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세요? - 울림의 탄생

둥둥, 북이 울리는 순간.
글 입력 2021.10.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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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의 탄생.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북을 만들어온 악기장에 관한 다큐멘터리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내 머릿속에는 몇 가지의 단어가 산발적으로 떠올랐다. 우리의 것, 전통, 무형문화재, 장인, 예술, 북, 도제식, 이제는 잊힌, 명성만이 남은, 그러나 끝내 계속 되어야 할.


북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의 전통이라 하더라도 평범한 사람들과는 거리가 먼, 절에 가서야 겨우 법고(승무와 불교 의식에 사용되는 북)를 한 번 보는 게 다다. 아니면 올림픽이나 개최되야 개막식을 통해 북 소리를 한 번 듣는 것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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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둥, 둥 북이 울리는 소리로 시작한다. 영화의 제목은 울림의 탄생이다. 소리의 탄생이 아닌, 북의 소리가 아닌, 울림의 탄생.

 

그 울림을 느끼기 위해서는 영화관에 가야한다. 원래도 나는 집보다 영화관을 선호하는 편인데, 이 다큐멘터리는 더 그렇다. 영화관 의자에 앉아 북 소리에 맞춰 의자가 울리는, 공기의 진동을 몸으로 느끼는 경험을 만끽하고 나서야 이 영화를 남김없이 맛봤다고 할 수 있다. 케이크 위에 올라간 딸기 한 조각정도라고나 할까.


우리는 영화를 보며, 단순히 스크린을 보고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닌 북의 울림을 느낀다. 둥, 하고 북이 울리면 우리가 앉은 의자까지 진동이 느껴진다. 언젠가 어디선가 울렸던 북의 울림을 우리는 지금, 영화관에 앉아 여기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꼭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공유 하지 않아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사람들은 함께 이어질 수 있다.


나레이션이 없이 임선빈 장인과 아들 임동국,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의 모습을 통해, 대화를 통해, 북을 만드는 과정을 보며 그들의 삶의 단면을 엿본다.

 

하지만 그렇다고 감독이 어떠한 개입도 없이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한다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뺄지,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출지, 무엇을 보여줄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편집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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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2017년 4월에 처음으로 만나, 2020년에 드디어 영화가 개봉했다. 보통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 1년 넘게 찍는다고 하는 이정준 감독은, 관객들에게 임선빈 장인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을까. 우리가 영화를 통해 듣게 되는 소리는 어떤 소리일까.


왜곡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거울도, 카메라도, 있는 그대로를 비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사람의 생애를 - 한 사람이 몇 십년에 걸쳐 만들어 낸 세계를 한두시간만에 관객들에게 전해주기 위해서는 당연히 집중해야 할 부분을 정해야 한다.


감독이 집중한 부분은 북에 대한 장인의 집념과 고집이다. 아들의 고민을 통해 현실적으로 맞부딪히는 삶의 문제를 보여준다.

 

북통은 중요한 게 아니니 소리에 집중을 하라는, 왜 아직 본인만큼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다른 것에만 신경을 쓰는지 모르겠다는 임선빈 장인. 사람들이 디자인에 신경쓰길 원하는데, 해달라는 대로 맞춰줘야 겨우 돈을 번다는 임동국 전수조교.

 

아버지와 아들은 누구도 틀리지 않았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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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이 만든 북 소리를 듣기 위해 아버지와 아들은 함께 평창으로 간다. 아들이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팜플렛이다. 거기에는 그들의 이름이 적혀있지 않았다. 적어준다고 했는데, 하고 아들이 짧게 화를 내는 장면이 유독 마음이 쓰리다.

 

어떤 과정을 거쳐 작업이 진행됐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개막식을 장식한 북의 제작자를 명시해줄 수는 없었던 걸까. 반면, 아버지인 임선빈 장인은 소리를 들었으니까 됐다며, 소리가 좋았으니 됐다고 말한다.


갑자기 한국에서 북에 대한 열풍이 불 수는 없다. 나만해도 경기도에 54명에 달한다는, 한국의 모든 무형 문화재에 관심을 가질 수는 없다. 하지만 한 번 눈에 들어온 것은 왜 이렇게 밟히는 걸까.

 

영화가 끝나고 짧게 진행된 gv 시간에 임선빈 장인인이 말하길, 제일 괄세를 받고, 설움을 당하고, 뒷치닥거리를 담당하는 것이 북 메우기라고 한다. 자신의 삶에 있어 최선을 다하는, 노력하는 사람들이 전부 성공했으면 좋겠다.

 

성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니 멋대로 말을 얹어서는 안 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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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력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좋은 소리를, 자신이 어릴 때 들었던 북의 울림을 다시 한 번 듣고 싶다는 임선빈 장인의 꿈을 응원한다. 우리 모두 가슴에 간직한 꿈이 있을 것이고, 그 꿈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응원한다.

 

 

[안우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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