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좋은 관객이 된다는 것은

좋은 관객이란 무엇인가
글 입력 2021.10.2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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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쩌다 관객이 되었다.

 

‘어쩌다 관객이 되었는가’라고 묻는다면, 정확한 시점으로는 올해 3월 아트인사이트에 몸담고 글을 쓰면서부터였다. 이전까지는 어떤 경로로 문화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지 요령을 알지 못하다가, 감사하게도 아트인사이트로부터 ‘문화 초대’의 기회를 받았고 덕분에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누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주제 및 분야의 콘텐츠가 있다면 기꺼이 향유했다. 그리고 어느 한 ‘관객’으로서 매 순간 감사하고 진지한 마음으로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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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관객이란 운동 경기, 공연, 영화 따위를 보거나 듣는 사람을 일컫는다. 관객은 공연∙전시를 보면서 상상하고 생각한다. ‘왜 이런 조명을 사용하는 걸까?’ ‘왜 저 공간은 비워둔 것일까?' '배우가 저렇게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이유에는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일까’ ‘저 배우는 왜 이런 대사를 하는 걸까?’ ‘바로 다음에는 필시 이런 장면이 이어지겠구나.’ ‘지금 들리는 노래가 참 좋은걸.’ 등등. 극의 흐름보다 앞서 예상해 보기도 하고, 흐름에 따라 동행하거나, 뒤쫓아가기도 한다.

 

그렇게 감상한 작품들 중 예상보다 훨씬 더 멋진 울림 있는 작품들이 있었던 한편, 기대했던 것보다 아쉬움이 더 큰 작품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흩어진 감상의 조각들을 구체적이고 짜임새 있게 리뷰글을 적어내야 했다. 잘 보고 잘 듣고 잘 경험한 바를 진지하게 글로 써내는 것, 그것이 내가 관객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난 이곳의 관객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잘 해내고 있는 걸까.

 

좋은 관객이란 무엇인가

 

그냥 관객도 아닌, 좋은 관객이라니. 처음 이 질문을 마주하고서 든 느낌은 마냥 긍정적인 느낌보다는 어떠한 부담감과 의무감이었다. '좋은'이라는 형용사가 주는 느낌이 그러했다.

 

‘좋다’

 

가볍게 들으면 기분 좋은 이 단어는 일일이 의미를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정의 및 쓰임이 굉장히 많다. 그러나 겉보기에는 마냥 긍정적인 의미로 다가오는 이 단어가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좋다’라는 표현은 긍정적인 감정 및 의도를 가지고 언제 어디서든 가볍게 표현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역으로 ‘도대체 좋다는 게 뭔데?’라고 묻는다면 답하기 어렵다. 저마다 ‘좋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며, 감정의 기준치와 정도도 다르기 때문이다. 각자만의 경험과 기준으로부터 좋은 엄마, 좋은 글, 좋은 사람, 좋은 물건에 대한 정의에 정해진 답이 없듯이 말이다.

 

‘좋은 관객’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관객은 작품을 향유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좋은' 관객이 되기 위해서는 기꺼이 행해야 할 어떤 책임감과 의무가 뒤따른다.

 

 

 

좋은 관객으로서 가져야 할 의무



필자는 관객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의무 및 역할에 대해, 크게 관람 전 / 관람 중 / 관람 후로 나눠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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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관람 전 관객으로서 염두해 두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의무는 관람 예절이다. 특히 관람 시간이 정해져 있는 공연이나 전시장과 같은 어떤 특정적인 오프라인 공간이 있는 경우에 관람 예절은 중요하게 작용한다.

 

요컨대, 적어도 공연 시작 10분 전에 도착하기, 배우가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도록 조용한 분위기에서 관람하기, 관람 시 다른 관객들에게 피해 주지 않게 배려하기 등이 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이유도 분명히 존재한다. 첫째는 단연 중요하기 때문에 그렇고, 둘째는 중요한 약속임에도 안타깝게도 잘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포털 사이트에 ‘관객 예절’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해 보면 얼마나 기본적인 것들이 잘 지켜지지 않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휴대폰 울림소리로 연주가 중단되거나, 관람 중에 갑자기 탈주를 한다거나, 간혹 공연 중에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을 켜는 관객도 있다. 최근 필자는 공연 관람 중에 뒷좌석에서 옆 사람과 말을 섞는 소리를 듣는 것은 물론 계속해서 발 차임을 당한 적도 있었다.

