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직 한 사람을 위한 글, 손편지 [문화 전반]

새해엔 진심이 깃들어있는 손편지를
글 입력 2022.01.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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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추워져올 때면 작년의 어느 날처럼 편지지를 꺼내듭니다. 종이에 꾹꾹 눌러 담아 쓰는 글을 좋아하는 저는 매년 손편지를 쓰곤 합니다. 고마운 사람들에게 나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말로는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글로 써 내려갑니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활성화된 시대에 마음을 전하는 일만큼 손쉬운 건 없죠. 카톡으로, 메일로, sns로 내용을 쓰고 '전송'을 누르면 끝입니다. 하지만 화면 속 획일화된 폰트에선 온전한 마음을 읽어내기 쉽지 않습니다. '수고로움'이 없는 만큼 빠르게 잊히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저의 보물 상자를 열어보니 초등학생 때부터 받아왔던 생일 편지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떤 마음을 적어 보냈을까'. 편지봉투를 열고, 편지지를 펼치기까지의 그 시간은 참 설레는 것 같습니다.

 

편지지를 펼쳐보고 내용을 읽기 시작하면 그 시절 친구들과의 추억이 떠오르고, 꾹꾹 써 내려간 글씨들에선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어릴 적부터 손편지가 주는 따뜻한 기운이 퍽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 기분이 좋아 아직까지도 매년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빠르고 손쉬운 소통법으로 손편지가 많이 줄어들고 있는 요즘, 손편지의 의미는 더 소중해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몇 년간 주고받으며 느꼈던 손편지의 매력들을 이곳에 남겨보고자 합니다.



 

한 사람을 위한 글


 

손편지엔 그 사람의 마음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인쇄된 글자와 사람의 손글씨가 다른 이유는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다른 필기체와 얼마나 정갈하게 쓰려 노력했는지 또는 얼마나 빠른 속도로 썼을지, 글씨체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손편지엔 '수고로움'이 깃들어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받는 이를 생각하며 만들어지는 것이 손편지입니다. 우선 편지지를 고르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기념일에 따라, 받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편지지도 신중하게 고릅니다. 어떤 디자인의 편지봉투인지, 어느 정도의 분량으로 쓸 것인지, 많은 고민 끝에 편지지를 고릅니다.

 

이젠 편지지를 채우는 일입니다. 이 빈 종이를 채우는 일은 온전히 쓰는 이의 몫입니다. 한정된 자리에 하고 싶은 말을 고르게 잘 배치해서 써야 합니다. 펜을 들고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담아 써야 하죠. 손편지는 그런 정성에서 '당신을 생각하고 있어요'라는 의미가 깃듭니다.

 

또한 손편지는 sns나 문서파일처럼 마음껏 썼다 지웠다도 할 수 없습니다. 받는 이에게 도착하면 삭제할 수도 수정할 수도 없습니다. 편지를 받은 이는 그 편지를 꽤 오랜 기간 지니고 있기도 하며, 자주 펼쳐보며 힘을 얻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우린 더욱 신중하게 편지를 씁니다. 진심 어린 편지를 쓰기 위해서는 상대의 마음과 상황을 헤아려야 하고, 나의 마음을 정리한 후에 적어야 합니다. 손편지란 수고로움과 애정이 깃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한 사람을 위한 글입니다. 편지를 쓰는 동안은 온전히 그 한 사람만을 생각하게 되죠.

 

손편지는 그 따뜻한 마음이 깃들었기에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글인 것 같습니다.

 

 

 

진심을 전하는 최고의 글


 

손편지를 읽다 보면 고유한 그 사람이 읽힙니다. 보통 편지는 쓰다 보면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쓰기 마련입니다. 쓰는 이의 말투가 나오기 마련이고, 마음의 진심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편지를 읽다 보면 그 사람의 행동, 말투, 목소리가 떠오르며 직접 말해주는 느낌까지 듭니다. 기분 좋은 대화를 하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한 사람을 생각하며 써 내려간 진심이 담긴 편지를 읽고 나면 마음이 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겁니다. 관계의 거리가 가까워진 것이지요. 이렇게 마음이 전달되고 마음의 문이 열렸다면 진정한 소통이 시작된 것입니다.

 

영화 <백야행>에 출연했던 한석규는 처음에 어울리지 않는 배역이라 생각하여 캐스팅 제의를 거절했었다가 박신우 감독이 보낸 장문의 편지를 받고 영화에 출연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출연을 고민하던 배우들의 마음을 바꾸는 데는 손편지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 안에는 '진심'이 깃들어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도 이미 손편지가 진심을 전하는 최고의 도구임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관계를 다시 이어주는 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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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어떤 사람은 스쳐 지나가 잊히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오래 남아 마음을 주고받기도 합니다. 우리는 관계를 시작할 때 서로 '관계의 끈'을 나눠 쥡니다. 나에게, 상대에게 끈의 한쪽씩이 쥐어 쥐죠. 이 끈이 팽팽해지고, 단단해지고, 길어지는 것은 온전히 우리의 노력에 달려있습니다.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연락을 자주 하고, 애정을 주고받다 보면 그 끈은 팽팽해지고 단단해지겠죠.

 

손편지는 이 관계의 끈이 팽팽해지도록 합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상항 때문에, 흘러가는 시간 때문에 서로에게 소원해지기도 멀어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 손편지는 인연의 끈을 팽팽하게 만듭니다.

 

좋아했던 친구가 먼 지역의 학교로 가게 되었을 때, 만날 시간도 없어지고 서로 바빠지자 자연스럽게 연락도 뜸해지고 멀어져 갔습니다. 그럴 때 다시 우정의 끈을 이어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손편지를 써서 보냈습니다. 주로 학창 시절 함께했던 추억과 내가 좋아하는 너의 특별한 모습, 우리의 미래를 응원하는 말을 담았습니다.

 

편지를 전해주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친구는 감동을 받았다며 연락이 왔고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은 우리는 10년 넘게 지금까지 굳건한 우정을 나누며 지내고 있습니다. 놓쳐버릴 뻔했던 인연의 끈을 손편지가 잡아주었던 것입니다.

 

편지는 받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지지만 편지를 쓰는 이도 무척 즐겁답니다. '이 편지를 받을 때 어떤 표정일까', '어떤 기분으로 이 봉투를 뜯을까', '편지를 읽고 어떤 생각을 할까' 상대방에 대한 반응을 상상하며 혼자 웃기도 하고, '어떤 말을 써야 할까', '필요한 말이 무엇일까' 그 사람에 대해 온전히 고민하는 그 시간도 무척 의미 있는 시간이랍니다.


새해는 우리 주변의 관계를 생각해 보는 좋은 시기입니다. 통상적으로 덕담도 나누고 서로의 복을 빌어주는 시기죠. 이런 때에 카톡으로, 문자로 간편하고 빠르게 마음을 전하는 것도 충분히 좋은 방법이지만, 가끔은 특별하게 정성을 가득 담아 손편지로 마음을 전해보면 어떨까요.

 

마지막으로 도서 <기적의 손편지>에 나왔던 몇 구절을 내려놓고 가겠습니다.


 

 

당신을 기억합니다.


 

 

편지는 '내가 당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최고의 도구이고 허세가 아닌 진짜 나의 마음이며 고맙게도 그 진심은 감동으로 전해진다. 손편지를 한 번이라도 받아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종이 위에 꾹꾹 눌러 쓴 글씨들이 얼마나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지를 말이다. 그리고 이 넓고 넓은 세상에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가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적의 손편지>, 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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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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