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혼자인 내가 혼자인 너에게 들려주는 작은 이야기 [도서]

글 입력 2021.11.1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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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혼자다. 애인이 있든, 결혼을 했든, 수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든…… 어쩔 수 없이. 인간은 척추동물이다, 같은 부인할 수 없는 명제처럼, 혼자다. 하지만 정신없이 바쁘고 분주해서 모르고 살고, 어떨 때는 거듭되는 신나는 일에 너무 즐거워서 못 느끼고 살고, 또 어떨 때는 외로움이 사치로 느껴질 만큼 삶에 쫓겨서 생각을 못하고 산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나만 혼자인 것 같다. 그때마다 혼자라서 외로운 거라며 혼자인 나를 자책했다.


 

어린시절 갑작스럽게 타국에서 살게 된 이후, 한국을 그리워하며 손을 뻗었던 것은 다름 아닌 한국의 도서였다. 주말마다 주변에 있는 도서관에 한글로 적힌 책을 찾아나섰다. 강남스타일이 나오기 불과 한 두 해 전이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K-pop이 크게 유행하던 때도 아니었을 뿐더러, 한국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당연히 도서관에 한글로 적힌 책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었고, 서너권은 꼭 구비되어있었다. 나는 온갖 도서관에 가서 서너권의 한국 책을 찾아다니며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해소했다.

 

예능도 있고 드라마도 있었는데 왜 하필 도서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그 이유는 한국을 떠나올 때 받았던 책 두 권 덕분이었다. 아버지의 친구분께서 책 좋아하냐고 물으며 손에 들려줬던 책이었다. 그때 받은 두 권이 내 인생 최초의 에세이북이었고, 그렇게 독서에세이 <혼자인 내가 혼자인 너에게>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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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자기위로를 이끌어내는 감성에세이를 좋아하지 않지만, 어린 시절에는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든든했다. 30대 중반의 저자가 회사생활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해주기 위해 쓴 글에서, 이제 막 나이가 두자릿수를 채우기 시작했던 어린 소년이 위로받았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묘한 일이다. 하지만 잔잔하게 읊어내리는 저자의 경험들이 서른 세편의 소설과 엮여 이야기되었다. 나는 그런 저자의 경험과 저자가 위로와 깨달음을 얻었던 소설의 문구들을 엿보는 것이 좋았다.

 

도서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외로움과 고독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때로는 누군가의 존재만으로도 상처가 치유되기도 한다. 혼자만 힘들고 혼자만 외롭고…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 나도 모르게 그리 느껴버렸던 어린 시절의 나에게 어느 한 군데 마음 둘 곳 없이 혼자인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는 저자의 말은, '나만 외로운 것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해주는 것만 같았다.

 

이를테면, 저자가 고깃집에서 만났던 조선족 아주머니의 이야기. 옆에서 고기를 구워주는데 가만히 있는 것이 민망해서 단순히 한두마디 붙였던 저자에게 아주머니는 순식간에 자신의 이야기를 내뱉기 시작했다.



"피부가 참 좋으시네요."

 

가만히 앉아서 구워주는 고기를 날름날름 먹고 있기가 미안해서, 고기 굽는 조선족 아줌마에게 말을 걸었다.

 

"피부가 좋긴 뭐가 좋아요. 예전에는 로션이라도 발랐는데, 요즘엔 더워서 아무것도 안 발라요. 뭘 바르면 더 더운 것 같아. 글쎄 어제는……."


내가 무심코 던진 한 마디에 그 조선족 아줌마는 오랫동안 말을 참아온 사람처럼 광속으로 말을 쏟아냈다. 그러다가 잠시 말을 그치더니,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


"아가씨, 중국말 할 줄 알아요? 내가 너무 말이 하고 싶어요."


누군가의 질문에 가슴이 그렇게 덜컥 내려앉은 것도 오랜만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말을 참았을까? 얼마나 지나가는 누구라도 붙들고 말을 하고 싶었을까?

 


말을 하고 싶다고 모르는 여성에게 모국어를 아는지 물어보는 아주머니의 외로움을은 어린 나에게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왔었다. 처음 다른 사람의 외로움을 적나라하게 느끼는 순간이었고, 나또한 그 아주머니와 같은 감정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이 아주머니의 이야기 뿐만 아니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세상에는 곳곳에 외로움이 깔려있었다. 혼밥을 외로운 것이 아닌 일상으로 느끼는 현재와 달리 내가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만 해도 한국에서 혼밥은 굉장히 암울한 어감을 띄고 있었으며, 사람들의 인식또한 비슷했다. 그 당시 존재했던 '1인 식당'이 가지고 있던 개개인의 외로움들과, 어느 순간 바쁘게 일하다 문득 혼자임이 느껴지는 순간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싶지만 그 '누군가'를 특정짓지 못하는 순간들.

 

그 외로운 순간들의 나열은 개인주의가 심화된 지금보다 더욱 쓸쓸함을 담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은 그 외로움을 쉽게 다스리지 못했었다. 그렇게 도처에 깔린 외로움을 어느 순간 적나라하게 읽고 있던 나는 책을 읽는 중간중간에도 함께 외로움에 잠식되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이 <혼자인 내가 혼자인 너에게>이다. 저자는 당당히 그 외로움을 받아들이는 법을 서른세편의 소설을 통해 이야기한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에 대한 이야기였다. 혼자라고 나쁜 것이 아니고, 혼자라고 특별히 잘못된 것도 아니다. 혼자라고 행복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 훌륭할 필요도, 완벽할 필요도 없다.

 

 

종이 상자 안에는 충격 보호 패드로 싸인 나무 조각이 하나 들어 있을 뿐, 아무런 메세지도 없었다. 나무 조각은 기이한 모습이었다. 심심한 누군가 아무렇게나 나무를 깎은 것처럼 균형감이 없었고 어딘지 모르게 만들다 만 것 같은 모습이었다.

 

(...)

 

"난 여기에서 에스키모를 연구한 다음 많은 걸 깨달았다. 에스키모들에게는 '훌륭한'이라는 단어가 필요없어. 훌륭한 고래가 없듯 훌륭한 사냥꾼도 없고, 훌륭한 선인장이 없듯 훌륭한 인간도 없어. 모든 존재의 목표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지 훌륭하게 존재할 필요는 없어. 에스키모의 나무 지도를 보는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지도에는 '훌륭한'이라는 수식어가 없구나. 이 지도 속에는 인간이란 존재가 스며 있지 않구나. 그냥 지도이구나. 지도를 전공하고 있는 네 앞에서 주제넘은 소리인지 모르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단다. 나는 네가 에스키모의 지도를 연구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그걸 보냈단다."


김중혁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

 

 

외로움과 고독에 대한 이야기. 어쩌면 그저 '외로워'라는 단어 속으로 하염없이 잠식할 수도 있지만 이 책에서는 문화생활을 통해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이 책을 어린 시절 접한 덕분에 지금의 나는 더욱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서야 생각하는 건데, 책을 읽고 그 책에서 느낀 점을 자신의 삶에 대입시켜 새롭게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이 책을 통해 최초로 배웠던 것 같다.

 

확실히 나는 이 책을 읽은 이후로 더욱 한국 책들을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책을 읽는 습관을 길렀고, 과거의 저자처럼 아트인사이트에서 책을 읽고 나의 이야기와 묶어 글을 쓴다.

 

 

[김혜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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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원
    • 그 책 꼭 읽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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