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바다, 숲, 산 [여행]

스물셋 제주의 기억부터, 다섯 살의 기억까지
글 입력 2021.11.2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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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제주도는 늘 ‘가고 싶은 곳’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수학여행으로 갔었지만 궂은 날씨와 불편한 친구들 때문에 제대로 여행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주도 특유의 청량한 하늘과 바다가 보이는 탁 트인 뷰, 눈을 돌리면 나타나는 푸릇푸릇한 초록빛들까지 어느 하나 안 느껴보고 싶은 것이 없었다. 그러던 중, 여름 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여행 계획을 짜다가 ‘제주도(Jeju Island)’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제주도는 ‘삼다도’라고도 한다. 여자, 바람, 돌이 많아서 붙여진 별명이라고 한다. 그 중 확실히 내가 체감한 것은 ‘돌’이었다. 모두 알겠지만, 제주는 화산섬이라 용암이 식어 만들어진 ‘현무암’이 정말 많다. 까만 돌들이 바닷가에 빼곡했다. 바다를 굉장히 좋아해서 서해, 동해, 남해안의 바다를 모두 본 나로서는 굉장히 새로웠다. 내가 본 바다는 모래사장이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본 바다 모두 아름다웠지만 내가 가장 좋아한 곳은 바로 ‘우도’ 바다였다. 한여름, 햇볕이 강렬했던 그 날 내가 바라본 우도의 바다는 마치 그림 속 한 장면 같았다. 무척이나 더웠던 날이지만 바다 앞에 선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선명하다. 푸른 바다와 모래사장, 곳곳의 까만 돌까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아름다웠고 신비로웠다. 심란하고 갑갑했던 마음이 파도 소리와 함께 씻겨나가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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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코 ‘바다’이다. 나는 물이 있는 곳이면 강이나 호수 등 솔직히 다 좋아하지만, 마음이 제일 편안해지고 주기적으로 가고픈곳은 ‘바다’이다. 바다는 머릿속으로 떠올리기만 해도, 차분하고 고요해진다. 사람들은 여름에만 바다를 찾곤 하지만, 나에겐 바다의 계절이 없다. 어떤 계절에 가도 각기 다른 표정으로 맞아주는 곳. 그게 아마 바다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어느 바다를 가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른데, 나는 푸르디푸른 동해의 바다를 특히 사랑하는 편이다. ‘파란색’을 좋아하면 우울하다는 뜻이라며 안 좋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런데도 나는 파란색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푸른 색’이지만 말이다) 모든 종류의 푸른 계열의 색을 좋아한다. 물을 탄 듯 흐릿한 스카이 블루, 쨍하면서 청량한 코발트 블루, 짙으면서 분위기 있는 청록과 푸릇함이 느껴지는 민트까지. 따뜻한 색도 물론 좋아하지만 시원한 색은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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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묵었던 숙소가 성산 근처라 내가 제주에서 가보고 싶었던 곳을 갈 수 있었는데 바로 천년의 숲, ‘비자림’이다. 비자림은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숲으로, 비자나무들이 자생하는 희귀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숲 입구부터 상쾌한 피톤치드가 밀려오는듯 했다. 길에 돌멩이들이 깔려있는데 이것들은 모두 ‘화산 송이’라고 한다. 자박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이 녀석들 때문이구나 싶었다. 숲은 싱그럽고, 같이 갔던 친구들도 더운 날씨지만 나무들이 많아 걸을 만 하다는 반응이어서 무척 다행이었다. 걸으면서 스트레스도 풀리고, 화산 송이 밟는 소리가 너무 좋아서 녹음 하기도 했다. 내가 가자고 한 장소였는데 예상보다 더욱 힐링이 된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산과 숲은 물보다 날씨 변화에 예민한 아이들이라 계절마다 보여주는 모습이 다르다. 나는 ‘산’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다. 어렸을 적 나는 관악산 근처에 살았는데, 외할아버지께서 아침마다 나를 산에 데려가곤 하셨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함께 배드민턴을 치시고, 나는 그 옆에서 구경하다가 들고 있던 과자들을 비둘기들에게 던져주곤 했다. (어렸을 적 기억 때문인지, 비둘기를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다) 하도 많이 가서, 나에게 관악산은 언제 가도 편안하고 익숙한 공간이 되었다. 지금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오는 바람에 자주 가지 못하지만, 그곳은 내 어릴 적 추억이 가득한 공간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좋은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 아빠가 F1 그랑프리 티켓을 받으셨다면서 경기를 보러 갔다가 마침 단풍철이라 내장산에 들렀었다. 단풍철 내장산은 가을의 정취를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거의 10년이 다 되었는데도 그 풍경이 아직도 생생하다. 오색빛깔 나뭇잎들이 우리 가족을 맞아줬었다. 머릿속에서 그 아름다운 절경이 떠나지 않아, 폴더폰에서 메모 기능을 찾아 그 기분을 잊기 싫어 재빨리 적어두었던 기억이 난다.

 

분명 제주에 다녀온 여행기를 쓸 예정이었는데, 어느새 다른 방향으로 글이 흘러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다 지우고 다시 쓸까 했지만, 이것도 나의 사색이며 평소 가지고 있던 상념들을 꺼내놓은 것으로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가끔 즉흥적인 이 모습 또한 나의 모습인 것을 이젠 인정하려 한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자연을 좋아하실진 모르지만, 글에서 언급했던 장소들을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힐링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에 추천한다. 제주여행 마지막 날, 비행기 안에서 봤던 아름다운 노을 사진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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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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