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멜랑콜리와 무한한 슬픔 [음악]

Cool kids never have the time, 스매싱 펌킨스
글 입력 2021.12.2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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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앨범들이 있다. 처음 들었을 때는 감흥이 없어 시큰둥하게 플레이리스트에서 지워 버리지만, 시간이 흐르고 다시 들었을 때 이 앨범을 알아보지 못한 지난날의 나를 후회하게 되는 앨범들 말이다.

 

스매싱 펌킨스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는 나에게 그런 앨범이다.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는 어두운 시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앨범이다. 불빛이 함께 있다면 더욱더 좋겠다. 가로등 켜진 강변을 걷거나, 방에서 무드등을 하나 켜 놓고 듣기 좋은 앨범이다.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는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90년대 미국의 얼터너티브 록밴드이다. 90년대 록 음악을 생각하면 보통 너바나, 펄 잼, 앨리스 인 체인스 등 시애틀 기반의 그런지록을 떠올리기 쉬운데, 스매싱 펌킨스는 그런지록으로 분류되는 밴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명반을 남겨 아직도 회자되는 밴드들 중 하나다.

 

스매싱 펌킨스는 기타리스트이자 보컬인 빌리 코건을 필두로 결성되었는데, 싱글 발표 이후 1집 [Gish], 2집 [Siamese Dream]을 거쳐 이 글에서 소개할 앨범인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를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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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매싱 펌킨스는 크게 사이키델릭한 얼터너티브 록 밴드로 분류되지만, 음악에 있어 매우 다양한 장르를 시도한 밴드이다. 기타의 노이즈를 활용한 사이키델릭한 사운드가 가장 큰 특징이지만, 미국의 인디록에서 영감을 받은 멜로디를 자주 사용하기도 했다.

 

특히 3집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 앨범에서는 서정적인 사운드의 곡부터 강한 비트의 하드록적 사운드를 가진 음악까지 매우 폭 넓은 사운드의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는 1995년 10월 발매된 스매싱 펌킨스의 3집 앨범이다.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 앨범은 2CD 구성으로, 한 CD 당 14곡이 수록되어 총 28곡으로 구성된 앨범이다.

 

이 앨범은 발매 첫 주에 빌보드 2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천만 장 이상 판매되고 1997년 그래미 시상식의 7개 부분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상업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흔히 스매싱 펌킨스의 대표곡이라 여겨지는 [1979], [Tonight, Tonight] 등의 곡이 모두 이 앨범에 수록되어 있으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매싱 펌킨스의 곡에 속하는 [Love][To Forgive] 또한 해당 앨범에 수록되어 있다.

 

 

 

 

 

1979


 

1979는 아마 스매싱 펌킨스의 노래 중 가장 잘 알려진 노래일 것이라 생각한다. 1979는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노래다. 웅웅 울리는 사운드에 익숙해지고 나면, 1979는 음악을 따라 우리를 목적 없는 어딘가로 안내한다. 전체적으로 미니멀한 멜로디 구성을 가진 이 노래는 없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Shake down nineteen seventy nine, Cool kids never have the time”이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이 곡은 스매싱 펌킨스의 곡답게 시적인 가사로 가득 차 있다. 뮤직비디오를 보며 이 노래를 들으면 나에게는 존재하지도 않는 90년대 미국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다니는 유년 시절에 대한 그리움마저 생긴다. 1979는 정확한 목적지는 모르지만, 무작정 어딘가로 떠나고 싶게 하는 곡이다.

 

밴드의 보컬이자 이 곡을 작곡한 빌리 코건은 1979의 영감이 되어준 요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18살 때 쯤이었고, 저희 집 가까이 있는 길을 차를 타고 가던 중이었죠. 정말 심한 폭우가 내리고 있었어요. 일리노이주에만 있을 법하게 그런 우울한 비였습니다. 전 빨간 불이라 차를 멈춘 채 앉아 있던 게 기억나요···대단히 화려하게 들리지는 않겠지만, 그게 특별한 감정적 의미를 가졌죠···그리고 아직 완전히 다다른 건 아니지만, 원하는 게 바로 가까이에 와 있다는 그런 느낌이죠. 제 느낌이 명중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어요.”

 


 

 

 

Love


 

Love는 내가 스매싱 펌킨스 3집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다. 이 곡은 “Love, Love it's who you know”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매우 중독성 강한 훅을 가지고 있다. 스매싱 펌킨스의 다른 히트곡들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축에 속해 괜스레 내가 아쉬운 감정이 드는 곡이다.

 

 

Machine gun blues, her vacant rush is so steel

I'm unaware, lost inside your visions

I got mine too over, I got mine and I got you

Cause I know you, you're love

It's what you wanted to see, it's who you wanted to be

For what you needed to need, she'll make it up

Love, Love it's who you know

 

 

 

 

 

Tonight, Tonight


 

Tonight, Tonight은 1797와 더불어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 앨범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곡 중 하나다.

 

Tonight, Tonight은 스트링 사운드를 통해 웅장한 느낌을 주며 곡을 여는데, 이 스트링 사운드는 실제로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녹음해 준 것이다. 이 스트링 사운드는 곡의 후렴구에서도 다시 등장한다. Tonight, Tonight은 전체적으로 서정적인 분위기를 가진 곡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곡의 분위기가 고조되는 뮤지컬적인 전개를 펼치는 곡이기도 하다.

 

Tonight, Tonight은 독특한 뮤직비디오로도 화제를 모은 곡이다. Tonight, Tonight의 뮤직비디오는 조르주 멜리에스의 1902년 작 “달나라 여행”을 모티프로 해 제작되었고, 1996년 MTV 비디오 어워드에서 올해의 비디오 등 총 6개 부분에서 뮤직비디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곡 특유의 사이키델릭하고 몽환적인 분위기와 뮤직비디오가 잘 어우러진다. 몽환적인 사운드 속 Tonight, Tonight의 가사는 슬프다. 젊은 시절의 한 조각을 남겨두지 않고는 절대 떠날 수 없다는 가사는 삶을 여러 번 곱씹게 한다.

 

 

Time is never time at all

U can never ever leave

without leaving a piece of youth

And our lives are forever changed

We will never be the same

The more you change the less you feel

Believe,

believe in me, believe

Believe

that life can change That you’re not stuck in vain

Were not the same, were different tonight..

Tonight, so b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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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는 제목에 충실한 앨범이다. Mellon Collie의 바른 표기법은 Melancholy이다. 구슬프고 우울한 이라는 뜻의 멜랑꼴리와 무한한 슬픔을 제목으로 한 앨범 답게,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은 어딘가 구슬프며 서정적인 동시에 아프다.

 

하지만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는 우울하지 않다. 슬픈 노래에는 종류가 있다. 듣는 이로 하여금 극한의 슬픔에 동화되게 하는 곡과 슬프지만 위로를 건네며 희망까지 주는 듯한 곡.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의 수록곡들은 후자에 속한다. 센치해지는 밤, 우울한 추운 날에 나는 이 앨범을 유독 많이 찾았다. 트랙 순서대로 들으며 정처 없이 걷다 보면 무거웠던 마음이 많이 가벼워져 있었다.

 

스매싱 펌킨스의 노래들은 슬프지만 따뜻하다. 그리고 그런 음악은 참 드물기에 스매싱 펌킨스의 음악은 소중하다. 연말, 한 해를 마무리하며 슬프지만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면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를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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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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