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농구 좋아하세요? 하고, 보고, 즐기는 농구 이야기 [운동]

농구는 언제나 옳다
글 입력 2021.12.0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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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 퉁 슛 철썩.

 

다시, 퉁 퉁, 점프 그리고 슛 철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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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블을 칠 때마다 나무 바닥에 울려 퍼지는 그 둔중한 소리가 좋다. 점프하는 찰나의 순간, 들어 올린 공이 눈을 지나 머리를 거쳐 마침내 손에서 뻗어 나온다. 공이 아름다운 호를 그리며 완벽하게 그물을 통과할 때, 비로소 시선을 거두고 쿨하게 돌아선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그 클러치 타임을 다시 느끼기 위해, 우리는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다시 코트로 향한다.


초등학교 5학년 처음 농구공을 잡은 순간, 이토록 농구에 매료될지 그때의 나는 알았을까. 이 글은 내가 농구를 하고, 보고, 즐기는 방법에 관한 짧은 이야기이며, 10년간의 농구 인생에 바치는 헌사다(너무 거창한 표현이라면 회고 정도로 받아들여 주시길).

 

 

 

바스켓볼 다이어리: 혹은 농구를 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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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되짚어 보자. 초등학교 5학년, 친구들과 간 농구 학원에서 만진 농구공의 감촉은 매우 부드러웠다. 처음 공을 튀겨보고, 슈팅을 던지며 즐거운 나날을 보냈지만, 단지 친구들과 어울려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던 내게 농구는 관심 밖의 이야기였다. 그래도 꾸준히 다니다 보니 실력은 올랐지만, 중학교 올라가는 무렵 전학하게 되며 학원 역시 그만두게 된다.


다시 인생에 농구가 중요하게 등장하는 고등학교 시절. 짬이 나는 점심, 저녁 시간 학생들은 체육관에 모여 농구를 했다. 4대4 게임을 하던 그때는 모두가 농구에 진심이었다. 그리고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반 대항 농구대회, 아이들은 그 열기에 빠져 있었고 나도 그중 하나였다. 서로의 기숙사 방에 모여, 어떤 전술을 사용할지, 누가 누구를 수비해야 하는지를 토론 밤새 열을 내며 토론했다. 덕분인지 2년 연속 4강에 진출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첫 3점 슛을 성공시키고 체육관에 울려 퍼지던 환호를 들었다. 고양감이 온몸을 감싸고, 난 이 HIGH한 순간이 지속하길 간절히 빌었다. 그 이후 농구를 하면 언제나 그 시간을 다시 사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영원할 것 같던 고등학교 친구. 같은 공간이라는 매개가 없어지자 서서히 그들과 멀어졌다. 같이 농구 하자 연락해도 거절하던 친구들에게 은근히 서운함을 느끼던 때, 혼자 공원 농구장에 나가 공을 던졌다. 아무도 없는 농구장에서 혼자 공을 던지며, 느끼는 여유롭게 평화로운 일상. 이렇게 안식을 취할 수 있는 ‘혼농’의 재미를 붙여 종종 공을 들고 코트로 나와 시간을 보내곤 했다.


약 2년여 간의 군 생활을 하며 날 위로해주던 것도 농구였다.


간부들에게 혼나고 우울한 기분에 몸을 움직여 차고 옆 농구대로 가, 공을 들어 튀긴다. 리듬을 느끼고 무릎을 굽혀 뛰어오른다. 손끝으로 공의 감촉을 느끼며 어깨를 펴 던진다. 철썩, 공이 그물을 타고 떨어지는 소리. 바람 소리 아니 파도 소리처럼 들린다. 이 과정을 반복한다. 공을 바스켓에 넣는 단순한 행위. 한 가지 목표에 집중하는 일점(一點)으로 모이는 의식, 그 단순한 열정. 오랜만에 농구공을 잡으면 항상 그 매끄러운 질감에 복잡한 마음이 일순 풀어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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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백 번쯤 던졌을까. 농구대 옆 벤치에 앉아 잠시 쉬며 해거름의 논을 봤다. 허수아비가 웃으며 흔들리고 있었다. 광막한 공간이었다. 시야엔 너른 대지가 펼쳐져 있었고 바람은 시원히 내지르듯 불어 귓불을 가볍게 스쳤다. 땀이 마르며 한기가 느껴졌다.


이것이 내 스물둘의 순간이었다. 이렇게 나의 군 생활과 20대가 가고 있었다. 바람을 타고 눕는 저 풀들을 보며, 이 장면이 내 기억 속에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하나의 인상이 되리라 생각했다. 저 풀들과 농구공을 떠올리며 오로지 하나의 점으로 질주하는 그 물성을 가진 것들이 부러워졌다.


그래, 나의 고민은 얽히고설켜 복잡했지만 하나의 것으로 귀결됐다. 시간이라는 물결의 도도한 흐름 속에 순간을 영원처럼 후회 없이 보내는 것. 이제 난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고, ‘삶의 모든 순간에 충실해지자’는 그 단순한 신조를 믿는다. 그 믿음과 함께 시간의 이편에서 저편으로 천천히 그리고 분명히 걸어가고 있다.


그렇게 농구는 내가 인생을 조금 더 단순하게 바라보도록 이끌었다.

