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따뜻함으로 채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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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공기로 가득한 집 안에는 온기가 없다. 빠져나간 사람들의 흔적 또한 온데간데없다. 이제 나 자신만이 존재한다. 익숙한 공간 속에서 나 자신을 다시 만나다.
밤새 굳어진 몸을 깨우기 위해 스트레칭 전 유리 티포트를 꺼낸다. 티포트의 텅 빈 내부는 마치 지난밤 나를 에워싼 차가운 공기로 가득 차 있는 듯하다. 메마른 티백을 넣고 이곳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 넣어본다. 뜨거운 물을 부으니 그것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나의 표정이 보인다.
티백에서 우러나오는 색을 바라보니 내 몸이 벌써 풀리는 듯했다. 조심스레 티포트에 손을 갖다 대본다. 손 끝에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와 함께 코 끝 스치는 향은 나의 아침을 포근함으로 채운다. 찻잔에 따라 내어 수줍게 한 모금 입에 머금어 본다. 벌써부터 온몸과 마음 깊은 구석까지 따뜻함이 다가왔다.
이튿날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며 꽃병의 물을 갈았다. 이어 어김없이 차를 준비하려는 찰나, 미끄러운 손에 티포트가 깨졌다. 순간 밤의 찬 공기도 사방으로 함께 퍼졌다. 티포트를 채우던 수증기는 내 눈가의 눈물이 되었다. 끓는 물과 티백을 담아낼 방법도 더이상은 없다. 사람과 사물, 어느 것으로도 채우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로소 스스로의 사랑으로 나를 온전히 채워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이것은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지거나 깨질 이유도 없다. 오히려 이것은 앞으로 내가 죽는 그 순간까지 영원히 나와 함께 하면서 채워줄 수 있는 사랑이다.
어젯밤도 여전히 추웠다. 그러나 오늘 아침은 조금 특별하다. 며칠 전 내가 티포트에 부었던 끓는 물보다 내 자신에게 선사하는 끊이지 않는 따뜻함으로 가득 채워 나의 존재를 더 깊게 힘껏 우려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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