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에게 바치는 그림책 -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는 본질적인 질문들
글 입력 2021.11.1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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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그림책 작가들 표1.jpg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된다


 

언제까지나 아이인 사람은 없다. 시간이 흐르면 아이는 반드시 어른이 된다. 이 명제는 너무나 당연해 보이지만 동시에 당연하기에 잊혀져 있다. 많은 이들이 아이를 그저 ‘순수한 존재’로 통칭하며 세상의 온갖 부정한 것들로부터 아이를 단절시키려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태도가 모순적인 이유는 어른의 몸을 한 채 아이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들을 향한 시선은 결코 곱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이에게는 세상의 잔혹하고 냉정한 면을 알아갈 명분과 권리가 있다.


아동기에 주로 접하는 ‘그림책’은 어른의 시선으로 느끼기에 어쩌면 너무나 걱정스러운 데가 있다. 그림책에게는 아이에 대해 어른들이 통상적으로 가지는 그러한 편견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를 탐독하는 내내 ‘아이는 다치기 쉽고 보호해야 하는 존재’라는 과도한 걱정이 오히려 그들을 사회로부터 분리하여 독이 되고 만다는 것을 그림책 작가들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나도 은연 중에 그림책을 향한 일종의 틀에 박힌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던 것 같다. ‘전체 연령가’답게 순화되고 어딘가 전형적인 이야기만을 다룰 것이라고 으레 지레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에 담긴 그림책 작가들의 생각과 소신은 의식하지 못하는 새에 피어난 나의 이러한 편견에 일침을 놓았다. 그들은 그림책의 독자를 아이로 한정하지도 않을 뿐더러 아이를 절대 과소평가 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림책은 매우 단순해 보이면서도 삶의 가장 깊숙한 부분을 건드리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작가 개개인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경험에 대한 그들의 생각과 신념을 접하다 보면 그들이 자신의 값진 경험을 통해 얻어낸 삶의 이치를 얼마나 압축하여 그림책에 담기 위해 노력하는지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에게 그림책을 접하도록 하는 이유를 절감할 수 있었던 순간이다.

 

 

 

당연하게 느꼈던 울타리에 의문을 던져보는 일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아마 많은 이들이 그림책이 다른 종류의 책들과 다른 점으로 ‘순수함’, 혹은 ‘교훈적임’을 꼽을 것이다. 그러나 그림책이 독보적으로 가진 차이점은 모두 ‘의문점을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살아가며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규범화 하였기에 이상히 여기지 않는 것, 의심하는 것만으로 어쩐지 생경함을 느끼게 만드는 주제를 그림책 작가들은 과감히 다루고 있다.


그림책 작가들이 특별난 사람들이어서가 아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어린 시절 그림책 작가였을 수 있다. 나는 아이들이 한시도 쉬지 않고 시답잖은 질문을 해대는 것을 때로 성가시게 생각한 적이 있는데, 이제와 돌이켜 보면 그 질문들이 얼마나 우리가 무디게 생각해왔던 진실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것이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예컨데 ‘하늘은 왜 파란색이야?’하는 질문들까지 말이다.


그 질문들에 은근한 거부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안전한 삶을 위해 둘러 놓은 울타리를 무너뜨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울타리, 즉 사회화를 거치며 대부분의 이들이 학습하는 규범과 체계는 물론 다양하고 혼란스러운 사회를 어떠한 틀 안에 넣어줌으로써 우리가 정리되고 안정된 인식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울타리가 없다면 분명 이 사회는 혼란으로 뒤덮여 버리고 말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할 것은 울타리만 철썩 같이 믿고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다면 마치 ‘진격의 거인’처럼 언제가 울타리의 키를 훌쩍 넘어서는 괴물이 등장했을 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세상은 늘 느리고 꾸준하게 변화하고 있기에 우리는 끊임 없이 우리가 세운 울타리를 의심하고 의문을 던지며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방법을 도모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곧 변화한 세상의 주인이 될 아이들의 역할이기도 하다.

 

 

‘말이라는 것을 낯설게 바라보면 꽤 난폭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상을 평균 내려는 시도, 연속된 변화 과정을 저이 화면으로 박제하려는 시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p.54 中

 

 

아이들이 그러한 막중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단연 그림책일 것이다. 이 책의 두번째 인터뷰이 소윤경 작가가 언급한 위 구절처럼 글은 그 자체의 특성으로 무한한 상상과 의심이 필요한 아이들을 틀 안에 가두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글뿐만 아니라 메시지를 압축해 담아낼 수 있는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좋은 교과서가 될 수 있다.

 

 

 

그림책 작가가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이 책의 구성은 스스로 그림책 작가이기도 한 ‘최혜진 작가’가 한국의 그림책 작가 10인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들이 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좋은 질문이 좋은 답변을 이끌어 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리 그림책 작가들이 좋은 신념과 생각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이끌어내는 질문이 없다면 그 답변은 작가의 내면 속에서만 떠다닐 뿐 이렇듯 나와 같은 독자들에게 전달되지 못했을 것이다.


최혜진 작가가 던지는 질문에서 그가 ‘그림책을 만드는 일’에 대해 얼마나 깊은 의미를 두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작가들의 작업에 대한 질문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과 경험 자체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하곤 하는데 겉에서부터 안으로 파고 들어가는 그의 질문을 통해 10인의 그림책 작가들은 자신들의 빛나는 생각과 신념을 꺼내 놓을 수 있었고, 그리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그림책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게 만드는 과정이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를 읽으며 나는 어쩐지 단돈 18000원으로 누군가가 경험과 깊은 사고를 통해 얻어낸 삶의 지혜를 도둑질 하는 것만 같다는 느낌을 받았을 정도로 이 책을 통해 나의 인식 자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큰 계기를 얻었던 것 같다. 앞으로 마주칠 그림책들을 통해 얻어갈 보물같은 순간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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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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