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잘 만든 퀴어영화? 잘 만든 느와르 영화? - 불한당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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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믿지 마라. 상황을 믿어야지, 상황을.’
범죄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재호와 세상 무서운 것 없는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는 교도소에서 만나 서로에게 끌리고 끈끈한 의리를 다져간다. 출소 후, 함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의기투합하던 중, 두 사람의 숨겨왔던 야망이 조금씩 드러나고, 서로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들의 관계는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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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이야기 하면서 두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하나는 믿음에 관한 이야기이고 하나는 영화가 가지고 있는 '퀴어스러움'에 대한 이야기이다.
믿음 소망 사랑 그 중에 제일은?
나는 사람을 잘 믿는 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의 선함을 믿는 편이다. 덕분에 뒤통수도 맞아봤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은 본디 선하다고 믿는다. 그러니까 사람의 본성은 선하지만 이해관계에 따라서 나쁜 사람이라고 칭해질 수도, 착한 사람이라고 칭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내가 사람을 잘 믿는 편이라고 해서 사람을 믿는 것이 무조건 좋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극 중에서 재호는 말한다. “사람을 믿지 마라. 상황을 믿어야지, 상황을.” 하지만 현수를 믿었고 그 믿음으로 파국으로 치달아버린 사람이다. 현수 역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어머니를 살릴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재호에 대한 믿음이었다. 그리고 그 믿음이 깨지면서 역시 파국으로 치닫고 말았다.
따라서 이 이야기는 믿음과 배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캐치프라이즈 역시 ‘믿는 놈을 조심하라!’인 만큼, 믿음과 배신이 이 영화의 중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재호와 현수 이외에도 등장하는 여러 사람들이 믿고 배신당하고를 반복한다. 그리고 그 때마다 관객은 생각하게 된다. 사람을 믿지 말고 상황을 믿었어야 한다고.
믿음은 양날의 검이다. 누군가를 믿는다면 배신당할 각오 역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믿음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그러니까 그들 사이의 신뢰와 믿음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믿음, 소망, 사랑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지만 사랑은 믿음을 기반으로 하므로 결국 제일은 믿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상업성에 숨겨진 퀴어 느와르
퀴어 영화는 특유의 분위기나 정서를 가지고 있다. 적어도 내가 본 퀴어 영화들은 그랬다. 하지만 불한당은 그에서는 약간은 벗어나있다.
흔히들 만들어내는 남성 위주의 상업 느와르 영화 같으면서도 그 안에서의 여성 캐릭터를 흔치 않은 캐릭터로 그려내는 한편 남성 주인공 둘의 관계를 사랑과 특별한 우정 사이 그 어딘가로 그려낸 것이다.
이런 관계성을 드러내는 대에는 디렉팅이 한 몫 했다고 한다. 재호 역할의 설경구 배우에게는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현수 역할의 임시완 배우에게는 해당 키워드를 주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둘의 관계는 어딘지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흐른다.
관객은 그 둘의 관계가 일반적인 우정의 관계에서 벗어나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결말에 가서는 그들의 어긋난 사랑에 관해 슬퍼하게 되고 곱씹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묘한 관계를 극중 대사에서는 ‘감겼다/감는다/감긴다’라고 표현했다. 이 과정을 색감으로 나타내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운데, 초반에는 노란 색이던 색감이 점점 푸르게 변해가는 과정에서 둘 사이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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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은 상당히 잘 만든 영화이다. 상업적인 느와르 영화로도 괜찮은 영화이며, 느와르 영화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의 퀴어스러움 또한 갖추고 있다. 그래서 팬층이 두껍고 아직도 ‘불한당’하면 그때의 감동을 곱씹는 사람이 많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혜원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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