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흩어진 명화를 모아 만든 책 : 기묘한 미술관

글 입력 2022.01.0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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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애호하는 사람으로서 기묘한 미술관이라는 책 이름 자체에서 뭔가 보고 싶다는 끌림을 받았다. 기묘하다는 단어 자체는 '생김새 따위가 이상하고 묘하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 기묘한 미술관은 아름다우면서도 서늘한 명화 속에 담긴 미스터리를 스토리텔링식으로 설명해 주는 명화 수업 책이다. 이 책 안에는 미술관에 어떤 기묘한 이야기가, 어떤 기묘한 작품이 있는 건지 매우 궁금해진다.


책을 쓴 진병관 저자는 13년 동안 파리에 살면서 파리 사진가로서 활동하다가 현재는 프랑스 문화부 공인 문화해설사로 활동하는 분이다. 미술관은 꾸준히 방문하며 언제나처럼 일을 하던 중 현 시국으로 인하여 루브르 박물관은 봉쇄령이 내려져 미술관이 폐쇄되었다. 시간이 흘러 수개월 만에 다시 미술관에 방문할 수 있게 되었는데 미술관에 가기 힘든 시기이니까 내가 흩어진 명화를 한자리에 모아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그 상상으로 시작된 책이다. 그리하여 작품은 유명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재미있고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선정하여 작성한 책이다.


책 내용은 총 5개의 작은 관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관을 나누어 놓았다는 것이 정말로 미술관처럼 구역을 나누어 구경하는 기분이 들게끔 한다.




1관 : 취향의 방



겉보기에는 아름답지만 작품이 탄생한 배경과 취향은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을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하였다. 여러 개의 작품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 개인적으로는 한스 볼롱기에르의 [꽃이 있는 정물화]라는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이 작품은 꽃과 튤립의 모습이 담겨있는 정물화 그림이다.


네덜란드는 독립을 하게 되면서 황금의 시대가 시작되는데 세상이 바뀌다 보니 교회와 종교 중심이었던 화가들은 먹고살기 위해 일반 시민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데 그 가운데 부를 축적한 부자들이 과거의 귀족과 왕족처럼 집을 꾸미고 싶다는 욕망으로 벽걸이 형 그림이 유행하게 되면서 어려운 종교적 그림이 아닌 풍경화, 초상화, 정물화 등 아름답고 예쁜 그림으로 취향이 바뀌게 된 되었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이 많이 등장하게 된다.


이런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그림을 살펴보면 그림 안에는 많은 꽃의 모습이 보였다. 장미, 튤립, 카네이션. 아네모네 등등 이 꽃들 가운데 정말 눈에 띄는 꽃은 튤립이다. 사실 네덜란드는 튤립과 풍차의 나라로 유명하지 않은가, 튤립은 16세기 네덜란드에 오게 되면서 집 앞에 마당을 꾸미는 친근한 꽃이었지만 17세기 이후부터 부자들로 인해 색다른 튤립을 얻기 위한 튤립 투기로 번진다. 희귀한 꽃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재배를 시작하였고 튤립 구근을 얻기 위해 전쟁이 벌어지는데 실제로 가장 비싼 튤립 구근은 집 한 채 가격이기도 했다.


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기 시작하면서 이제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하며 네덜란드 경제가 크게 흔들리게 되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우리나라도 부동산에 과열된 투기를 하듯 당시 네덜란드 사람들에겐 튤립에 과도하게 투기를 하여 튤립 버블이라는 경제적인 용어까지 탄생하게 되니 그 영향이 크긴 컸을 것이다.


튤립이 가격이 폭락하고 2년이 지난 어느 날 한스 볼롱기에르가 그린 그림에서 다시금 튤립이 태어나게 되었다. 이 [꽃의 모습이 담긴 정물화] 그림은 이상한 점이 있다. 바로 다른 계절에 피는 꽃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꽃을 한 시기에 한꺼번에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보고 싶어 하던 구매자의 욕구가 담겨 있는 그림이다. 하지만 중간이나 아래엔 조금 시들거나 말라버린 꽃, 그리고 도마뱀, 애벌레, 달팽이 등 아름다워야 할 정물화에 그려진 그림은 종교적 메시지로 볼 수 있다.


