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술관에서 멍때리지 않게 해주는 책 - 기묘한 미술관

미술 문외한도 흥미로울 기묘한 이야기들
글 입력 2021.12.30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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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있는 사람의 표본이라 하면 어떤 모습일까? 나는 미술관에서 예리한 시선으로 미술품을 감상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아마 내가 미술을 어려워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미술에 대한 지식이나 교양은 사실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기에 미술 문외한이라고 해서 티가 나지는 않는다. 다만 당사자인 내가 미술을 이해하고 볼 줄 아는 눈을 갖고 싶었다. 하지만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광범위한 시대와 서양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예술사는 쉽사리 도전하기가 어려웠다.
 
그런 내게 『방구석 미술관』이라는 책은 유쾌하고 친절하게 미술을 알려준 입문서였다. 쉽고 재미있게 서술된 예술 작품 이야기를 보고 교양 미술에 입문할 수 있었지만, 그 이후로도 여전히 미술 햇병아리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미술 작품을 볼 때 적극적으로 감상을 하고, 화가를 떠올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에 미술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내 발걸음을 『기묘한 미술관』이 마저 내딛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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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미술관』을 읽을 때는 전통과 권위가 있는 미술관에서 정사와 야사를 적절히 얘기해주는 숙련된 해설사와 함께하는 기분이 든다. 이 책의 지은이는 파리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문화해설사다. 미술 작품에 대한 전문지식과 애정을 바탕으로 쓰인 글들은 독자가 작품을 음미하고 이해하게 하고, 동시에 자유로이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기묘한’이라는 수식어에 맞게 작품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내용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술관에서 작품의 외관과 작가명, 그려진 날짜만을 볼 수 있지만, 그 뒤에는 훨씬 더 많은 이야기가 가려져 있다. 『기묘한 미술관』은 그 부분을 끄집어내 여러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려준다. 그래서 예술사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어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흥미진진하다. 내가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마음으로는 이해하지 못했던 작품들이 화가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나면 조금씩 마음으로도 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구성과 디자인이 큰 몫을 한다. ‘여행을 하기도, 미술관에도 가기 힘든 시기인데 흩어져 있는 명화를 한자리에 모아 전시하는 미술관이 있다면 어떨까?’ 생각했던 저자의 의도대로, 책을 읽는 이가 미술관을 걸어 탐방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우선 총 다섯 개로 나누어진 관이 미술관의 물리적 공간을 연상시킨다.
 
1관: 겉보기에는 아름답지만, 작품의 탄생 배경과 취향은 겉과 다른 취향의 방
2관: 역사적 배경이나 시대 상황을 알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명화가 가득한 지식의 방
3관: 누가 봐도 아름답다 느끼는 작품들과 새로운 아름다움을 제시하는 아름다움의 방
4관: 죽음과 함께 생을 보낸 화가들의 작품이 담긴 죽음의 방
5관: 아직도 작품에 대한 미스터리가 전부 해석되지 않은 흥미로운 작품들이 모인 비밀의 방
  
이렇게 각 관의 주제가 이해하기 쉽게 나타나 있어, 미술을 잘 몰라도, 어떤 포인트에 중점을 두고 이 작품을, 화가의 인생을 바라보아야 할지 노선이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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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각 관의 첫 장과 작가별 챕터 디자인은 갈피를 잃지 않도록 우아하게 안내해주는 느낌을 더해준다. 검은색, 저명도의 색감을 배경지로 깔고 작품을 위에 올려서 그림의 분위기가 한층 더 깊어지고 집중력은 높아진다. 중세시대 느낌의 문양을 곳곳에 깔아 두어 미술관 컨셉의 몰입도도 좋다.
 
크게 보면 좋은 주요 작품들은 책 양면 전체를 활용해 자세히 볼 수 있도록 크게 구성한 점도 좋았다. 사실 A4용지보다도 작은 책 속에서 미술 작품이 가진 매력과 디테일을 보는 건 어려운 일인데, 그러한 약점을 보완해 책을 읽는 독자가 아니라 미술품을 보는 감상자가 되게 만들어준다.
 
더불어 모두 유광의 종이를 사용해 색채와 실물감이 잘 느껴진다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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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미술관』은 저자, 내용, 디자인을 통틀어 봤을 때 미술 입문자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책이다.
 
그림에만 포커스를 두기보다는 그 그림을 그린 화가의 인생을 담고 있다. 그들의 삶은 대단하다기보단 생각보다 평범하기도 하고 때론 불쌍하게 보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화가들의 평범한 삶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된 독자가 그들의 그림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미술이 고차원의 교양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이 책을 통해 또 한 번 느꼈다. 나와 같은 미술 초심자들에게 가까이하고자 마음먹으면 언제든 가까워질 수 있는 게 예술이고, 그렇다면 『기묘한 미술관』을 통해 시작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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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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