 

 

 

보면서 즐기는 농구의 재미, NBA와 콘텐츠


 

농구를 즐기는 방법에는 하는 것만이 있는 건 아니다. 농구를 직접 하지 않더라도, 농구 경기 관람하거나, 농구 관련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법으로 농구를 즐길 수 있다. 필자 역시 오랫동안 농구를 즐길 수 있었던 데에는 농구 자체의 매력도 있었지만, 농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함께 향유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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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창 농구에 빠져 있던 고등학교 2학년, 날 농구의 세계로 더 몰입시킨 장본인이 있었다. 바로 NBA 스타 스테판 커리. 물론 스테판 커리는 지금도 NBA의 간판스타지만, 공교롭게도 고등학교 시절 난 커리의 시대를 살고 있었다. 최초의 만장일치 MVP, 한 시즌 3점 슛 기록 402개는 자신이 다시 깨지 않는 한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을까, 감히 짐작해본다. 르브론 제임스와 카이리 어빙이 원투펀치로 있는 클리블랜드 캐빌리어스, ‘Splash Brothers’ 커리와 클레이 탐슨이 이끄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라이벌 구도. 그리고 그 두 팀 간의 3년 연속 파이널 매치는 농구를 좋아했던 당시의 고등학생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수도 없이 돌려봐, 해설자의 대사까지 외울 정도가 된 스테판 커리의 오클라호마시티전 영상. 이전까지 농구 경기를 보며 전율을 느낄 정도의 경험은 없었다. 이 경기를 라이브로 본 날, 아마 평생 난 그날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연장전 마지막 3초, 커리가 하프라인을 거의 넘기자마자 장거리 3점 슛을 던지고 그걸 성공시켰을 때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간간이 NBA를 시청하다, 이 경기를 기점으로 완전히 빠져버렸다.


당신도 커리의 영상을 통해, 한계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는 NBA 선수들의 뛰어난 플레이에 입문해보는 건 어떨까.

 

2. 농구인들에게 바이블로 통하는 콘텐츠 하나가 있다면, 그건 두말할 것도 없이 <슬램덩크>다. 이제 나온 지 30년이 넘은 슬램덩크가 아직도 인기 있는 비결이 뭘까. 그건 아마 꿈과 열정을 좇는 청춘 이야기에 대한 공감이 세대가 달라져도 변치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 주인공 강백호와 북산 농구부 학생들이 농구대회에 나가며 실력과 내면의 성장을 이룩하는 내용을 담은 <슬램덩크>. 이 만화 속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와 그 캐릭터마다 개성적인 스타일을 부여한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솜씨는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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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은 거들뿐, 농구가 하고 싶어요 등 <슬램덩크>의 명대사/명장면은 숱하지만, 그중 한 장면을 꼽자면 역시 영광의 시대가 아닐까 싶다. 산왕과의 시합 중 큰 부상을 당한 강백호가 안 감독에게 출전시켜달라고 부탁하며 “영감님의 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국가대표였을 때였나요?”. “난, 난 지금입니다”. 라고 외친다. 지금, 이 순간이 자기 인생에 아주 중요한 순간이 되리라는 직감. 그래서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평생 자기를 원망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뜻을 밝히며 강백호는 자신의 영광의 시대가 지금이라고 당당히 호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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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일까. 과연 그 순간이 왔을 때 후회 없이 모든 걸 쏟아낼 수 있을까. 슬램덩크는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졌고, 그 답은 우리의 몫으로 남았다.

 

3. 군대에 있을 때 나의 농구 갈증을 풀어준 하나의 시리즈는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다.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는 마이클 조던이 시카고 불스에서 뛰며 이룩한 성과들을 정리하고, 단장 제리 크라우스와 선수진 사이 내부 갈등을 적나라하게 다룬다. 또한, 조던이 당대 사회에 미친 다양한 영향도 함께 살펴보는, 시대 회고적 성격을 지닌 작품이라 90년대 미국 사회의 모습이 투영되어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다.

 



 

마이클 조던은 지지 않기 위해 모든 걸 바친 인물이었다. 동료들에게 심한 언행을 일삼고, 자기 자신에게도 가혹할 정도의 혹사를 계속했다. 은퇴 이후에도 자신의 승부욕과 투쟁심을 주체하지 못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조던. 그의 삶 속에서 자연스레 왕관을 쓴 자가 견뎌야 할 무게와 독보적 경지에 다다른 이의 고독함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영화 <위플래쉬>의 주인공이 인간성을 포기하고 예술적 성취를 이뤄낸 것처럼, 조던도 성공을 위해 자신의 내면 한 부분을 완전히 잃어버려야 했던 것은 아닐까.


성공이 반드시 무언가를 포기해야 얻어질 수 있는 거라면, 우리는 그 선택을 기꺼이 하게 될까. 그런 의문이 불쑥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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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좋아하세요? 라는 <슬램덩크>의 명대사. 작중 강백호처럼 멋있게 고백할 순 없지만, 나도 담담히 네, 네! (마치 <나의 아저씨>의 지안처럼) 라고 선언하고 싶다. 농구를 좋아하는 마음을 구구절절 이야기하다 보니, 글의 내용이 일종의 넋두리가 되어 버려 죄송한 마음이 크다. 누군가 이 글을 보고 농구를 검색하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정주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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