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피아노 한 대, 사람 한 명. [음악]

두 명의 피아니스트, 두 번의 솔로. 닉 베르취와 라스 듀플러.
글 입력 2021.11.0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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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 Bärtsch - [Entendre]

(ECM, 2021)

 

 

닉 베르취 음악의 특징 중 하나는 이름을 부여하는 방식에 있다.

 

그는 로닌(Ronin)이나 모바일(Mobile)과 같은 밴드 작업에서도 ‘Modul’에 숫자를 병기하는 식의 곡 작업을 이어왔는데, 이는 고정된 제목에 갇히지 않고 즉흥적이며 다변적인 맥락을 형성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유연한 연결성을 시사하는 ‘Modul 58_12’는 밴드 로닌의 2018년 앨범 [Awase]에서 ‘Modul 58’, 밴드 모바일의 2016년 앨범 [Continuum]에서 ‘Modul 12’의 선율과 호흡의 결합이기도 하다.

 

소리의 공간적이고 질감적인 확장은 재즈적인 즉흥성과 같이 멜로디를 풍성하게 하거나 다이내믹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녹음 공간과의 조응, 반복되는 지점에서 형성되는 그루브, 악장이 나뉘는 듯 크고 작은 단절의 순간이 특징적이다.

 

프리페어드 피아노를 이용한 악센트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젠-훵크’라고 일컫는 장르적 특성이나 주법,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종교적인 모티프가 그의 음악 이상으로 강조되어온 감이 있다면, 닉 베르취의 소리가 이번 솔로 앨범을 통해 개인적인 차원에서 더 넓고 단단해졌음을 실감할 수 있다.

 

19년 만의 두 번째 솔로 앨범이 무색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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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rs Duppler - [Naked]

(GLM, 2016)

 

 

독일 피아니스트 라스 듀플러의 솔로 앨범이다.

 

발매 연도 대비 5년의 시차를 두고 국내에 선보였다. 2011년에 발매한 전작 [Rætur]이 퀄텟 편성으로 펜더 로즈와 무그 신시사이저를 연주하며 록적인 소리를 들려줬다면 (역시 5년의 시차를 두고 나온) 이번 앨범에서는 그랜드 피아노 한 대로 낭만적이고 사색적인 악상을 표현한다.

 

섬세한 녹음이 인상적인데, ‘Rien Ne Va Plus’나 ‘Pièce Mi-Longue’같은 자작곡에서뿐만 아니라 색이름을 제목으로 한 네 곡의 ‘Interlude’는 타건과 그에 따른 잔향을 효과적으로 담아낸다.

 

작고 세밀한 연주를 포착한 게 놀랍다기보다는 오히려 강한 타건의 소리를 왜곡하지 않고 또렷하게 전달한 점이 특기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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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lude’는 클래식의 경향을 띤 연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위와 같은 녹음의 기술적인 부분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연주 공간을 연구한 덕분에 라스 듀플러만의 소리를 확보했다. 이는 앨범의 분명한 차별점이다.

 

‘My Favourite Things’같은 스탠더드 곡은 다른 곡들과 연속되는 분위기의 인트로 연주를 통해 앨범의 서사 안에 포함시킨다. 여기에서도 힘 있는 타건으로 연주의 강약이 두드러지며 그의 색채가 드러낸다.

 

피아니스트인 자신을 여실히 내비치는 솔로로 인상 깊은 소리를 들려주는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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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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