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빗살무늬토기

글 입력 2021.11.2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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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유물 한 점과 마주치다



우연히 거울 앞에 선 순간 내 눈 앞에 '토기 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무엇인가 싶어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흡사 박물관 선사 고대실 전시실에서나 보던 '빗살무늬토기'이다.

 

 

 

내 모습,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을 텐데?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본다.

 

각각 다른 크기와 모양으로 깨진 조각들은 그동안의 나의 모습을 말해주는 듯하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조각으로 깨지기 전 원래 모습은 어땠는지 왜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걸까? 그래도 나름 조금은 특별해 보이는 그릇이진 않았을까?.”


여태까지 나라는 그릇은 이 세상에 태어나 많은 내동댕이를 당했다고 생각했다. 세상의 특정 사건 또는 사람들에 의해 내던져 수없이 깨지고 부서지기 일쑤였다. 그렇게 깨져 쓸모없을 것 같았던 조각들은 이내 또다시 여러 조각으로 잘게 부서졌다. 때때로 여기저기 널브러진 조각들은 그 용도가 적합하게나마 쓸모가 있을 법했을 때만 이용을 당하고 버려지곤 했다.


알고 보니 나만의 착각이었다. 내가 원하는 바와 상관없이 깨지고 부서진 것은 결코 아니었다. 누구든 살아가는 동안에는 끊임없이 세차게 부서진다. 나도 단순히 그런 과정이었다. 이제는 세상이 나의 온전한 모습을 알아주는 것은 내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이제부터는 그동안의 많은 조각이 모여 이루어 낼 나만의 모습에 더욱 집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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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빗살무늬토기 파편 (경기도박물관 소장)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깨진 조각의 모습이라도 퍼즐 조각처럼 세상에 필요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일까?

 

불완전한 모습만큼이나마 매우 흡족하진 않아도 가슴 깊이는 유익함으로 함께 했으리라. 물론 때때로 그 토기는 조각들로 깨질 때마다 가슴 깊이 저며오는 아픔을 알아주지 않아서 슬펐을 테지. 하지만 이제는 깨진 모습 그 자체로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새로운 희망이 되었다.

 

 

 

'빗살무늬토기'의 탄생, 그것엔 태초의 간절함이 담겼으리라



지금으로부터 약 1만 2천 년~1만 년 전쯤 마지막 빙하가 양극으로 물러가며 새로운 자연환경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인류의 생활에는 많은 변화가 자연스레 찾아왔다. 이를 신석기라고 하는데, 이 시대의 많은 토기는 음식물을 조리하고 담아두거나 곡식 열매를 저장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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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빗살무늬토기 (경기도박물관 소장)

 

 

지금까지 세상을 떠돌아 다니던 나는 마치 선사시대의 신석기인처럼 이제 내 터전으로 삼고 싶은 강가에 다다랐다. 그리고 정착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앞으로 더 혹독해질 삶의 매서운 바람과 추위에 대비하기 위해 움집 또한 튼튼히 지었다.

 

밖으로 나와 서투른 모양새로 어렵게 불을 지펴 보았다. 일정하지 않은 화력과 유약을 바르지 못한 탓인지 표면에는 벌써 여기저기 금이 많이 갔다. 비록 생긴 모습은 투박하지만 그만큼 더욱 ‘특별한 그릇’이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나의 모습으로만 오롯이 담아낼 수 있는 귀한 보물들을 기대해본다. 그리고 과거 뜨거운 불 속에서 달궈졌던 고통스러움은 이제 세상을 향한 따뜻한 사랑으로 널리 전해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이제 나를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화려한 백자보다 깨어진 흔적들마저 불완전하기에 더욱 아름다운 '빗살무늬토기'. 그것은 지금의 나 ‘권은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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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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