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 너에게

글 입력 2021.12.03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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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픔을 안다. 살아오면서 상처 투성인 너 자신의 모습을 얼마나 수없이 마주했는지를 말이다.

 

첩첩산중 산기슭에 숨어 고개를 땅에 떨구며 울었던 네 눈물을 기억한다. 마지막 눈물 한 방울마저 개천 바람에 저 멀리 흘려보내고자 했던 너의 애달픈 숨결을 기억한다.


누구 하나 네 상처를 볼세라 숨었다가도 한편으로는 간절히 내보이고 싶었겠지. 때로는 너의 깨어진 그 모습 있는 그대로 바라봐줄 수 있는 누군가를 그리곤 했지만 너는 또다시 상처를 입고 더욱 잘게 깨졌다.


"나 그래서 아팠어. 많이 힘들었어."라는 그 단순한 말 한마디 운을 떼는 것조차 너에게는 녹록지 않았다. 더욱이 세월이 흘러 점차 입을 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너는 세상에 떠돌아다니며 여전히 스스로 마음을 어루만져줄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고 있겠지.


아기는 태어나 처음 만난 세상에 대해 미움과 경멸을 품고 자랐다. 나이가 들어서도 엄마를 찾고, 아빠를 찾는다. 학교 친구들에게 따돌림당했을 때, 혹은 형제들의 모진 매질로 피투성이가 되었을 때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아빠는 내 옆에 없었다. 말없이 뒤에 오롯이 숨을 수 있는 엄마도 없었다.

 

왜 너는 혼자 감당하기 힘든 깊은 상처의 고름을 쥐어 감싼 채 지옥의 불구덩이로 다시 뛰어들어야만 했을까.


아이는 자신의 존재가 있는 그대로 소중한 것임을 알지 못했다.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언제나 일하느라 바쁜 부모의 성실한 자녀가 되어야만 했다. 너에겐 실수라는 것은 없어야 했고 늘 완벽한 존재여야 했다. 그래서 항상 세상의 모든 고통과 긴장을 온몸으로 겪어야 했다.


너는 외로웠다. 죽을 만큼 외로웠고 지금도 그렇다. 그래, 사람은 모두가 다 상처받고 외로운 존재라는 말은 여전히 네겐 조금도 위로가 되지 않겠지. 오히려 언제부턴가는 너 스스로 되뇌며 원래 그런 것이라며 당연시 했을 거야.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너도 모르게 똑같은 말을 하겠지.

 

사랑도 위로도 받아본 적 없는 너는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20211203_가장 아름다운 사람, 너에게(워터마크).jpg


  

하지만 이제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너를 잘 아는 이는 네 자신. 네가 흘린 눈물과 가슴 속 상처의 깊이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하기에 그 누구의 위로와 따뜻함으로도 채울 수가 없다. 수없이 눈물을 닦아내던 너의 손만이 기억하지 않니?


보석같이 떨어지던 네 눈물은 이제 또 다른 생명의 씨앗이 된다. 지금 나는 네 품속에 심은 씨앗을 바라본다. 그것으로부터 다시 태어날 또 다른 너를 만날 날을 기다리며 기도한다. 스스로 틔운 싹이 너의 따뜻한 온기를 품으며 세상 가운데 가장 너다움으로 한껏 피어오르기를.

 

사랑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너다운 모습을.

 

 

 

컬쳐리스트_권은미.jpg

 

 

[권은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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