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네 삶과 닮아있는 : 해피니스 [드라마]

글 입력 2021.12.0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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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에 내 집 마련이 가장 큰 꿈이 되어버린 현실, 임대 아파트 주민들이 받는 차별 대우, 아파트 분양 가점을 위한 위장 결혼, 층간 소음,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 재택근무, 감염병이 일상화된 뉴노멀 시대, 감염 지역 봉쇄, 영상의 조회수 외에는 안중에도 없는 인터넷 방송인, 감염병 출몰에 혼란한 상황을 이용해 잇속과 실속을 챙기는 사람들, ....

 

사회면 기사 제목을 가져온 것이 아니다. 현재 방영 중인 어느 드라마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놀랍도록 우리네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닮아 있지 않은가? 대한민국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들을 가감 없이 그려내고 있어 누리꾼들 사이에서 '이 시국 드라마'라고 불리고 있는 <해피니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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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같은 주말인 금요일과 토요일 밤 10시 40분, 나를 TV 앞에 앉혀놓은 <해피니스>는 겉으로 보면 전형적인 좀비 장르물처럼 보인다. 처음 드라마 티저 영상을 보고서도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우연히 첫 회를 본 이후부터 4회를 남겨두고 있는 지금까지, <해피니스>는 내가 놓치지 않고 챙겨 보는 드라마가 되었다.

 

배우들의 연기, 스릴러와 로맨스, 블랙 코미디를 오가는 완급 조절의 연출, 찾아 듣게 만드는 OST,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다루고 있어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공감되는 내용 등 드라마에는 매력적인 관전 포인트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나의 눈길을 사로 잡은 것은 지독히도 현실적인 드라마의 세계관이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해피니스> 속 우리 사회 이슈들을 만나보자.

 

 

 

포스트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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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예능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을 때때로 볼 수 있었지만, 드라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올가을 종영한 드라마 <오케이 광자매>에서 극중 인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거나 손 세정제를 사용하는 장면은 내가 매일 하고 있는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색다르고 신선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무의식중에 드라마와 현실은 서로 다른 세계라고 철저히 분리시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간극을 확연히 좁혀 준 드라마가 바로 <해피니스>이다.


<해피니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배경으로 두고 있는데, 위드코로나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현재 우리 사회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극중 인물들은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고 어딘가에 방문할 때는 전자출입명부를 작성하며, 그들의 대사를 들어보면 자가격리나 집합 금지와 같은 조치가 여전히 시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재택근무와 원격교육과 같은 언택트 문화 역시 과거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코로나19 극복 이후에도 생활 속 방역 활동이 일상화되고 비대면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드라마 속 장면들이 낯설지 않게 다가온 이유는, 씁쓸하지만 내가 예상하는 미래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뉴스가 아닌 드라마를 보고 은연중 내가 외면하고 있었던 '코로나 이전 세상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말에 직면해야 할 때임을 느꼈다.

 

<해피니스>는 끝났다고 생각했던 팬데믹이 갑자기 다시 등장하면서 내용이 전개되는데, 주인공인 새봄(한효주)은 경찰 특공대라는 신분을 차치하고서라도 좀비들이 창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큰 충격을 받지 않는다. 다른 극중 인물들 역시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침착한 모습을 보인다. 이는 그들이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팬데믹을 이미 겪었기 때문에 새로운 감염병의 출현에 이전보다 내성이 생겼음을 방증하는 듯하다.

 

적응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자연스레 적응되는 양상은 슬프고 씁쓸하지만, 이것이 또 다른 위기에 조금이라도 더 유연하고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내 집 마련, 계층 사회의 축소판인 아파트


 

팬데믹 상황에서도 새봄의 주된 관심사는 경찰특공대 요원들에게 특별 공급되는 임대 아파트이다. 임대 아파트 분양 조건에 더욱 유리하기 위해 그녀는 격리시설에서도 태석(조우진)에게 근무 평점 최고를 요구하고, 신혼부부 가산점을 얻기 위해 친구인 이현(박형식)에게 청혼한다.

