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파라파냐무냐무, 우릴 냠냠 먹겠다는 건가봐! [도서/문학]

글 입력 2021.12.1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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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 이후 동화책을 혼자 찾아서 읽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마지막으로 동화책을 읽어본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10년도 훨씬 전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기억하던 동화책은 단순하고, 따분한 것이었다. 아이들은 쉼 없이 성장했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들고 있던 책은 동화책에서 순식간에 소설책으로 넘어갔다.


그렇게 동화책에서 소설책으로 넘어가기 직전, 내가 마지막으로 느꼈던 동화책의 특징은 이랬다. 첫 번째, 그림에서 물감 냄새가 많이 난다. 두 번째, 휴먼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만큼이나 감동적이다. 어떻게 해서든 아이들에게 감동과 교훈을 주려고 노력한다. 물론 모든 동화책이 그럴 리가 없고, 다만 머리 좀 큰 내가 '동화책은 이제 지루해'라며 어른인 척 할 때 느꼈던 감상들이다. 하지만 때때로 틀린 감상이 인생의 대부분 동안 변하지 않을 때가 있다.


우연히 최근에 다시 동화책을 볼 일이 생겼다. 동화책 특유의 단단한 표지와 큰 사이즈를 보니 그리운 느낌도 들었다. 다만 놀랐던 것은, 내가 과거에 봤던 그림책보다 훨씬 더 세련되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그림책이라고 변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동화책은 이지은 작가의 '이파라파냐무냐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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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화책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아기자기한 캐릭터들과 그림이었다. 보들보들한 얇은 선과, 나긋하고 말랑해 보이는 하얗고 동그란 캐릭터들. 조그마하고 아기자기한 이 캐릭터들은 자신이 마시멜로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기 위해 이름까지 '마시멜롱'이란다.

 

마시멜롱들과 함께 나오는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 '털숭숭이'도 마찬가지다. 큼직하고 검은 몸체에 노란 눈은 분명 마시멜롱들과 대비해서는 무서운 외형에 속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귀엽고 부드러워 보이는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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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날 마시멜롱들이 사는 마을에, 검고 크고 복슬복슬한 생명체가 나타난다. 그 생명체는 아주 무시무시하게 생겼는데, 큼직한 목소리로 '이파라파냐무냐무'라고 이야기한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큰 생명체를 보며 두려움에 떨던 마시멜롱들은 다 함께 모여 '이파라파냐무냐무'의 말뜻이 무엇인지 추측한다. 그렇게 내려지는 결론이 '우리 마시멜롱들을 냠냠 맛있게 먹겠다는 말이다'였다. 어쩌면 우리 사랑스러운 마시멜롱들을 핫초코에 넣어서 달달하고 맛있게 먹어버릴지도 몰라!


그때부터 마시멜롱들은 저 검은 털숭숭이를 무찌르기 위해 노력한다. 다 함께 힘을 합쳐 붉은 실로 털숭숭이가 자는 동안 묶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몸보다 몇십 배는 되어 보이는 털숭숭이를 제압하기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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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어느 용감한 마시멜롱 하나가 나타난다. 털숭숭이가 정말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지 잘 모르겠다며, 혼자서 용감하게 털숭숭이에게 다가가 진실을 알아내고자 한다. 그리고 털숭숭이가 그토록 외치는 '이파라파냐무냐무'가 무슨 의미인지, 어째서 계속 이파라파냐무냐무를 외치는 것인지.


결론적으로 털숭숭이가 외치던 '이파라파냐무냐무'는 '이빨아파 너무너무'였다. 충치가 생긴 털숭숭이는 누군가 자신의 이빨을 깨끗하게 해주기를 바라며 울고 있던 것이었다. 그 사실을 눈치챈 마시멜롱들은 힘을 합쳐 털숭숭이를 양치시켜줬고, 모두가 행복해진다.


이 동화책에서는 크게 세 개를 이야기하고 있다. '선입견', '동조현상' 그리고 '용기'다.


자신과 다르게 생겼다고, 크고 검다고, 그리고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한다고 무작정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해버린 마시멜롱들. 실제로 털숭숭이는 그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음에도 마시멜롱들은 힘을 합쳐 털숭숭이를 제압하기 위해 노력했다. 거기다 누군가 한 명이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한다'는 말을 하자 그것에 대한 어떤 근거도 없음에도 바로 받아들이고 그것이 맞다며 인정해버린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진실되게 털숭숭이를 이해하기 위해 나선 용감한 마시멜롱 덕분에 마시멜롱 마을과 털숭숭이에게는 행복과 평화가 찾아왔다.


느긋하고 아기자기한 마시멜롱들의 시시각각 변하는 극적인 (그리고 너무 사랑스러운) 표정들과 무던하고 보송한 털숭숭이의 본심에 집중해서 동화를 읽다 보면, 어느새 마음 한 켠이 몽글몽글 따뜻해지고 만다. 그리고 동시에, 이 동화에서 심플하고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메세지들에 문득 스스로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 내가 평소 갖고 있던 선입견과,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맞아 동조하던 날들. 그리고 그 와중에 혼자 용감히 나설 수 있었을까에 대해 의문이었던 순간들.


이 동화를 읽고 나서 생애 처음…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2학년 이후 처음으로 나의 의지로 서점에서 다른 동화책을 찾아 읽어봤다.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은 것이 당연히 바뀌어야 하는데, 이렇게 꼰대가 되어버리는 걸까 걱정도 되면서, 새로운 관심사가 생겨났다는 사실을 마음껏 기뻐했다.



 

[김혜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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