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전시를 즐기는 방법 - 빛의 벙커 제주 [전시]

글 입력 2021.10.2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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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꽤 추천을 받았던 전시가 있다.

 

빛의 벙커이다.

 

내가 지내는 숙소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전시로, 예전에 국가 통신시설이었던 오래된 벙커가 있던 자리에 전시관을 설치하여 제주도 여행을 오는 사람들에게 전시를 제공하고 있는 곳이다.

 

몰입형 미디어아트 (Immersive Media Art)라는 형태로 전시를 제공하고 있는데, 어두운 벙커 안의 공간에서 수십 대의 빔 프로젝터와 스피커를 통해 그림 작품과 음악 작품을 한 번에 만나게 된다. 층고가 매우 높고 모든 벽과 바닥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모든 곳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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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벙커 전시는 일반적으로 즐겼던 전시와는 형태가 매우 다르기 때문에 막상 처음 입장했을 때는 조금 당황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특히나 현재 제주 성산에서 진행되는 빛의 벙커의 전시는 모네, 르누아르.. 샤갈 전인데 처음 시작하는 작품은 완전히 낯선 작품이기 때문이다.

 

첫 전시는 독일 예술가 파울 클레의 작품과 함께 우리 귀에 익숙한 마술피리 테마곡이 나온다. 공간도 낯선데 그림 작품도 낯설어서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은 채로 전시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게 되고 둘러보게 되는데, 다른 사람들이 전시를 즐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곳곳에 앉거나 기대어 서있는 형태다. 돌아다니기보단 어느 한곳에 앉아 한쪽 벽면을 바라보고 있다. 빛의 벙커 안에서 조금 익숙해질 때쯤이면 앞의 전시가 끝이 나고 암흑이 찾아온다. 그리고 이런 제목이 벽면에 떠오른다.

 

'모네, 르누아르... 샤갈, 지중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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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우리에게 익숙한 화가인 모네의 그림부터 르누아르, 피사로, 시냑, 드랭, 블라맹크, 뒤피, 샤갈 등의 20여 명의 인상주의부터 모더니즘까지의 화가들의 작품들을 빛으로 전시하기 시작한다.

 

화가와 작품을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 순간순간 빛이 부서지고 새롭게 채워지며 나오는 수많은 작품들을 알아볼 수 있겠지만, 사실 아주 유명한 화가의 작품 외에는 모르는 작품이 훨씬 많았다.

 

빛의 벙커는 매우 어두운 공간에서 빛을 쏘아 작품을 보여주기에 작품에 대한 해설이나 설명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이 작품의 누구의 작품인지, 어떤 작품인지에 대한 이해가 어려워 정말 그 그림, 그 작품을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이었다면 아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전시를 조금만 지켜보다 보면 빛의 벙커는 사진 찍고 즐기기에 아주 좋은 공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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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벽에 서도 그림과 함께 어우러져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며, 어떤 바닥에 앉아도 그림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동영상 속에서 작품도 움직이고 나도 움직인다.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만이 작품을 보는 방법, 작품을 즐기는 유일한 방법일까?

 

이곳에서는 기존의 방식대로 작품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쉴 새 없이 큰 사운드로 귀를 채워주는 웅장한 음악과 함께 바라보는 모든 벽면에서 비춰지는 색색의 작품들을 보면서 자유로움과 편안함 그리고 아름다움을 함께 할 수 있었기에 이 또한 작품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처음 입장했을 때의 낯섦과 당황스러움은 이내 점점 자유로움으로 바뀌어 공간을 돌아다니면서 아니 누비면서 보고 듣고 사진 찍고 찍히는 것들은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다.

 

빛의 벙커는 빛의 벙커 나름대로의 전시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기존에 알던 방식대로 꼭 보지 않아도 괜찮지 않은가. 또 다른 곳에서 그 작품을 더 진지하게 만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곳에선 이곳의 자유로움을 만끽해 보시길 바란다. 덤으로 인생 사진도 많이 찍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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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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