꽃은 결국 지기 때문에 한시적이기에 꽃이 의미하는 건 시들어가는 꽃을 통해 인생의 순리를 말하고 있다. 도마뱀은 인간의 기만과 죄, 풀을 갉아먹는 애벌레는 탐욕과 허무한 욕망, 달팽이는 짐을 지고 기어 다니는 운명으로 원죄를 지고 세상에 온 인간을 뜻한다. 그렇게 정물화를 표현하는 건 신의 뜻을 잊지 말고 현재의 삶을 충실하게 살라는 은유적이고 비유적인 표현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아름답게만 보였던 꽃은 그 안에 아름답지 않은, 인간의 탐욕스러움이 담겨있는 그림이었다. 작가가 말한 것 그대로 아름다운 작품의 탄생과 배경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챕터였다.

 

 

 

2관 : 지식의 방



명화에 대한 역사적 배경이나 시대 상황, 알레고리 해석 등 알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그림들을 전시했다.


우리가 잘 아는 모나리자가 왜 유명해지게 되었는지 알아보니 그 시작은 모나리자의 그림이 행방불명이 되면서부터이다. 사라진 그림에 대한 열기는 점차 높아져갔고 그로 인해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끊임없는 발걸음, 그로 인해 생기는 안 좋은 에피소드와 동시에 나타난 음모론 때문이이다. 모나리자가 유명한 이유는 쉽게 말하면 노이즈 마케팅에 성공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물론 작품에 대한 가치가 없는 게 아니다. 자연에 선을 없애 색과 색 사이를 모호하게 만드는 스푸마토 기법으로 그려진 작품이고 또한 선 원근법이 아니라 먼 곳을 보면 뿌옇게 보이는 것처럼 표현하기 위해 대기 원근법을 사용하였고 정면의 초상화가 아닌 약간 측면의 자세지만 시선은 정면을 향하는 콘트라포스토 자세를 그려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모나리자가 짓는 표정이다. 모호하게 지어진 미소로 모나리자가 그려지기 전엔 어떤 초상화도 우리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어주지 않았다고 하니 모나리자의 미소의 가치가 왜 높게 평가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모나리자는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이라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보아도 정말 신기하다. 어떤 작품이든 간에 작품의 역사적 배경을 알게 된다면 그 작품을 더욱 깊이 알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재미있던 챕터였다.

 

 

 

3관 : 아름다움의 방


 

누가 봐도 아름답다고 느끼는 작품들과 새로운 아름다움을 제시하는 작품들을 전시했다. 아름다운 것은 정말 아름다운가, 추한 것도 아름다울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의 답을 스스로 찾기 바라는 마음으로 나눈 챕터이다.


여기서 개인적으로는 램브란트의 [도살된 소] 작품이 생각났다. 램브란트는 성공한 화가였는데 왜 평소에 잘 그리지 않은 정물, 그것도 도살당한 소의 모습을 그렸을까? 종교적 의미로 도살당한 소의 모습을 그린 작가도 있어 종교적 상징을 다루었다는 의견도 있지만 성공한 삶 이후 첫 번째 부인과 사별을 하고 파산을 하고 새로운 사랑이 찾아와도 그 관계는 모욕적으로 조롱당하며 비난 당했던 그의 기구한 삶, 이런 자신의 모습을 머리가 잘리고 배가 갈려 속이 훤히 드러난 소의 모습으로 투영한 것이 아닐까.


도살된 소 작품을 그냥 보면 그저 아름다운 그림이 아닐 수 있지만 예술가들은 조금씩 다르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대표적인 작가로 샤임 수틴이라는 작가는 이 작품을 보고 감명을 받아 사체 시리즈를 만들어 유대인으로 가해지는 폭력이나 차별, 전쟁의 참혹함 등을 말하기도 하고 이후 피카소, 프랜시스 베이컨 그리고 현대 미술에선 데미안 허스트가 동물의 사체를 유리 상자에 넣어 전시하면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후대의 작가들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하고 있다.


누가 보아도 아름답다고 여겨지지 않은 것은 과연 아름답지 않은 것인가? 죽음이 추하고 죽은 사체가 추하다고 여긴다면 그 죽음이 있기 전 육신은 아름다운 것일까? 그렇게 생각해 보면 추함이라는 건 결국 인간이 바라보는 기준으로 나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던 챕터이다.

 

 

 

4관 : 죽음의 방


 

늘 죽음이 지근거리에 있었던 화가들에 대해 주로 다뤘다. 그리고 죽음이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작품으로 어떻게 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여기서 개인적으로 라비니아 폰타나라는 작가가 그린 [안토니에타 콘살부스의 초상화]라는 작품이 유독 인상 깊었다.