 

나날이 치솟는 집값에 극중 인물인 새봄처럼 내 집 마련이 인생의 큰 꿈인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나도 거기서 예외는 아니다. 나만의 공간, 홈 스위트 홈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인데, 그것이 많은 사람들의 꿈이 되어버린 현실이 쓰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내 집 마련이 삶의 목표인 것이 잘못되었다거나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렇게 되어버린 현실에 답답하고, '더 진정으로 가슴 뛰고 설레는 꿈을 꿀 수 있을 텐데'하는 생각에 아쉽고 마음이 아프다.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한다는 말이 떠오르는 까닭도 같은 이유에서 일 것이다.

 

 

 

 

이현과 결혼하고 분양받은 임대 아파트에 입주한 새봄이 이사 떡을 돌리기 위해 비상계단을 오르다 문을 막아 놓은 벽돌을 발견한다. 임대 주택과 일반 주택을 분리하는 일종의 경계선인데, 이는 계층 사회의 축소판인 아파트의 현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우리는 사는 곳이 계급으로 굳어져 간 지 오래인 사회에서 살고 있다. 최근에는 이 드라마처럼 일반 분양과 임대 세대가 섞여 있는 아파트에서 민원을 처리하는 데에 차별 대우가 있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심지어 어린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임대 아파트를 지칭하는 혐오 표현까지 등장했고, 임대 주택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따돌리는 현상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건강한 가치관이 형성되어야 할 시기인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니,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다.

 

<해피니스>는 새봄이 계단 문을 발로 차는 장면을 통해 임대 주택에 대해 바람직하지 못한 일부 시선들을 깨부수고 있다. 임대 아파트는 다른 아파트의 열등한 개념이 아니다. 더 이상 '어디 사는지'로 누군가가 차별받지 않는, 상식적인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그 출발은 우리들의 의식을 개선하는 것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디지털 소외와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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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아파트 주민인 노인 김학제(홍순창)는 가부장적이고 꼬장꼬장한 성미를 가지고 있으며 다소 신경질적인 면모가 있어 쉽게 호감 가는 캐릭터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햄버거가 먹고 싶다는 부인의 부탁에 패스트 푸드점에 들렀지만 키오스크 사용법을 몰라 빈손으로 돌아가는 장면은 나의 마음을 움직이기 충분했다. 너무 마음이 아팠고, 또 슬펐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비대면,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우리의 발길이 닿는 많은 가게들이 키오스크를 통한 비대면 거래를 활성화하고 있다. 팬데믹 이전의 상황과 비교해 보면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느낄 수 있다. 감염병을 예방하고 시간을 단축할 뿐만 아니라 인건비를 절감하고 편리한 장점이 있는 키오스크, 과연 디지털 소외계층인 고령의 노인들에게도 그러할까.

 

올해 초에 보았던 기사가 떠오른다. '엄마가 햄버거가 먹고 싶어서 집 앞 패스트 푸드점에 가서 주문하려는데 키오스크를 잘 못 다뤄서 20분 동안 헤매다 그냥 집에 돌아오셨다. 엄마 이제 끝났다고 우셨다.' 실제로 나도 키오스크를 사용했을 때 찾는 메뉴가 없고 생각보다 복잡한 단계에 당황한 경험이 있었기에 충분히 공감되었고, 또 안타까웠다. 기사를 접한 날 온종일 부모님이 생각나 괜스레 계속 연락을 드렸던 기억이 난다.

 

노인에겐 노인만의 지혜와 연륜이 있고 그것을 자부하며 살아가지만 패스트 푸드점의 키오스크조차 다루지 못하는 <해피니스>의 할아버지와 실제 기사 속 이야기까지, 나를 슬프게 하기도 했지만 반성하게 했다. 그동안 부모님이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면서 물었던 질문에 귀찮아서 건성으로 대답한 적은 없었는지, 바쁘다는 핑계로 살뜰하게 살펴드리지 못하거나 저번에 알려드리지 않았느냐며 의도치 않게 마음의 상처를 드리진 않았는지.

 

디지털 소외와 격차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함께 신경 쓰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 나도 지금의 부모님처럼 전자기기를 다루다 좌절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 그럴 것이다. 그들의 모습이 이해가 안 된다며 외면하거나 귀찮아하기보다는 포용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갖춰야 하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못해 상품을 구입하지 못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천천히 사라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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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서술했듯, 이 외에도 <해피니스>에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 시국 맞춤형 드라마 <해피니스>를 보며 그 이슈들을 돌아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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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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