌다. 또한 음성의 속도는 다른 전시관의 오디오 도슨트의 속도에 비해 확연히 느린 것 같다고 느꼈다. 24시간으로 시간제한이 있으며 텍스트가 따로 제공되지 않는 부분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평일 11시, 2시, 4시에는 도슨트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하니 전시장에 가시는 분들은 시간이 된다면 도슨트 프로그램과 함께 하시기를 추천한다.
Ⅲ. 성서적 메시지
이후 세 번째 섹션에서는 성서에 나오는 주요 사건과 인물을 모티프로 샤갈이 자신만의 해석을 담아 그린 작품들이 큰 주제별로 등장한다. 인간 창조,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 이집트 탈출기의 모세,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등 널리 잘 알려진 일화를 한 장면으로 응축한 컬러 석판화 작품을 제작했다. 샤갈은 이것을 유화와 과슈화, 석판화 그리고 대형 태피스트리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매체 경계를 넘나들며 제작한다.
그는 모세에 자기 자신을 대입하기도 하며 평생에 걸쳐 모세를 그려낸다. 마르크 샤갈로 개명하기 전의 샤갈의 본명은 ‘모이셰 샤갈’이였는데, 모세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모세는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의 노예 생활에서 해방시킨 민족적 영웅이자 종교적 지도자로, 성경 출애굽기(탈출기)에 등장한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태피스트리 <모세>에는 십계명을 들고 있는 모세가 새겨져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머리 위에는 두 개의 뿔이 솟아 있는데, 샤갈은 신을 만나 신성시된 인물을 표현할 때는 구분을 짓기 위해 뿔을 그렸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샤갈이 즐겨 사용하던 여러 가지 모티프들을 발견할 수 있다.
모세의 오른팔 안쪽에는 비텝스크가 그려져 있다. 또한 배 쪽의 바이올린은 샤갈이 즐겨 연주했던 악기이자 휴대하기에 간편한 유대인의 악기로도 통한다. 또한 오른 다리에는 시계가 등장하기도 한다. 샤갈이 사랑했던 벨라의 가족들은 보석상점을 운영했는데, 그곳에는 시계도 함께 팔았다. 따라서 시계는 추억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샤갈은 다윗의 이야기를 좋아했다. 시인이자 바이올린 켜는 것을 좋아하던 샤갈과 마찬가지로 다윗도 구약성경에서 시편을 썼고, 하프 연주에 능했다. 샤갈이 성서를 그린 이유는 성서의 종교적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인간의 삶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다윗에게서 일종의 연대감을 느낀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시기 샤갈의 그림들은 급격히 어두워진다. 때는 1930년대 후반, 나치는 다수당이 되어 유대인 학살을 자행하는데, 이후 샤갈은 예수 그리스도에 그 자신을 대입시켜 그리기 시작한다. 예술가를 꿈꿨던 히틀러는 샤갈을 제거 대상으로 여겼고, 전 유럽을 돌아다니며 예술품들을 약탈한다. 당시 퇴폐적이라며 나치에게 농락당하고 소각당한 작품 중에는 샤갈의 작품도 있었다. 그는 이때부터 자신을 고통 받는 예술 쪽 순교자로 여기게 된다.
Marc Chagall, La Résurrection au bord du fleuve, 1947, Oil on Original canvas, 98 x 73.5 cm, Private Collection, © Marc Chagall / ADAGP, Paris – SACK, Seoul, 2021
이 시기 그린 <강기슭에서의 부활>이란 작품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어두운 배경색을 띠고 있다. 오른쪽에서 샤갈은 그림을 그리는데 한쪽은 염소의 얼굴이고, 염소 얼굴은 타오르듯 붉은 색이다. 마찬가지로 옆에 그려진 마을 비텝스크도 불타는 듯 붉은 색으로 그려져 있다. 단 한 건물. 유대교회만 불타지 않고 살아남았다. 상단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는 여러 차례 같은 모티프를 반복해서 그리고 있지만 시대에 따라 그림의 분위기는 급변한다. 샤갈의 그림은 시대를 반영하기에 그의 모티프 안에서 1940-1950년대의 시대상을 읽어보는 것도 감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Ⅳ. 또 다른 빛을 향해
마지막 섹션에서는 샤갈의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볼 수 있다. 그는 프랑스 시인 아폴리네르에게 바치는 작품을 제작하고 폴 엘뤼아르의 시집에 삽화를 그리는 등, 시인들과 교류했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 또한 시인으로 활동하였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샤갈은 끊임없이 이야기했던 사람이었다. 이번 장에서는 샤갈이 시와 함께 그린 종교, 어머니 등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그려낸 아름다운 석판화와 삽화들을 볼 수 있었다.
Marc Chagall, Vers l'autre Clarté, 1985, M.1050, Color lithograph, 63 x 48 cm, © Marc Chagall / ADAGP, Paris – SACK, Seoul, 2021
이 섹션의 제목과 같은 작품이자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 <또 다른 빛을 향해>는 98세 노인이 된 샤갈이 그린 작품이다. 하늘에선 누군가가 내려오고 있고 샤갈의 등에는 날개가 생긴다. 마치 천사가 금방이라도 샤갈을 데려갈 것 같다. 또한 그림 속에는 또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 그림 속에는 두 사람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고, 앞 사람은 꽃다발을 들고 있다. 샤갈에게 꽃다발은 사랑을 상징했다. 전란의 시기를 버텨온 샤갈은 결국 마지막까지도 사랑을 이야기하다가 떠난 것이다.
"모든 생명이 필연적으로 종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면,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그것을 물들여야 합니다."
이 문구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그는 전쟁과 학살로부터 고통 받는 인류에 대한 사랑을 캔버스 위에서 끝까지 지켜낸 사람이었다. 오랜 기간 이어지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으로 지친 우리에게도 이러한 메시지가 필요하지 않을까. 추운 겨울을 따스하게 물들이고 싶다면 < 샤갈 특별전, Chagall and the Bible >에 방문해보시기를 추천한다. 샤갈이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는 이 시대에도 위로가 될 것이다.
[박세나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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