볼로냐에서 손꼽히는 초상화 가인 라비니아 폰타나는 초상화 제작을 위해 어느 귀족의 집에 방문하였다. 초상화를 그리는 대상은 한 어린 소녀였는데 온몸이 털로 뒤덥혀있는 모습이었다. 소녀는 선천적으로 다모증을 가지고 태어나 사람들의 구경거리로서 광대 역할을 하는 왕의 소장품이었다.


그의 아버지 또한 다모증을 가진 사람으로 왕의 소장품이었다. 나중에 그는 결혼을 해 일곱 아이를 낳았으나 4명의 아이 또한 다모증을 가지고 태어나 이들도 아버지와 같이 귀족의 소유물로서 구경거리가 되었다.


지금은 사람을 물건처럼 사고파는 것을 상상할 수 없지만 당시 유럽에서는 장애를 가진 건 신의 저주로 여겨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 게 일반적이었다. 나중에는 기형 아이를 모아 돈을 버는 쇼도 등장하고 귀족들은 장애아를 수집하거나 구하기 힘들면 인위적으로 장애를 만드는 엽기적인 범죄 행위까지 벌인다.


이런 끔찍한 사상은 초상화 작품들에 많이 등장한다. 장애를 가진 인물을 함께 그림으로 그리는 건 결국 장애아를 소유할 정도의 우월함을 표현하는 기괴한 문화로 볼 수 있다.


이런 사상을 가지고 근대사회로 들어서 과학의 발전과 함께 이런 사상도 바뀌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하였고 유럽과 미국엔 인간 동물원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피그미족 남성을 전시하던가 콩고인 마을을 꾸며 콩고인을 조롱하는 등 끔찍한 일이 일어났는데 그건 불과 60년 전의 일이다.


지금은 인권을 중요하게 여기고 편견에 벗어나려고 하지만 아직도 차별과 폭력을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장애라는 건 누구나, 어떤 이유로 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아직도 사람들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안 좋은 사람은 결국 그 사람의 마음이 삐뚤어졌다는 걸 알게 된다.

 

 

 

5관 : 비밀의 방



아직도 작품에 대한 미스터리가 전부 해석되지 않아 더욱 흥미로운 작품들을 전시했다.


여기서 개인적으로는 안드레아 만테냐라는 작가의 [성 세바스티아누스]라는 작품이 눈에 띈다. 지금 많은 과학이 발전 한 이 시대에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많은 것이 정체되고 멈춰져있다. 의료가 발전되지 않은 곳에서 미신을 믿으며 말도 안 되는 민간요법으로 치료를 하듯 과거에도 흑사병이 유행하였을 때 비슷한 경우가 있다. 특히 화살을 잔뜩 맞아 서있는 남자의 그림, 조각 앞에서 병이 낫길 비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 남자가 바로 세바스티아누스이다.


세바스티아누스는 기독교를 박해하던 황제 시절 기독교 신자임을 숨기고 근위병이 되고 박해받는 동료를 돕기 위해 높은 자리에 올랐으나 결국 황제에게 들켜 화살에 쏘이는 벌을 받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적적으로 살아났으나 살아난 그는 도망가지 않고 직접 황제를 찾아 그를 비난한 뒤 스스로 순교를 하게 되었다.


흑사병이 유행할 때 특히나 세바스티아누스의 인기가 엄청나게 높았다. 화살을 맞고 살아났으니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다. 당시 유행한 역병 때문에 더욱 그의 조각, 그림을 가까이 두고 기도를 하는 유행이 돌기 시작했다. 그래서 세바스티아누스의 모습이 담긴 모습이 등장하는 작품은 주로 흑사병이 창궐했던 시기로 이해할 수 있다.


세바스티아누스는 그 외에도 다양한 관과 이유로 해석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세바스티아누스의 그림이 그려진 그림은 아직도 흥미로운 점이 많은 게 아닐까?


기묘한 미술관 책을 전체적으로 보면서 챕터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골라서 한번 리뷰를 작성해 보았다. 사실 설명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을 만큼 재미있는 내용도 많았었다. 작품을 관람하며 자기만의 해석을 더할 수 있다면 이 미술관의 해설사로서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라는 작가의 바람이 있었는데 작가가 원했던 것처럼 자신만의 주관적인 미술 해석을 가지게 되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덧칠 된 물감 아래 숨겨진 명화의 뒷이야기를 기묘한 미술관이라는 책을 통해 살펴보는 건 어떨까?

 

 

[박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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