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첫 문장에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가는 도서 [도서/문학]

글 입력 2021.11.11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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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서 책을 한 권을 골라 읽는 행위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 책을 골라서 읽는 이유와, 계속해서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드는 이유는 여러 갈래로 나누어지게 된다.

 

그 갈래 속에서 아직 책을 고르는 자신만의 방향성을 찾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독자분들 또한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을 위해 가장 클래식한 책을 고르는 방법을 추천하고자 한다. 바로 책의 첫 문장을 보고 책을 선택하는 직관적인 방법이다. 책을 읽을 때 그 책의 첫인상을 담당하는 것은 책의 첫 문장인 것을 생각해 보았을 때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많은 문장들은 그 시대상과 읽는 사람들의 심리에 따라 다르게 문장은 다양한 방향으로 해석되는 점을 생각해 보자. 그런 측면에서 첫 문장에 이끌려 선택된 책을 읽는다는 건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는 선택이다. 바로 과거에서 지금까지 통용되는 아주 클래식한 감정들에 대 공감을 할 수 있는 경험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경험을 위해 사람들에게 오랜 시간 간직하고 싶은 책으로 기억되어 왔던 책들로 우선순위로 정했다. 에디터가 첫 문장에 느낀 감정과 함께 서로 다른 방식으로 소설의 도입부를 시작을 여는 새로운 책 리스트를 살펴보자.

 

 

 

01. 첫번째 소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날 저녁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서 나는 한낱 환한 실루엣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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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제목은 바로 패트릭 모디아노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이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에디터 본인은 심한 무력감과 상실감을 느끼고 있었다. 무력감과 상실감이라는 감정 자체를 부정적으로 여겨졌다. 그렇기에 감정들을 숨기고 부정하는 것에만 초점을 두고 바라보았다.

 

그러다 애초에 부정해왔던 스스로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역설적으로 책에서는 환한 실루엣이라고 표현한 것이 하나의 위로로 느껴졌다.

 

앞서 첫 문장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특유의 신비하고 몽상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소설이 전개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퇴역 탐정이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추적하는 여정을 걷게 되고 그 이야기의 흐름대로 책의 책장은 넘어간다.

 

하나씩 발견되는 단서들과 기억들은 퍼즐처럼 하나씩 맞춰지면서 뚜렷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더욱 불확실해지는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과 대면하게 만든다. 앞선 첫 문장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탐정 소설의 기반으로 소멸된 과거의 재구성을 넘어선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한 감정은 크게 거대한 상실과 망각으로 정의된다. 이러한 감정을 표현한 방식은 프랑스의 비극적 현대사의 단면을 보여주며 인간 존재의 ‘소멸된 자아 찾기’라는 보편적인 주제의식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이 소설을 읽어야 할 이유에 대해서 에디터는 부정적인 감정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보살피는 순간을 만날 것이란 기대감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02. 두번째 소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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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는 책들 중 첫 문장으로 가장 유명한 소설이 아닐까 생각되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의 첫 문장이다.

 

어떤 여정을 이렇게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을까라고 감탄했던 첫 문장이었다. 책의 한 문장을 읽었을 뿐인데 바로 제 머릿속에 눈이 내리는 설국 열차 속 눈의 고장이 그려졌다. 한 문장으로 모든 배경을 설명하는 소설은 흔치 않기에 더욱 첫 문장이 끌리는 소설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 소설은 한 젊은 여자의 손이 뜨거워지는 과정을 기록한 일지라는 표현이 걸맞은 소설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도쿄에 사는 시마무라는 설국의 기생인 고마코에게 반하게 되며 눈의 지방 온천장을 세 번 찾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는 고마코와 다른 순수한 매력을 지닌 요코에게도 끌림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동시에 두 여인에게 끌리게 되는 시마무라의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중심적인 줄거리를 가진 소설에 대해 누군가는 눈에서 시작해 불로 끝나는 소설이라고 표현했다. 전적으로 이 말에 대해서 공감하는 에디터는 사랑이라는 감정에서부터 이별에 대처하는 연인의 마음이 닿은 흔적들에 대해 눈이 내리듯 담담하게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

 

상투적인 표현들이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연인 간의 감정에 대해 눈이 내리면 자연스럽게 창밖으로 눈이 가듯 소설 속 장면들에 계속해서 마음과 눈이 가며 책을 읽어 내리길 바란다.

 

 

 

03. 세번째 소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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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첫 문장이 직관적으로 표현된 것처럼 소설의 제목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다.

 

앞선 소설이 머릿속 그려지는 풍경이 아름다워 책장을 넘겼던 소설이라면 이 소설은 그와 반대였다. 뒤의 이야기가 짐작되지 않아 생긴 궁금증 때문에 책장을 더욱더 빠르게 된 책이었다. 사람이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신한다는 소재를 갖고 실제적인 묘사와 부조리를 담은 이 소설은 작가의 냉담하면서도 특유의 모순된 특성이 잘 살려진 대표작으로 뽑힌다.

 

이 소설은 모두가 자신만의 해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커진다.  치밀한 구조적 완결성 속에서 벌레의 존재에서부터 가족들의 인식도 등 많은 부분에서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끊임없는 해석의 장을 열어준다. 그 안에 갖춰진 현실적인 요소는 지금 현대 사회에서도 아직 남아 있는 문제로 여겨진다.

 

그 때문에 지금도 이 소설이 큰 공감도를 갖고 있다는 점 또한 다양한 해석이 이끌어지는 것에 대한 하나의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독자분들이 읽은 변신에서는 어떤 해석이 새롭게 생겨날지 기대감을 갖고 추천한다.

 

 

 

04. 네번째 소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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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서를 보다가 첫 문장에 반한 것은 처음인 소설이었다. 대한민국의 수험생이라면 한 번쯤은 보았을 이 소설의 제목은 이상의 [날개]이다.

 

실험적인 심화된 리얼리즘이라는 평가를 받는 소설은 읽을수록 ‘자기 소모’라는 단어에 걸맞은 소설이다. 소설은 지식 청년인 ‘나’의 생활과 생각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체적인 줄거리를 요약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모습과 생각을 보여주는 ‘나’의 모습은 소설 속에 더 빠져들게 만든다.

 

‘나’는 사실 식민지 사회의 병리를 개인의 삶 속 생각과 갈등 그리고 이해되지 않는 모습으로 역설적으로 사회 현실을 바라보는 장치이다. 앞선 소설들이 내용과 감정에 대해 궁금하길 바라며 책을 권한다면, 이 책은 새로운 표현 방식에서 피어난 당시 현실에 대해 알리고 싶어 추천한다.

 

책을 고르는 기준이 어려워 책 자체를 어려워하시는 분들께 이번 글이 꼭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한다. 자신만의 기준이 정해지기 전 다양한 책을 접해보는 방법으로 첫 문장이 끌리는 책을 고르는 경험이 쌓일수록 놀라운 순간이 생겨날 것이다. 바로 스스로 정하는 새로운 책을 고르는 기준이 나도 모르게 정해지는 순간 말이다.

 

그러한 기준이 생겨 우리 모두가 책을 더 가까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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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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