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의 독서 습관기: 코코의 하루 북파우치를 받고

글 입력 2021.11.22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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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파우치를 수작업으로 만드는 코코의 하루는 수십 종의 테마가 있다. 동물, 자연, 색 등등. 랜덤 발송이라고 해서 배송을 기다렸다. 어떤 게 올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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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단추가 달린 곰돌이 파우치를 받았다. 에어로빅하는 모습이 꽤 역동적인. 사이즈를 대충 재보니 책 두세 권을 수납할 만한 크기인 듯했다.

 

부드러워 보이는 외관과 달리 생각보다 표면이 거칠했다. 리넨 소재를 만진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오히려 표면이 매끄럽지 않아 먼지나 머리카락이 붙어도 가볍게 떼어낼 수 있다.

 

반면, 책이 들어갈 내부는 상대적으로 부드럽다. 두께감이 톡톡한지라 쿠션 역할을 제대로 해줄 것 같다. 전자기기를 넣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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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치와 같이 온 끈, 손 편지, 그리고 코코의 하루의 비전이 담긴 글을 보며 내게 책은 어떤 존재인지 생각했다. 내가 책을 좋아한다고 인지한 최근부터 역으로 책의 존재감을 인지한 순간까지.

 

 

 

문학소녀: 간헐적 독서 중


 

고등학생 때였나. 종종 학교 도서관을 찾아서 쉬는 시간에 책을 읽었다. 온갖 소란이 뒤섞인 때에 가만히 앉은 모습이 낯설어서일까. 친구들은 나를 ‘문학소녀’라고 불렀다. 명칭이 꽤 낯간지러웠던 기억이 난다. 아마 아이들의 어투에 장난기가 그득했기 때문이겠지. 더 정확한 명칭은 ‘감수성이 풍부한 문학소녀’였으니까.

 

쉬는 시간마다 책을 본 것도 아닌데 꽤 오랜 시간 언급한 것을 보면, 그만큼 인상적인 광경이었나 보다. 당시엔 친구들의 반응이 오바스럽다고 여겼으나 지금 봐서는 꽤 당연하다. 교과서도, 문제집도, 단어장도 아닌 소설을 읽는 고등학생은 지금도 흔하지 않을 테다. 그렇다고 내가 책 읽기를 좋아한다거나 취미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취미의 기준도 꽤 엄격했던지 간헐적 독서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다.

 

성인이 되어서는 더욱 그러했다. 읽고 싶은 책을 빌려온 게 한 10권이라고 하면, 끝까지 못 읽고 반납한 책이 절반은 넘을 정도로. 습관이 사라졌던 거다. 독서 기록장을 빼곡히 채워가던 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관뒀으니까. 자발적으로, 때론 의무감으로 책을 읽긴 했지만 가까운 느낌은 아니었다. 영화와 가까워질수록 되레 멀어졌다. 전환점을 맞이한 건 올여름이다.

 

 

 

뜬금없는데 책 좀 빌려줄래?


 

여름. 책을 즐겨 읽는, 다른 말로 하자면 종이책을 소장하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 밤에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 사람도 책을 좋아한다니까 책을 매개체로 대화하는 건 어떨까. 책 좋아하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는 건 쉽지 않음을 알기에 비슷한 경험을 했으리라고 예상했다. 이걸로 대화하고 싶은데, 할 사람이 없어서 혼자 떠드는 그 헛헛함. 나 자신의 생각을 어딘가에 늘어놓는 것도 재밌다만, 다른 생각을 만나는 건 더 재밌으니까.

 

그렇게 8월, 그에게서 책을 한 권 빌렸다. 최진영 작가의 내가 되는 꿈. 도서관 바코드 없는 타인의 책을 빌려 읽는 건 아주 오랜만인지라 조금 들떴다. 동시에 조심스러웠다. 좋아하는 물건은 대개 소중히 아껴서 사용하려고 하니까. 게다가 좋아하는 작가라지 않는가. 표지가 하얀 책이라서 더욱 신경이 쓰였다. 버스나 지하철을 오갈 때 특히 조심스레 책을 꺼내고 넣었다.

 

읽는 도중 어떤 생각이 들면 포스트잇에 적어 붙이고, 이용 후기 겸 편지를 끼운 채 반납했다. 반납과 동시에 새로운 책을 받고 말이다. 대출과 반납 횟수가 늘어날수록 서서히 반경을 넓혔다. 새로운 밑줄을 긋고, 포스트잇 대신 책 여백에 글자를 적고, 때로는 그림도 그리고.

 

언제 한 번은 여백 한 면에 글을 가득 썼는데, 다 쓰고서 멈칫했다. 아무리 그래도 남의 책인데 너무 마음대로 썼나 하고. 주인장은 별말 없었다. 그걸 허락의 의미로 받아들여 조금 더 자유롭게 연필을 들었다.

 

처음엔 장난스럽게 그의 별칭을 넣어 도서관이라고 불렀지만, 어느새 진심이다. 예약할 필요도 없고, 회원 카드도 없고, 반납과 대출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도서관. 밑줄과 낙서, 편지까지 모두 가능한 도서관. 8월께에 시작해서 어느덧 열 권이 넘는 책을 읽었으니, 한 달에 두세 권은 본 셈이다.

 

이렇게 책 읽기가 몸에 배고, 집 앞 도서관에 가, 책을 잔뜩 빌렸다. 두께가 상당한 책을 섞어 다섯 권 꽉꽉 채웠지만, 지금까지 꽤 순조롭게 읽는 중이다. 어려운 건 어려운 대로, 재밌는 건 재밌는 대로, 지루한 건 지루한 대로 넘기며.

 

앞서 말한 것처럼 좋아하는 물건은 좀 더 소중히 다루고 싶어진다. 좋은 기억이 깃든 행위도 마찬가지다. 책상 위, 내가 읽는 책을 품은 곰돌이 파우치. 소중한 만큼 소중히 대하고 있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애틋함을 느낀다. 앞으로 저 안에 얼마나 많은 책이 머물다 갈지, 나는 또 얼마나 많은 밑줄을 긋고 편지를 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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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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