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올해의‘ 어워즈와 함께 연말을 맞이하기

글 입력 2021.12.12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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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다가오는 연말을 어떻게 맞이하고 계시는가요?

 

저에게 올해는 정신없는 한 해였습니다. 졸업과 취업을 동시에 준비하면서, 분주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난생처음 사회생활다운 사회생활도 겪어보고, 난데없이 진로 고민이 빠져 보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일을 관통하는 것은 ‘빠른 속도‘였습니다. 네, 사실 올해의 저는 엄청나게 조급했던 것이죠. 조급한 마음 때문에 잠시도 쉬지 않고 일을 벌이느라, 손 틈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듯 한 해의 시간이 빠져나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말은 참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저도 연말에 다다라서는 잠시 멈추어서 한 해를 돌아보게 됩니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참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요. 올해에도 저를 사로잡은 말은 ‘일상’이었어요. 쳇바퀴 같은 일상이 말도 안 되는 속도로 굴러가는 와중에, 제가 가꿀 수 있었던 것은 하루하루의 소소한 일상이었습니다. 저를 웃게 해주었던 일, 힘을 내게 해주었던 일, 마음을 쉬게 해주었던 일은 모두 일상에 있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매년 연말연시에 꼭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일기를 남기는 것인데요. 올해를 몇 문장으로 압축하고, 새해의 다짐을 고르는 시간입니다. 그것을 모아보면 재미있는 기록이 됩니다. 보통은 새해에 관한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게 됩니다. 올해는 어떻게 보내야지, 어떤 것을 이루어야지 하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올해에는 좀 다른 기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바로 이미 다 지나가 버린 ‘올해’에 대한 기록인데요. 참 많은 일이 있었던 만큼, 기억하고 싶은 것도 많았던 한해였거든요. 어떤 것들은 미처 충분히 맛보지 못하고 지나가 버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올 한해를 돌아보고 기록할 수 있는 가장 멋진 방법을 찾고 있었어요. 운이 좋게도 최근에 보았던 유튜브와 책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어서, 여러분과도 공유하려고 합니다.

 

그 방법은 바로 혼자만의 ‘올해의 어워즈'를 개최하는 것입니다. 올해 나에게 있었던 최고의 무언가를 뽑는 것이죠. 수상 부문은 자기 마음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저는 올해의 어워즈를 최대한 소소한 것에서 뽑아보려고 합니다.

 

제가 이런 기록을 남기게 된 건 아쉬움 때문이에요. 올해의 큼직한 사건들은 가만히 있어도 기억이 납니다. 캘린더에, 메모 앱에, 다이어리에 잊지 못하게 굵직하게도 적어 놓았으니까요. 그러나 캘린더에도, 메모 앱에도, 다이어리에도 적히지 못했지만, 저에게 중요했던 것들이 있지 않을까요. 먼 미래에 올해를 돌아봤을 때, 올해를 가장 생생하게 기억나도록 하는 건 그런 데에 있을 텐데요.

 

제가 뽑은 올해의 어워즈 몇 가지 수상 부분을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하찮고, 별거 없고, 시시하지만 소중한 기록을 만들기 위해 작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올해의 선물: 러쉬 TURMERIC LA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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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받은 선물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선물을 꼽았어요. 소중한 사람에게 받은 러쉬의 바디 스프레이 TURMERIC LATTE입니다.

 

저는 향수나 바디 미스트를 좋아하고 관심도 많은 편인데, 불행하게도 보통은 머리가 아파서 잘 사용하지 않아요. 향수 쇼핑은 거의 성공한 적이 없죠. 처음에는 분명 마음에 들어서 샀는데, 막상 뿌리고 하루를 보내면 속이 울렁거린 적이 대부분이었거든요.

 

TURMERIC LATTE는 바닐라 향과 절에서 나는 향냄새가 섞인 듯한 바디 스프레이에요. 제가 이 선물이 기억에 남았던 건, 뿌려본 향 관련 제품 중 처음으로 머리가 전혀 아프지 않았던 제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선물을 받고 나서야, 그동안 제 몸에 받지 않는 향을 모으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선물의 정말 ‘선물 같은’면이 이런 거 같아요. 평소에 나라면 시도해보지 않았을 것들을 시도해보고, 거기에서 보물을 만나기도 하는 것 말이죠.

