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술이 도대체 뭐야? [문화 전반]

목적 없는 예술이 전달하는 가치
글 입력 2021.11.07 08:0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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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을 전공으로 배우는 것은 항상 꿈꾸던 일이지만, 예상치 못했던 단점이 있다. 자꾸 예술의 답을 찾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한 작품을 보면 장면에 담긴 모든 것을 분석하려 하고, 왜 이런 기법을 썼을지 예술가의 의도를 알아내려고 애쓴다.

 

좋은 영화 한 편을 봐도 나만의 생각과 상황이 담긴 감동보다는, 내가 느끼는 감정이 감독이 말하려는 것에 부합한 감상이 맞는지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물론 학도로서 거쳐야 하는 당연한 단계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예술에서 의미와 답을 찾으면서부터 아이러니하게도 예술이라는 것이 점차 희미해졌다. ‘예술’이 도대체 뭘까?

 

얼마 전, ‘예술’이라는 것에 좀 더 자유롭고 폭넓은 사고를 할 수 있게 되는 일련의 과정이 있었다. 그 과정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필자에겐 당연하지 않았던 ‘예술’의 당연한 면에 대해.

 

전시를 보러 다니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전시를 보고 올 때면 어딘가 답답한 기분이 든 적이 여러 번 있다. 도저히 분석할 수 없는 작품을 보며 도대체 이 작품에선 내가 뭘 느껴야 하나 고민했다. 반대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다가, 작가의 의도를 알고 나서 오히려 작품에 대한 애정이 반감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날엔 ‘예술’에 풀리지 않은 응어리라도 있는 것처럼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낙서 같은 그림 옆에 새겨져 있는 어마어마한 금전적 가치를 볼 때면 예술은 역시 ‘그들만의 리그’였다. 동경하지만, 다가가기 힘든 아우라를 풍기는, 괴리감이 느껴지는 존재. 예술 작품의 가치는 도대체 어떻게 정해지는 것인지, 너무나 쉽게 만들어진 것 같은 작품에 금전적 가치가 이렇게 높을 수 있는 것인지, 왜 이런 작품들이 사람들을 열광하게 하는지에 대해 끝도 없이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가 아는 ‘예술’은 그저 허세 같을 때도 있었다. 평범한 ‘너’ 같은 존재는 이해할 수 없는 가치를 지녔다고 필자의 앞에서 몸집을 부풀리며 만용을 부리는 것만 같았다.

 

그런 점에선 특정한 메시지를 전하려는 예술을 볼 때에는 마음이 한결 편하기도 했다. 예술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비전을 가진 예술가들의 작품 말이다. 정치적 메시지를 담는다던가 현실을 고발하려는 예술가들의 작품은 숙고하지 않아도 답이 있었다.

 

딱히 메시지가 느껴지지 않던 전시에 다녀와서 예술과 한 발자국 더 멀어지며 ‘역시 예술은 몽롱하구나’ 생각한 다음 날이었다. 본가에 들른 오빠에게 “예술이 도대체 뭘까?”하고 이야기를 꺼냈다. 오빠는 전시를 열며 예술가의 입장이 되어본 적이 있기 때문에 무언가 답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별로 대단하지 않아 보이고, 아무 뜻도 없는 듯한 작품들이 왜 그런 어마어마한 가치를 갖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는 말에 오빠는 그랬다. “근데 예술가들은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오빠는 그냥 하고 싶은 것들을 결과물로 내놓는 건데, 그걸 보고 뭘 느끼느냐는 관객마다 다르겠지.”

 

그때, 필자의 머릿속을 스쳐 간 것은 생뚱맞게도 길거리에서 연주를 하는 거리 연주자들과 그 앞에서 몸이 가는 대로 춤을 추는 행인들이었다. 바이올린을 켜고, 기타를 치고, 드럼을 두드리는 연주자들과 그들을 보며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있거나 몸을 흔드는 사람들. 그런 장면은 확실히 눈길을 끈다. 영상 플랫폼에서도 길거리 연주자들이 즐겁게 몰입하고 있는 영상들은 조회 수가 아주 높다. 우리는 그런 장면들을 보는 것을 즐긴다는 증거다.

 

예술에는 그런 면이 있는 거였다. 예술가들은 하고 싶은 것을 한다. 작품에 순수하게 열정과 시간을 쏟는다. 누군가 순수한 마음으로 어떤 것에 몰입하는 것을 보는 것은 관객인 우리를 다른 차원으로 데려간다. 어떤 감정이 자신을 휩쓸고 있는지 모르면서도 눈물이 나기도 소름이 돋기도 한다. 그리고 예술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같은 작품에서 수만 가지 다른 의미를 찾는다. 자신의 상황과 생각에 따라 다르게 감동한다. 그저 하고 싶어서 하는, 의도 없는 예술은 순수함을 지녔다.

 

세상에서 완전한 순수함을 찾기는 쉽지 않다. 아기를 쳐다보고 강아지를 쳐다볼 때 행복한 감정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의 생각에는 그들의 몸짓이, 그들의 눈이 완전한 순수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완전히 순수하게 존재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순수하게 열정과 즐거움으로 가득 찬 무언가를 보는 것은 풍부한 감정과 세상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해준다.

 

'BGT(Britain Got Talent)' 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도 어쩌면 같은 이유다. 어떤 것을 하고 싶은 사람은 그저 그것을 하고, 우리는 그 순수한 열정의 결과물에 감동한다. 아래의 영상은 2019년 'BGT'에서 파이널까지 올라간 flakefleet primary school 학생들과 그 선생님의 무대이다. 5살부터 11살까지로 이루어진 아이들이 그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의도 없는 즐거움으로 가득 찬 이 무대가 누군가의 계획하에 인생에 대해 일깨우려는 어떠한 것보다 훨씬 강력하게 다가온다.

 

 

 

      

성황리에 마무리된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일명 스우파에서 YGX의 리더 리정이 했던 인상 깊은 말이 있다.

 

 
‘목적 없는 춤이, 그냥 추고 싶어서 추는 춤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겠다.’
 

 

필자처럼 예술을 접하면 접할수록 멀어졌던 사람들이 목적 없는, 따지지 않는, 순수한 예술의 강력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
 
 
[권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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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  
  • 미스우군
    • 공감하는 대목이 있어 댓글남깁니다.
      글을 읽는 내내 가슴이 꽁당꽁당 뛰다는 건 공감한다는 의미겠죠. 일상이 그립고 또 멋진공연으로 가슴뛰고싶은 간절한 요즘 공감되는 글 감사합니다.
      필자님의 멋진 또다른 글 기다리겠습니다.
    • 2 0
    • 댓글 닫기댓글 (1)
  •  
  • nowkwon
    • 2021.11.07 21: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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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스우군읽고 공감해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맞아요 요즘 정말 멋진 공연이 간절하네요..! 다음 글도 공감되는 멋진 글로 찾아뵐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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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러
    • 너무 좋은 글이예요. 다음 글 기다릴게요
    • 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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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wkwon
    • 2021.11.07 21:3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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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러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군가 제 글을 기다려주신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네요 :) 다음 글에서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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