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 명문가 출신 블랑쉬 뒤브아는 원래 살던 곳에서 떠나 동생 스텔라를 찾아간다. 그녀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여섯 블록을 지나쳐 '극락'이라는 곳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은 뉴올리언즈의 빈민가이며, 스텔라는 허름한 집에서 남편인 스탠리 코왈스키와 살고 있다.
스탠리는 폴란드 출생의 이민자이며, 성격과 행동이 거친 자동차 정비공이다. 블랑쉬는 예의 없는 스탠리를 좋게 보지 않고, 스탠리 역시 귀족 행세를 하며 우아함을 추구하는 블랑쉬를 못마땅해 한다.
블랑쉬 뒤브아의 가문은 이미 몰락하였고, 고향에 있는 농장인 벨-르브까지 잃었다. 하지만 블랑쉬는 여전히 현재를 바라보지 않고 과거 속에 살고 있다. 이는 그녀가 자신의 첫사랑이자 전 남편인 앨런을 잊지 못했기 때문이다.
블랑쉬는 열여섯 살 소녀일 적에, 소년이었던 앨런을 만났다. 완벽한 사랑을 만난 블랑쉬는 행복했으나, 결혼 후 어떤 이유로 인해 앨런은 블랑쉬를, 그리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
첫사랑의 순수함과 앨런을 잊지 못하는 블랑쉬는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많은 만남을 이어갔다. 설령 그게 낯선 남자라 할지라도, 자신에게 친절을 베푸는 남자라면 누구든 함께 시간을 보내고자 했다. 사람들은 블랑쉬가 육체적 욕망에 빠진 여자라고 손가락질했고, 모두 그녀에 대해 알게 되자 블랑쉬는 고향인 로렐을 떠나온 것이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블랑쉬는 계속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횡설수설하기도 하고, 사실과 다른 말들도 한다.
그녀는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 이야기를, 실제 자신의 상황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매우 현실적인 욕구에 충실한 스탠리는 과거와 환상 속에 사는 블랑쉬를 견딜 수 없어 한다. 그는 블랑쉬의 과거를 캐내 블랑쉬의 새 연인인 미치에게 그 사실을 모두 알린다.
블랑쉬는 어둠 속에서만 미치를 만났다. 미치는 밝은 빛을 싫어하는 블랑쉬를 위해 자신이 직접 설치해 주었던 갓등을 찢고, 밝은 빛 아래에서 블랑쉬를 마주하게 된다. 블랑쉬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애쓰지만, 미치는 결국 그녀에게 실망하고 그녀의 정신세계를 완전히 파괴한 채로 떠나게 된다.
블랑쉬가 자신의 모습을 어둠 속에 숨기고자 한 이유는, 현재 그녀가 거짓으로 점철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블랑쉬의 정신불안에 중점을 두었던 이전의 공연들과 달리, 2021 컴퍼니다의 작품에서는 블랑쉬가 어째서 이런 삶을 살게 되었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관객에게 납득시킨다.
그녀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첫사랑인 앨런을 잊지 못했다. 그와의 이별을 부정하고 싶고, 누구에게서든 앨런과 함께한 사랑의 감정을 다시 찾아내고 싶었을 것이다. 블랑쉬가 낯선 사람들이 친절을 베푸는 순간을 붙잡고 이어가려 했던 이유도 같을 것이다.
동생인 스텔라 역시 블랑쉬가 과거에 얼마나 순수하고 사람들을 잘 믿는 소녀였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순수한 호의만을 베풀지 않은 사람도 많았을 테고, 지속적으로 상처를 받은 블랑쉬는 환상과 거짓 속에서 끊임없이 정신을 갉아먹혔다.
블랑쉬는 너무도 외로워 보인다. 그녀의 외로움엔 끝이 없다. 이미 떠나버린 첫사랑을 그리며 그의 흔적을 붙잡고자 하는 행위는, 결코 근본적인 치유를 불러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늘 낯선 남자들의 친절에 의지해 왔어요."
스탠리와 미치로 인해 몸과 마음이 모두 부서지고도 또다시 낯선 이의 작은 친절에 의지하고 마는 블랑쉬의 마지막 대사이다. 그녀는 앞으로도 얼마나 더 공허한 삶을 보내게 될까. 어린 시절의 순수한 사랑과 신뢰가 불러온 결과는 잔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