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집 막둥이 이야기 [동물]

글 입력 2021.11.25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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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겨울,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밤. 우리집은 새로운 가족을 맞이했다.

 

복슬복슬하고 하얀 털, 호기심 가득한 눈빛, 분홍빛이 도는 발바닥. 태어난 지 겨우 3개월 된 작은 강아지 한 마리였다. 당시 외로움을 타던 어린 나를 위해 부모님께서 데려오신 아이였다.


작은 발로 아장아장 걸으며 집안 곳곳을 탐색하던 강아지는 온 가족의 눈길을 끌었다. 동물 애호가인 나와 부모님은 물론 그 어떤 누구도 쉽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낯선 공간 속, 낯선 사람들과 갑작스레 함께 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강아지는 전혀 긴장한 기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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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부터 우리집에서 살아왔던 것처럼 여유가 넘치는 모습으로 집안을 배회하던 녀석은 마치 배변 훈련이라도 받은 것처럼 스스로 배변 패드 위에 올라가 볼일을 봤다. 나는 그 순간 놀라움에 두 눈이 휘둥그레진 가족들의 얼굴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얘 혹시 천재 아냐? 아직 배변 훈련도 안 했는데. 똘똘하네."

"아무래도 얘가 우리집 복덩이인가 보다."


강아지는 첫날부터 가족들의 마음을 온전히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다소 무미건조했던 집안의 분위기는 이 작은 생명 하나로 인해 밝고 따뜻해졌다. 가족들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번져가는 것을 봤을 때, 이 녀석과 우리 가족의 인연은 하늘이 맺어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어느덧 이 강아지는 14살을 바라보는 노견이 되었다. 지금은 치매, 유선종양, 피부병 등으로 몸 이곳저곳 아픈 곳이 참 많다. 복슬복슬하던 털은 이제 많이 빠져서 얼마 남아있지 않다. 장난꾸러기 같던 모습은 사라지고 맥없이 누워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작년 가을까지만 하더라도 발랄하게 뛰어다니던 아이가 올해 초부터 급격히 건강이 나빠져 금세 기력을 잃었다. 사람의 1년은 강아지에게 있어서 7년의 시간과도 같다는 말의 뜻을 체감하게 된 순간이었다.


하루하루가 다르다. 치매 증상 때문에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몸의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디스크로 인해 걷는 것조차도 버거워해서 산책을 나갈 때면 강아지용 유모차에 태운다. 내가 초등학생에서 성인이 될 시간 동안 그 작은 강아지는 할머니가 되어버렸다.

 

유년 시절부터 함께 한 나의 단짝이자 유일한 동생, 그리고 우리집 복덩이의 시간은 오늘도 아주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

 

"나 누구게? 나 누군지 알아보겠어?"

 

가끔 강아지의 초점 없는 눈빛을 볼 때면 내가 누구냐고 묻곤 한다. 대답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속상한 마음에 괜히 말을 걸어본다.

 

예전처럼 재롱을 부리지도 않고 이제는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지만, 나와 함께 했던 시간만큼은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다. 좋은 주인보다는,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친구로 기억된다면 더욱 바랄 것이 없겠다.


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욕심일 뿐이다. 설령 나와 우리 가족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이 녀석이 한평생 나에게 느꼈을 서운함을 생각하면 나는 정말이지 할 말이 없다. 나에게는 친구도 있고 가족도 있지만, 이 아이에게는 우리 가족이 세상의 전부이자 1순위였을 테니까. 섭섭할 법도 한데 한결같이 사랑만을 베풀어준 녀석에게 항상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다.

 

*


오늘은 날씨가 추워서 전기장판을 틀어줬다. 따뜻해서인지 평소보다 더 깊이 잠든 것 같다.

 

잠든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올겨울도 함께 할 수 있으매 그저 감사하다. 흘러가는 1분, 1초가 더욱 소중하고 특별한 요즘이다. 남아있는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마음이 헛헛할 때면 언제든 편히 쉴 따뜻한 품을 내어주던 녀석처럼, 이제는 내가 녀석의 포근한 둥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에게 진정한 행복을 알려준 우리집 '개르신'에게, 사랑을 담아 이 글을 바친다.

 

 

[정예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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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뜻한 글이네요.. 우리집 강아지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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