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피사체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마주하다 [미술/전시]

요시고 사진전_ 따뜻한 휴일의 기록
글 입력 2021.11.3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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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순서대로 쓰여진 후기가 아님을 서두에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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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가고 싶었던 전시 중 하나인 요시고 사진전. 주변인들의 SNS 사진들을 보고 더욱 궁금해져서 전시 종료까지 얼마 남지 않았길래 티켓을 얼른 예매해 11월 25일에 다녀왔다. 웨이팅이 매우 길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평일 오전에 간 것이었는데, 운이 좋아 10분만에 내부로 들어설 수 있었다.

 

부쩍 사진에 관심이 많아진 나는 ‘사진전’이라는 세 글자에 가슴이 뛰었다. 제대로 된 사진전을 가보는 것이 처음이라 떨리고 설렜다. 여유로운 분위기가 묻어나는 ‘바다’, ‘빛’을 담은 작품들은 전시를 관람하는 내내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요시고의 사진 색감과 구도가 내가 추구하고 싶은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따뜻한 색감



전시 초입에 막 들어섰을 때, 카메라를 들고 도시를 누비는 그의 모습을 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 그는 ‘다들 사진가는 무슨 카메라를 쓰냐고 물어본다. 그런데 나는 본인의 감성만 있다면 어떤 카메라든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사진작가’라는 권위의식에 물들지 않은 그의 가치관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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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고의 사진들은 차가움보다는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는 작품이 많았다. 때론 강렬한 색감으로 시선을 끌기도 했다. 특히, 미국 마이애미를 담은 채도감 높은 사진이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Red X Blue가 이렇게나 청량하고 계속해서 바라보게 되는 힘을 가진 조합이었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무더운 여름날의 정오, 미국 마이애미에서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는 내가 어느 벤치에 앉을까 고민하는 모습이 상상되기도 했다.

 

일본 도쿄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 2019년 초에 친한 친구들과 함께 일본(오사카)에 갔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웃음이 지어졌다. 도쿄에서 찍은 사진들은 유독 어두운 배경이 많았는데, 무채색이 대부분인 사진들인데도 신기하게 차가움보다는 따뜻함이 더 느껴졌다.

 

깜깜한 밤, 도시를 비추는 가로등부터 창문 밖으로 새어나오는 빛줄기 등등 Navy X Yellow의 조합이 주를 이루었다. 따뜻한 작가의 시선 덕분인지, 스산하다는 느낌보다는 캄캄한 길 속 호롱불을 찾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요시고가 살던 동네와는 가장 다른 느낌의 여행지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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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풍경이 매력적인 두바이. 두바이 전시장에 들어가자마자 다소 놀랐는데, 바로 바닥이 다름 아닌 모래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건조 기후인 두바이의 기후를 잘 살린 컨셉이라고 생각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물론 신발은 조금 더러워졌지만 말이다)


두바이의 풍경들은 나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이국적이고 색달랐다. 아스팔트 도로 옆, 모래가 깔려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꽤 인상적이었다. 노을이 지는 시간 대에 찍은 것인지 하늘이 분홍빛이었는데, 그래서인지 더욱 몽환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휴일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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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도시, 헝가리 부다페스트. 야경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라 일평생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 중 하나이다. 나라면 부다페스트의 밤풍경을 담았을 것 같은데, 요시고는 의 부다페스트를 프레임에 담았다. 좋아하는 도시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나는 이 가진 투명한 색감을 매우 좋아하는데, 그 점에서 부다페스트는 정말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사진들이 많았다.

 

투명한 하늘빛 물결 속에 모여있는 많은 사람들은 그 자체로 자유로워 보였다. 사진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펜데믹으로 수많은 인파 속의 삶이 사라지고, 마스크를 쓴 채 표정이 없는 사람들을 마주하는 것이 장기화되다 보니 사진 속 풍경이 새삼스럽기도 했다. 사진 속 사람들은 각기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모두들 행복해 보였다. 여유를 즐기는 그들의 모습이 부러웠다. 얼른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물 속에서 유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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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을 주제로 한 작품들. 전시관의 꼭대기 층에 올라가니 공간이 확 트이면서 개방감 있는 모습이었다. 그와 걸맞게 사진들도 관광에 초점을 맞춘, 휴양지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시원해져서 꼭 바다로 여행을 온 느낌이었다. 가장 크기가 큰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바닷가로 휴양하러 나온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나는 이 작품이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사람 – 자연 간 밸런스가 가장 잘 어우러졌다는 점이다. 바닷가를 찍었는데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기도 하고, 사람들을 찍었는데 그 배경이 바닷가인 것 같기도 했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관광 섹션에는 유난히 물과 바다, 그리고 모래사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많았다. 바다를 사랑하는 나는 연신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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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전시 공간은 바로 작가의 고향, 산 세바스타인의 사진들이었다. 왜인지 모르게 이 테마의 사진들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본인의 고향이라 그런가, 어떻게 찍어야 그 곳의 분위기가 잘 사는지 아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산 세바스티안, 처음 접하는 지역이었지만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기억에 남을만큼 예뻤던 곳이었다. 왜인지 모를 외로움이 묻어나는 사진도, 거칠게 몰아치는 파도도, 은은하고 잔잔한 바다의 윤슬도 자연광과 만나 카메라에 하나의 순간으로써 담겨졌다.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사진들의 분위기가, 꼭 사진 밖에 있는 나를 부르는 듯 했다.

   

요시고 (Yo Sigo)’라는 뜻은 스페인어로 ‘계속 나아가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요시고의 아버지가 그를 위해 써준 시에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의 작가명과 같이 그는 ‘과정’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사진작가다. 그는 미래의 사진작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밀고 나가며, 멈추지 않는 것이 개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라는 말을 한다. 사진 자체로 위로가 되고 힐링이 되는 것. 그가 얼마나 많은 실패를 겪은 후에 찰나의 한 컷을 만들어낸 것일지 와닿는 순간이다. ‘어떤 기법으로 찍었을까?’ 보다 ‘어떤 마음으로 이 사진을 찍었을까?’를 더욱 생각해보게 하는 전시였다.

   

*


그리고 별개로 조금 불편했던 시설 자체에 대해서도 몇 가지 짚고 넘어가려고 한다.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12/5까지 열리는 이 사진전은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것을 비추천한다. 따로 비치된 짐 보관함이 없고, 사진을 찍으려 짐을 바닥에 놓는 순간 직원들이 제재를 가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이 불편했다.

 

그리고 건물의 특성상 원을 그리며 돌아 올라가는 전시 형태를 띠는데, 전시 동선이 제대로 표시되어 있지 않아 어디서 어디로 가야할지 조금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했지만, 주차할 공간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자가용을 이용하실 분들께서는 참고해 주셨으면 한다.

 

사진전 자체는 만족스러웠으나, 시설 자체의 미흡함이 조금 아쉬웠던 전시였다. 전시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직 요시고의 사진을 접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한번쯤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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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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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김유주
    • 요시고 사진전 속 감상할 수 있는 매력을 김민지 에디터님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풀어낸 글이 정말 흥미로운 것 같아요 ! 이 글을 읽고 방문해주실 분들을 위해 마지막에 시설의 불편한 점도 풀어주셔서 좋았습니다 ! 잘 읽고 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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