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벗어난 질서의 경계- 뉴 오더 [영화]

글 입력 2021.11.10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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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뉴 오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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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뉴 오더>는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미셸 프랑코 감독의 작품으로 202X 가상의 미래: 혼란으로 뒤덮어진 이후 새로운 질서를 마주한 이들의 이야기이다.

 

일종의 경고처럼 다가오는 영화의 시작은 프롤로그 형식을 취한다. 처음부터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영화의 주제가 전혀 가볍지 않다는 것을 관객에게 다시 한번 더 상기시켜준다.

 

미처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한 채 출발하는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다. 이 느낌은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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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뀌고 있는 질서의 시작



화려한 마리안의 결혼식과는 반대로 거리는 온통 초록색으로 뒤덮었다. <뉴 오더>의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초록색 물감'은 파티를 즐기고 있던 사람들에게 일종의 '불안함' 또는 '불편함'으로 다가오는 요소이다.

 

이를 처음 발견한 마리안의 어머니는 또 다른 '불편함'을 마주하는데 바로 이전에 그녀의 집에서 일했던 롤란도의 방문이다. 롤란도는 가족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방문했지만, 그녀에게는 그저 결혼식=비즈니스를 방해하는 불편하고 귀찮은 상황일 뿐이다.

 

몇 번이고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집으로 들어오지도, 섣불리 나가지도 못하는 롤란도의 모습에서 뚜렷하게 구분된 듯한 경계를 발견한다. 그 선을 지키기 위해서 이들의 몸부림은 어디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롤란도의 뒤에 서 있던 낯선 인물이 나타남과 동시에 어쩌면 시위대의 등장은 예견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결과로 영화 속 불편한 상황과 별개로 관객에게는 아주 친절하게 그어진 계층의 선은 이내 마구잡이로 뒤엉키게 된다.

 

새로운 질서가 확립되는 과정에선 그 선을 지키던 이들의 안전도 더 이상 안녕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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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질서의 이면



마리안과 크리스티안.

 

두 사람은 <뉴 오더>에서 각 계층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또한, 경계에 서 있으며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계층의 선을 넘나든 인물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행동은 눈에 띈다. 바로 새로운 질서를 위한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또 다른 명분을 위해서인지 의미 없는 폭력을 일삼은 이들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롤란도의 집으로 향하던 마리안과 크리스티안은 거리에 가득한 시위대로 인해 길이 막히게 되고 차마저 초록색 물감으로 뒤덮어진다. 바로 위의 장면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큰 위험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곧 마리안은 또 다른 위험에 빠지게 된다. 그녀가 입고 있는 빨간색은 화려함의 이면에 경고를 의미하는데 이제 마리안은 위험 그 자체를 상징한다. 그녀가 집을 떠나 그 경계로 들어서면서 이미 또 다른 위험은 시작되었다.

 

단지 선을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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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클로즈업되는 크리스티안의 얼굴과 무언가 응시하는 듯한 표정으로 언뜻 슬퍼 보이는 눈빛은 그가 겪고 있는 상황을 짐작게 한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그의 행동은 오히려 담담함이 느껴진다.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간 줄 알았던 마리안이 어딘가 감금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군인들이 찾아와 마리안과 자신의 신변에 위협을 가했을 때도 이를 예견한 듯한 태도이다.

 

새로운 질서라고 일컫는 이 모든 일이 영화 속 많은 이들에게는 이미 일상처럼 가까워진 것일까?

 

그들의 눈에 비친 일상은 송두리째 빼앗기고 거리는 온통 죽음의 문턱으로 가득 차 있다.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으며 어떠한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영화는 현실에서도 가장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어두운 면을 강조하고 있다.

 

계층 간의 질서와 세력다툼, 강자와 약자의 관계 등은 늘 사회적 갈등을 초래한다. 그 이면에는 현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아주 비합리적이고 폭력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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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경계



경계를 넘어서 더 이상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마리안과 몇 번이나 경계를 넘나들었지만 끝내 그 선을 넘을 수 없었던 크리스티안.

 

영화를 보며 특히 인물에 초점을 두었던 이유는 단순히 <뉴 오더> 제목과 영화의 주제와 부합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셸 프랑코 감독이 언급한 것처럼 '일종의 경고'가 86분 내내 눈앞에 펼쳐졌으며 이는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오직 죽은 자만이

전쟁의 끝을 볼 수 있다.

 

 

경고가 현실이 되는 이 순간에도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이 아닐까?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죽음 꽤 가깝게 그린 영화 속 장면들이 마음을 무겁고 불편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더불어서 잔인하게 얼룩진 사회의 민낯을 마주하니 달리 보면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한 시선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모든 것이 죽음으로 끝나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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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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