 

 

 

올해의 음악: Antifree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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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올해의 음악을 뽑기 어려운 해였습니다. 공연도 많이 가지 못하고, 페스티벌도 많이 가지 못하고, 새로운 아티스트와 음악을 만날 일이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도 올해 발견해서 많이 들었던 음악이 Antifreeze 였습니다. 백예린 님의 올해 나온 음반에서 발견하여, 원곡인 검정치마 님의 음악까지 즐겨 듣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 음악을 좋아하게 된 건 가사 때문이에요.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면서 쓸 수 있는 가사 중에 이것처럼 로맨틱한 가사가 있을 수 있을까요. 어떤 시련과 역경이 와도 마냥 따뜻하고 행복한 동화 같은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한 가지 재밌었던 건, 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노래를 들으면서 가사는 들여다보지도 않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랬던 제가 가사를 보고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게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역시 사람은 계속 변하나 봅니다.

 

 

 

올해의 음료: 아샷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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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처럼 아샷추의 사진이 한 장도 없네요. 대신 출근길 사진을 첨부합니다.

 

 

아이스티에 샷 추가. 유행처럼, 혹은 도시 괴담처럼 소문이 난 지 꽤 된 레시피입니다.

 

저도 처음에 들었을 땐 경악을 했던 레시피인데요, 한번 맛을 들이고는 반해서 자주 사 먹었어요. 쓴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 우유가 들어간 커피는 텁텁하고 배가 아픈 분들께 추천하는 음료입니다. 취향에 맞으실지는 보장할 수 없지만요.

 

특히 올해 초 인생 처음으로 한 회사에서 인턴십을 하게 되었을 때였어요. 회사 1층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아침마다 아샷추를 한 잔씩 시켜서 올라가는 게 출근길의 행복이었어요. 올 초의 겨울이 저에겐 유독 춥게 느껴졌었는데, 언 손에 굳이 아샷추를 쥐고 마시던 차가운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나요.

 

짧았지만 첫 직장생활은 괴로움과 즐거움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요. 갑자기 쳇바퀴처럼 변한 하루가 괴롭기도 했고, 또 회사 동료들과 소소한 즐거움이 감사하기도 했어요. 마치 아샷추의 맛처럼 달기도, 쓰기도 했던 기억 때문인지 유독 기억에 남아 올해의 음료가 되었습니다.

 

 

 

올해의 소비: 모나미 153 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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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을 하게 되면서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생 시절보다는 조금 더 여유가 생겼어요. 예전에는 비싸다고 생각해서, 낭비처럼 생각이 되어 지나쳤던 것들을 하나씩 사보게 되었는데요, 그중 하나가 이 볼펜입니다.

 

이 볼펜이 그렇게 비싼 건 아니에요. 그래도 예전에는 20,000원으로 볼펜을 사는 게 아깝게 생각되었어요. 마음에는 들지만 사기는 아깝다고 생각만 하다가 올해에는 그냥 사버린 거죠. 여러 가지 버전의 디자인 중 신중하게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고, 또 신중하게 한자로 각인까지 넣었습니다.

 

디자인, 필기감 모두 만족하는, 최근까지도 가장 자주 쓰고 있는 펜이에요. 최저가와 가성비가 아닌 것에서 행복을 느꼈던, 별거 아닌 경험입니다.

 

 

 

올해의 발견: 604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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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주말에 대학로에 헛걸음을 한 적이 있었어요. 주말 오전부터 편도로 한 시간 가까이 걸려서 간 길이었는데 허탈한 마음이었죠.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또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을 가야 하더라고요. 한숨이 먼저 나왔죠. 그때 탔던 버스가 604번 버스였어요.

 

몰랐는데 이 버스는 제가 대학 생활 동안 자주 다니던 동네를 모조리 통과하는 버스였어요. 창문 밖으로 저의 대학 생활을 브리핑해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풍경들이 지나갔습니다. 동아리 경쟁 PT를 위해 드나들던 대학로, 팀플을 하러 왔던 충무로, 친구들과 자주 모이던 을지로, 주로 데이트하던 신촌역, 요즘 매일 출근하는 광화문까지 서울을 참 구석구석도 훑고 가는 버스였습니다. 그날따라 한산하던 버스 안, 좋은 날씨의 햇살을 받으면서 보냈던 시간은 올해 가장 행복했던 주말 오전의 기억 중 하나였어요.

 

항상 생각한 대로만 되었으면 하는 게 제 마음이었지요. 올해는 여유가 없어서 더 그랬겠지만요. 604번 버스는 아무리 완벽해지려 노력해도 생각지 못한 일은 생기고 만다는 점, 그렇지만 그렇게 마주친 우연한 순간에도 행복이 숨어있다는 점을 가르쳐주는 버스처럼 느껴졌어요. 올해 제가 발견한 것 중 가장 가치 있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다가오는 해에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순간에도 조바심 내지 않고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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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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