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우린 서로가 서로의 날 선 가시가 되어 [음악]

오도마, <밭> 리뷰
글 입력 2021.12.0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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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을 열며,


 


 

 

그를 처음 본 것은 쇼미더머니 777 그룹 대항전의 클립이었다.

 

그 시기 나는 국내 힙합을 즐겨 들었지만, 쇼미더머니의 서바이벌 체제에 대해 반감을 품고 있었으며, 음악을 들을 때 좋고 나쁨을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하고자 아티스트의 정보를 따로 검색을 해 보진 않았었다. 따라서, 당시의 내게 오도마는 오사마리 크루의 뉴페이스 정도였다.

 

래퍼들은 그를 에워싸고 원을 만들어 빙글빙글 돌았다. 그리고 그 구심점에서 형광 상의를 입은 그는 핸드 마이크를 쥐고 모든 힘을 다해 랩을 뱉었다. 목에는 핏대가 서 있었다. 발성이나 톤과 같은 디테일은 아주 조금 아쉬웠으나, 그것은 신경도 쓰이지 않을 정도로 나는 그에게 매료되었다. 공연자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인 카리스마를 톡톡히 보여준 셈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1년 후 2019년 9월, 그의 첫 정규 앨범 <밭>이 나왔다.

 

 

 

1. 오사마리와 오도마


 


 

 

그는 앞서 잠깐 언급했듯 오사마리 크루의 일원이다. 오사마리는 콸라, 프로그맨, 월터를 중심으로 만들어졌으며, 2016년에 첫 정규 앨범 를 발표하며 힙합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19년에는 MBN에서 방영한 프로그램 <사인히어>에 참가하여 세미파이널까지 진출하며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빈티지 크루로서 작지만 한국 힙합씬 내에서 잔뼈가 굵고 내실 있는 입지를 공고히 했다.

 

 


 

 

덧말) 팬들이 고대하고 고대하던 오사마리의 정규 2집이 지난 10월 1일 발매됐다. 사견으로는 올해 나온 컴필레이션 앨범 중 최고였다. 특히, 타이틀곡 “ONE TIME”은 콸라의 날카롭고 기민한 플로우와 월터의 낮고 여유로운 플로우가 적절히 섞였다. 이때, 한 편의 누아르를 연상케 하는 비트는 둘의 매력을 한층 더한다. 기다리길 잘했다.

 

 

 

2. <밭> 리뷰


 

앨범의 구성은 독특하다. 앨범은 힙합을 동경하던 어린 시절부터 힙합씬에 입문하고 그곳에서 비관을 느끼는 과정을 일대기적으로 그린다.

 

이때, 적은 피쳐링 진과 곳곳에 삽입된 오사마리 크루의 스킷들은 수록곡 하나하나를 에피소드로 만드는데, 이는 음악적 연출보다는 소설이나 희곡에서 스토리를 재구성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밭>의 리뷰를 보면, '영화 같다'라는 평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그 까닭은 이와 관련이 있다. 수록곡 ‘비정규직’에는 오사마리 크루가 운영하는 90 웨이브에서 일하며 겪은 일화가 수록되어 있다.

 

 


 

 

오도마는 기본기에 충실하다. 톤과 호흡은 앞서 살펴본 쇼미더머니 777에서 보다 눈에 띄게 안정됐다. 영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촘촘하게 짜인 라임 또한 인상적이다. 붐뱁에 최적화된 묵직한 플로우와 그에 걸맞은 박자 감각은 말할 것도 없다.

 

 

 

 

다만, 눈에 띄는 스킬을 가지고 있다거나 플로우 자체가 화려하진 못하기 때문에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때, 건배의 프로듀싱은 이러한 단점을 많은 부분에서 보완한다.

 

건배는 과거 싱글 <건배와 평화>에서 오도마와 함께 합을 맞춘 바 있다. 건배는 펑키한 비트를 바탕으로 앨범의 톤을 일관한다. 또한,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다양한 샘플들을 활용하여 재치를 더한다. 그 중심에는 5번 트랙 '범인'이 있다.

 

 


 

 

유명 래퍼 더콰이엇이 참여한 '범인'은 일종의 대화 형식이다. 오도마가 잘나가지도 못하면서 허례허식에 빠져 지내는 자신의 실상을 폭로하면, 더콰이엇이 잘못을 인정하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라고 조언한다. 이 둘의 사이에서 비트는 적절한 변주와 샘플링을 통해 다소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한다. 오디오 시트콤이 있다면 이러하지 않을까. 신선한 경험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첫째는 비유가 지나치다는 것이고, 둘째는 라임이 억지스러울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단점은 '홍등가'에서 극대화된다.

 

 


 

 

오도마는 '홍등가'에서 힙합씬을 홍등가에, 래퍼들을 성매매 여성에 빗댄다. 이 비유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힙합 애호가들은 성 구매자가 돼야 한다. 더불어 성매매 여성이 모두 허영을 채우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성매매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머지않은 과거에 우리는 실제로 그런 일을 겪었다. 그런 식으로 표현할 의도가 없었음을 참작하고 듣는다고 하더라도 3분 30초가 넘는 시간 동안 섹슈얼한 비유로만 구성된 음악을 듣는 것은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오도마는 앨범에서 영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실제로 '홍등가' 또한 인용문인 "I'm the best rapper alive"를 제외하면, 모두 한국어로 구성되어있다. (혹시나 해서 덧붙이자면, 외래어도 한국어의 일부다.)

   

 

그는 무관심에 뒤틀려있어

그를 모르는 환호성에 변해져 있어

허울이란 화장이 얼굴엔 번져져 있어

처음 봤던 붉은 빛은 잊혀져 있고

그의 모습은 결국 붉게 꾸며져 있어

 

 

<밭>의 트랙 리스트만 봐도 그가 언어에 감각이 있다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오도마의 인식이 확장될수록 곡의 제목은 장미밭에서 밭으로 다시 가시밭으로 마침내는 가시로 점점 축소되는 아이러니는 래퍼의 삶을 더 나아가 인간의 삶을 잘 표현했다.

 

다만, 위의 가사를 보면, 첫 라인의 어미인 "뒤틀려있어"와 맞추기 위해서 많은 문법 요소가 동원되었다. 이는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다소 난삽한 문장이다. 특히 '번져져 있어'의 경우는 매우 아쉽다. 이 두 가지는 역량이 부족해서 저지른 것이라기보다는 더 잘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실수이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다.

 

보너스 트랙인 ‘가시가 되어’는 <밭>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가시가 되어’는 앨범의 해설서다. 그것에서 오도마는 앨범을 만들게 된 계기와 앨범을 만들며 느낀 감상을 차분히 설명하며, 그것을 알아주는 것은 리스너 뿐이라고 덧붙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4의 벽을 넘어 직접 질문을 던진다.

 

 


   

 

우린 서로가 서로의 날 선 가시가 되어

나아가기 위해 서로의 아픔을 새겨

난 하고 싶은 말 다 했는데

이젠 너의 답을 원해 tell me what you have

 

 

이 질문에 답을 하며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밭>이요? <밭>을 아냐구요? 제가 들은 국힙 중 최고였어요.

 

 

 

신동하.jpg

 

 

[신동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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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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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힙찔이
    • 흥미롭네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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