 

이처럼 당연히 지켜져야 할 에티켓들이 지켜지지 않아 벌어지는 불쾌한 일들이 생각보다 많다. 무엇보다 이런 경험들로 인해 공연 자체가 부정적인 경험으로 남겨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만큼 에티켓은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지만 공연의 전체적인 만족도와 몰입도를 결정짓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둘째로, 관람 중에 관객은 무대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 및 적극적인 호응을 표현할 의무가 있다. 이는 관객 참여 공연 또는 판소리처럼 직접적으로 관객의 상호작용이 요구되는 특정한 연극 및 공연에서 중요시된다.

 

이때 관객은 판소리의 흥겨운 장단에 맞추어 다 같이 몸을 맡겨 리듬을 타고 추임새를 덧붙이거나, 때로는 굵직한 연주나 노래를 마치고 암전이 된 틈을 타 두 손 모아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이러한 현장에서의 반응은 무대의 흥과 열기를 돋우기 위한 일종의 무대 장치로서 역할을 한다. 동시에 배우 및 연출자에게는 직접적인 말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격려와 응원의 움직임으로 작용한다.

 

관람이 끝났다. 그러나 관객으로서 보여야 할 의무는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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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로, 관객은 관람 후 ‘후기’를 남길 의무가 있다. 사실 이 행위가 어떻게 '자유'가 아닌 ‘의무’라고 여겨져야 하는가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미리 말하자면, 이 주장에는 '문화예술 콘텐츠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여 보다 건강한 문화예술 생태계가 마련되기를 바라는' 필자의 마음이 내포되어 있다.

 

‘후기’는 직접 콘텐츠(전시, 공연, 연극, 영화) 관람 및 경험 후 대개 글로 남겨지는 것들인데, 대개 감상과 생각이 휘발되지 않도록 기록으로 남겨놓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리고 후기는 생산자와 관람객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상호작용의 흔적이며, 넓게 보면 이 또한 무대의 결과이자 일부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공연의 경우, 장르의 특성상 영상 미디어나 출판물과는 달리 관객의 반응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기 때문에 더욱이 관객의 첨예한 비판의 목소리는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관객의 반응은 현장에서의 관객의 반응만큼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공연도 작품을 보는 사람이 없으면 의미가 제대로 전달될 수 없는 것처럼, 작품을 보아도 반응이 없으면 비슷한 맥락으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후기를 남기는 행위를 통해서 관객은 관람 후 울림을 느꼈던 부분의 흐릿한 감상과 부유하는 생각을 구체적인 언어로 토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으며, 생산자 및 창작자는 관객들이 남긴 생생한 후기를 바탕으로 더 나은 콘텐츠로의 성장 및 발전에 도모할 수 있다.

 

그러니 감상한 작품이 좋든 나쁘든, 그래서 후기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감상은 모두 지극히 주관적이고 사적인 시선으로부터 쓰일 테니 말이다. 다만, 아주 솔직한 태도로 감상을 남기되, 적절한 언어의 사용으로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더라도 그것대로 무분별한 비난의 말이 아닌 솔직 담백한 아쉬움과 함께 비판의 말을 남기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은 공연에 대한 기대감과 창작자들을 응원하는 마음만 더해진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것이야말로 좋은 비평에서 진중한 관객으로서의 면모를 보일 수 있는 기회일 것이다.

 

 

 

좋은 관객이 된다는 것은


 

날이 갈수록 누구나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콘텐츠의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의 경계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더 이상 소비자는 일방적인 수용자에서 머무르지 않고 생산자와도 쌍방향으로 상호작용하며 점점 더 적극적이고 역동적인 방식으로 무대의 형태가 변모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함께 고민해보면 좋을 담론이 바로, 좋은 작품을 대하는 관객은 어떤 모습이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는 것이다.

 

흔히 좋은 공연, 좋은 영화는 관객이 만든다는 말이 있다. 좋은 관객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콘텐츠를 자신만의 방식대로 자유롭게 즐기되 앞서 본문에서 언급한 관객으로서의 세 가지 의무를 다할 때 더 나은 공연, 더 좋은 전시가 만들어지고 우리는 또다시 좋은 관람의 경험을 이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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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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