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당신에게 건네는 강렬한 춤의 인사 -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 [공연]

무대 위 무용수는 모두 샤먼이다. 그리고 이 작품을 보게 될 당신도.
글 입력 2021.11.1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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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모습은 없다, 그들 모두 샤먼이다

 

국립무용단이 새단장한 해오름극장에서 처음 선보이는 대작. 작품의 출발은 ‘샤먼’과 ‘내림굿’ 의식이다. 무대 위 무용수는 모두 샤먼이다. 특별한 능력으로 인해 사회에서 고립되었다가 이내 운명을 받아들이고 입무(入巫)에 드는 내림굿을 거쳐 다시 태어나는 샤먼들, 역경을 이겨내고 용기 내어 삶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샤먼들의 여정이 아름답게 이어진다.

 

작품 제목인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는 샤먼 각각이 스스로에게 건네는 인사이자 모든 사람에게 건네는 다정한 안부 인사이다. 손인영 예술감독이 안무를, 이날치 밴드로 폭발적 관심을 받은 장영규가 작곡 및 음악감독을,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컨셉 작가 윤재원이 연출, 미술감독을 맡았다.  인류 공통의 재산인 무속 문화의 다채로운 면들이 강렬한 신체 에너지와 이미지, 선명한 음악과 어울려 파노라마처럼 극장을 가득 채울 것이다.

 

- 공연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 소개글 中

 

 

*

본문에는 공연 연출에 대한

스포일러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공연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는 무당과 굿에 대한 기존 이미지를 버리고 일상성과 다양성을 강조한 작품으로, 샤먼을 중심 소재로 삼지만 인간이 마주하는 운명 같은 순간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감정을 내림굿에 빗대어 표현한다.

 

무대 위에는 총 46명의 무용수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내림굿에 참여하는 샤먼인 동시에 운명 같은 변화를 겪고도 자신의 인생을 묵묵히 걸어가는 모든 평범한 사람이며, 내림굿은 보통 사람이 새로운 세계에 입문하는 의식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점에서 샤먼을 신비로운 존재나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직업인이자 사회 구성원으로 가깝게 바라본다. 즉,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무용으로 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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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 (사진 Hasisi Park)

 

 

무용수들은 내림굿 의식에 참여하는 입무자, 조무자, 주무자 세 부류로 나뉘어 무대에 오른다. 예기치 않은 소명을 맞닥뜨려 선택의 갈림길에 선 사람인 입무자(入巫者)는 새로운 세상에 막 첫발을 내딛게 된 불안과 혼란의 상태를 그려낸다. 조무자(助巫者)는 선행입무자로 무당의 길을 먼저 걸어왔고 입무자가 소명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사람으로서 공동체로서 동무자들과 끈끈하게 연결되고 결속된 모습을 표현한다.

 

마지막으로 주무자(主巫者)는 오래전 무당의 삶을 받아들여 내림굿 의식을 주관하는 사람으로서 그의 움직임으로부터 온전한 직업인으로서의 노련함과 연륜을 엿볼 수 있다. 이들은 특이하게 ‘부채’를 활용하는데, 이는 내림굿 의식에 활용되는 중요한 매개체인 동시에, 입무자와 조무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새로운 세상에 막 첫발을 내딛은 입무자, 먼저 같은 시간을 견딘 조무자, 선택을 믿고 기다려주는 주무자까지, 이들이 서로 맺는 관계성이 다양한 형태의 움직임과 색깔로 무대 위에 흘러간다. 본인의 운명을 깨달은 순간 변화를 받아들이며 성장하는 사람의 감정이 무용수의 몸을 투과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처음에는 움직임 하나하나 어떤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까 분석해 보려 노력했다. 그러나 무대를 보는 순간 그러한 강박적인 마음은 바로 접혔다. 무대 위에 시선을 빼앗기고 말로는 표현 불가한 감동스러운 무언가가 차오름을 느꼈다. 더 이상의 분석은 무의미했다. 보고 듣고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바로 마음속에 강렬한 인상을 자연스럽게 자국처럼 남기는 것으로 충분했다.

 

장면을 멀리서 쪼개어 보면 다채로운 장면의 연출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요컨대, 움직임을 최소화하여 음악만 들리는 장면, 음악 없이 정적 속에서 움직임만 극대화한 장면, 움직임 없이 무대장치로만 ‘이것이 운명이다’라는 의미를 강렬하고 웅장하게 전달하는 장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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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

 

 

어떤 장면은 음악이 또는 미술이 깊은 인상을 남기고, 어떤 장면은 의미체로서 몸의 움직임이 미세하면서도 정확하게 보인다. 이러한 다채로운 연출 방식은 장면마다 무대 위에 존재하는 음향, 움직임, 무대장치, 조명, 영상, 의상 하나하나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농밀하고 집중적이다. 어떤 순간에는 한 편의 영상 같기도 이미지 같기도 하다. 때로는 드라마 롱테이크 같기도, 독립영화 같은 인상을 받기도 한다.

 

이는 춤만이 아닌 총체적인 예술로서 무용의 새로운 다양성과 확장성을 관객에게 보여주고자 한 연출 의도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안무가 손인영 감독, 장영규 음악감독, 윤재원 연출가를 비롯하여 국립무용단 무용수들, 빛으로 다른 세계를 창조한 여신동 조명 디자이너, 클리셰를 걷고 일상성을 뽑아낸 오유경 의상 디자이너와 신세경 분장 디자이너까지 각자의 독창적인 예술성이 하나의 무용 작품에 녹아든 협업의 결과물인 것이다.

 

무언가에 몰입한다는 것은 강렬한 인상으로 인해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이끌림이다. 잠시 숨을 참고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것, 바로 춤에는 강렬한 이끌림이 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필자는 눈짓, 몸짓, 감정을 오롯이 몸을 이용해 표현해 내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경의의 눈빛이 차오르고 감동의 울림이 느껴진다.

 

다시 보니,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싶다. 무대 위 무용수들을 통해 전하는 안부 인사인 동시에 모든 살아가는 사람과 떠나간 사람을 향한 춤의 대화가 담긴 공연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 아직도 무용수들의 유연하고 연속적인 움직임이 잔상처럼 남아있다. 말을 하지 않아도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무대 위 무용수들을 보며 느꼈다. 비록 해당 공연은 끝이 났지만 다음 공연 때 국립무용단이 다시 무대 위에 오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멋진 대화를 눈과 마음으로 한가득 담아 갈 수 있기를 바란다.

 

 

※ 참고 자료: 공연<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 리플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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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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