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물에 집착한 화가 –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미술]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Amedeo Modigliani
글 입력 2021.11.0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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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늘어진 여인, 적나라한 누드, 텅 빈 눈동자, 갸우뚱한 얼굴.

  

단순화시킨 형태와 부드러운 색채로 하여금 몽환적인 느낌이 물씬 느껴진다. 모딜리아니 작품을 처음 접하고 썼던 짧은 감상평이다. 그의 작품은 초상, 누드가 대부분이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그는 간결한 형태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내적 세계를 표현해 내고자 했다. 최근 미디어에도 자주 보이는 그의 작품들은 여전히 그 가치를 증명해 내고 있다.
 
모딜리아니는 작품 표현에 있어 인물의 세세한 부분은 모두 생략하고 눈, 코, 입의 특징만 강조했다. 실제로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의 시선과 이목구비 모양새가 각기 다르다. 호수 빛의 푸른, 비대칭적인 눈을 계속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정적인 느낌을 준다. 눈은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라 하는데, 모딜리아니가 인물의 이목구비를 중요하게 작업한 이유일 것이다.
 
작품들만 보건대 그가 작업했던 시대와 회화 특징이 문득 궁금해진다. 작품 속 단순화시킨 공간은 원시미술을 재해석한 듯 보이는데, 영향을 받은 작가가 누구였는지 짐작된다.
 
모딜리아니가 18세부터 살았던 파리는 마티스, 피카소, 브랑쿠시 등 현재 유명한 예술가들이 교류했던 곳이었다. 파리는 새로운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으며 다양한 변화와 모색을 통한 탈 전통의 이념이 그 어느 시기보다도 강렬했다. 이런 시대적 상황은 그의 작품에서 단순하고 왜곡된 표현양식을 이루는 토대가 되었다.
 
특히 그는 아프리카 니그로 조각과 큐비즘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평면 회화에, 기존의 인체와 인간의 형태를 무시한 전혀 다른 차원으로의 형태 변형을 추구하였다.
 
초상화는 한 개인을 기억하기 위한 기능을 가진다. 개인의 모습을 재현하는 부분은 초상화에 있어 ‘닮음’이란 키워드가 중요하다. 다만 20세기에 사진기가 발명되면서 초상화에 재현과 닮음이라는 요소는 필수적인 것이 아니고 예술가의 해석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오히려 초상화에는 모방과 재현에 대한 자유가 허락되어, 어떻게 모딜리아니가 인물화를 그려낼 때 자신의 내적 세계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했는지 이해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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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모자를 쓴 쟌느 에뷔테르느> 1907

 
  

<커다란 모자를 쓴 쟌느 에뷔테르느>를 통해 모딜리아니의 작품 형태를 보겠다.

 
구도를 살펴보면, 갸름한 타원형 얼굴은 커다란 모자의 포름과 아름답게 균형이 잡혀있다. 콧대의 선에서 가볍게 볼을 받치는 손가락과 팔의 선으로 뻗는 부드러운 곡선의 우아함과 청순함은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붓질의 형태는 그녀의 생명의 고동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처럼 따사롭고 차분하고 또한 확실하게 화면에 정착해 있다. 조심스럽고 한없이 깊은 여성을 넘어서 인간의 생명에 대한 사랑을 그려낸 것이라 하겠다. 작품에서 보이는 인간의 혼, 생명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작품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무엇보다 그녀의 슬픈 파란 눈이다.
사실 모딜리아니의 짧은 생은 미술사적으로도, 한 인물의 삶으로서도 매우 안타깝다. 1919년부터 극도로 건강이 나빠진 모딜리아니는 결국 결핵 수막염으로 사망한다. 그리고 그를 따라 작품의 주인공이자 모딜리아니의 연인이자 아내인 쟌느도 어린 딸을 두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이러한 사연을 알고 작품을 다시 본다면 다른 느낌이 들 것이다. 목이 긴 그녀의 모습은 눈동자조차 없이 무표정한, 마치 차가운 조각상 같은 모습이었다. 모딜리아니와 쟌느의 가슴이 아린 이야기로 작품 속 그녀의 파란 눈이 더 시리고 슬프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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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색 스웨터를 입은 쟌느 에뷔테르느> 1918

 
 
<황색 스웨터를 입은 쟌느 에뷔테르느>를 색채 중심으로 감상해 보자.
 
이 작품에서는 유연함이 화면에 나타난다. 마치 기다림과 평온함에 명상하고 있는 듯한 소박한 삶이 묻어난다.
 
특히 유연한 S자 자세로 포즈를 취한 쟌느는 여성의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모딜리아니의 연인 쟌느는 당시 임신을 한 상태로, 조용한 충족감에 평온함이 깃든 것을 보면 한때나마 모딜리아니와 함께 안정을 찾았던 순간으로 보인다.
 
모딜리아니는 자신의 연인 쟌느를 성실하게 그렸으며 무엇보다 쟌느와 관련된 작품에서 색채가 가지는 여러 가지 특징 중 세밀한 배려를 한 것이 보여, 그의 사랑이 물씬 느껴질 정도이다. 즉 붉은색의 머리카락과 노란색의 스웨터, 푸른색의 스커트, 암청색의 배경은 단순한 색채의 대비이면서 간결하고 우아한 느낌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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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딜리아니의 작품에서 일관된 소재는 인물로써, 그가 응시하는 생명은 관능의 밑바닥에 물결치는 고독한 영혼의 호흡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의 표현 양식을 보면, 장대하고 섬세한 곡선으로 변형된 형으로 단순하고 명쾌한 색조를 표현하여 명암 대비와 화면 전체를 지배하는 애수의 분위기가 독보적이다.
 
그의 작품 세계는 빈곤과 병마로 인한 방황, 고독 그리고 인간 본연의 진실을 투영하는 몸짓으로 승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큰 눈을 가진 갸우뚱한 얼굴의 무표정, 연민과 고독의 분위기 연출, 계란형의 얼굴, 백조와 같은 가느다란 목, 극단적으로 삐뚤어진 형상 등 무질서적인 구도지만 자세히 보면, 마음을 사로잡는 정서와 슬픔을 자아낸다. 다시 말해 형상과 색을 초월한 조형 예술이며 이는 추상의 가능성마저도 담고 있는 것이다.
 
매체로 다양하게 볼 수 있었던 그의 작품들은 무수한 꿈과 슬픔이 스며있었다. 풍부한 감수성으로 우아한 우수의 세계를 개척해낸 아메데오 모딜리아니는 지금도 당시 집단적 미술 운동에 휩쓸리지 않았던 위대한 화가로 기억되고 있다.
 
 
 

컬쳐리스트 황희정.jpg

 

 

 

[황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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