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우파는 좋은 프로그램인가요? [문화 전반]

글 입력 2021.10.2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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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좋은 프로그램인가? 이 질문은 나에게 착한 프로그램은 좋은 프로그램인가? 라는 질문과 연결된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내리기 위해서 먼저 ‘착한’ 프로그램에 대한 의미를 결정해야겠다. 질문의 의도에 따르면, ‘착한’ 프로그램은 과정이 좋은 프로그램이다. 형식을 잘 갖추고, 전달 방식에 문제가 없는 프로그램이라는 뜻이다. 논란도 없고 문제도 없어야 착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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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Mnet TV 유튜브 채널 캡쳐

 

 

스우파는 착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이 방송은 방영 초기부터 자극적인 편집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첫 방송의 막이 오르기 전, 예고편에는 아이돌 출신 댄서인 이채연을 다른 참가자들이 무시하는 듯한 내용이 들어갔다. 영상은 빠르게 예비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 후 매 방송과 예고편에는 댄서들의 실력과 큰 관련 없는 개개인의 감정싸움이 크게 부각되어 나갔다. 막상 내용을 뜯어보면 작은 갈등이 왜곡된 경우가 많았다. 스우파가 크게 비판받는 부분 중 하나다. 동시에 엠넷에서 제작했던 여러 프로그램이 반복하던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프로그램의 형식에 대해서도 논란이 나왔다. 이번 방송에는 자기 팀을 알리기 위해 이미 유명하고 실력 있는 댄서들도 많이 참여했다. 이들을 심사하는 자리에는 스트릿댄스와 큰 관련이 없는 가수와 안무가가 앉았다. 대중이나 전문가들의 판단과 어긋나는 판정들이 나오면서, 심사위원의 평가에 대한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더욱 전문적인 분석과 평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판정이 탈락 여부에 영향을 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불만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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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제이블랙 & 제이핑크 유튜브 채널 캡쳐

 

 

시청자들의 불만과 요구를 보여주는 지표로 유튜브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던 댄서 제이블랙의 스우파 리뷰 콘텐츠를 들 수 있다. 제이블랙은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잘 알려진 댄서다. 방송에 나왔던 댄스 배틀에 대한 전문적인 평가가 궁금했던 시청자들이 직접 제이블랙에게 리뷰를 요청했다. 리뷰 영상은 차례차례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오르며 조회수를 빠르게 쌓아 나갔다. 조회수 100만 회 전후의 영상들이 탄생했다. 가장 많이 본 영상의 조회수는 183만 회에 달한다.

 

제이블랙이 해당 영상에서 프로그램을 리뷰하며 반복하던 우려가 있다. 스우파를 통해 스트릿댄스라는 장르가 주목받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프로그램이 이 문화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방송만으로 스트릿댄스의 문화를 접한 사람은 오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방송에서는 두 댄서가 배틀을 할 때 서로 다른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춘다. 그러나 실제 배틀에서는 같은 음악을 틀고 춤을 춰야 한다. 그래야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방송이 보여주는 배틀은 공정한 평가가 어려운 조건에 놓여있던 셈이다. 시청자로서는 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에 대한 오해가 쌓일 수 있다.

 

그러니까 스우파가 과정이 좋은 프로그램인가에 대해선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스트릿댄스 문화를 제대로 담아냈다고 하기엔 배틀 방식, 평가 기준이 실제 문화와 차이가 있다. 또 자극적인 편집으로 화제성을 지나치게 유도한다는 비판을 피해 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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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M2 유튜브 채널 캡쳐

 

 

그렇다고 해서 스우파가 낳은 결과들까지 무시할 수는 없다. 방송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출연한 댄서들은 전에 없던 인기를 경험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댄서가 가수 뒤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음악방송 유튜브 채널에 댄서를 찍은 영상이 매번 따로 올라올 정도이다. 여러 CF에서도 댄서들을 모델로 기용했다. 댄서들만을 위한 공연도 곧 막이 오른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ON THE STAGE’ 공연 관람권은 불티나게 팔리면서 전국에서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스트릿댄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도 달라지고, 댄서라는 직업에 대한 처우와 주목도도 달라질 것이다. 댄서들은 더 나은 환경에서 춤을 출 수 있을 것이고, 출연자들 역시 그것이 자신들의 출연 이유라고 말한다.

 

가장 큰 의문은 여기에서 등장한다. 스우파가 충분히 자극적인 프로그램이 아니었더라도 이렇게 큰 흥행을 불러올 수 있었을까? 흥행이 없었다면, 지금의 변화도 없었을 것이고, 출연자들이 부담을 무릅쓰고 방송에 나와야 했던 이유도 없어지게 된다. 자극적인 편집은 결과 앞에서 어떻게 평가받아야 하나? 착하기만 하고 아무런 변화도 만들어내지 못한 프로그램은 정말 착하다고 표현해도 좋을까? 그렇다고 결과를 위해 어떤 과정도 좋다는 식의 생각은 너무 위험한 것 아닌가?

 

평가와 심사위원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스트릿댄스라는 낯선 장르에 심사위원도 전부 낯선 전문가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을까? 우리에게 익숙한 얼굴의 출연자들은 분명 초반에 시청자들을 유입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논란을 낳은 평가는 오히려 시청자들을 움직이게 했다. 자발적으로 스트릿댄스에 대한 영상들을 찾아보고, 전문가를 찾아가 방송과 관련된 또 다른 콘텐츠들을 만들어냈다. 방송을 둘러싼 논란과 불만들은 노이즈 마케팅처럼 작용했다. 물론 어디까지가 프로그램이 의도한 것이고 어디까지가 우연인지는 구별하기 힘들다. 또 어디까지가 그래도 괜찮은 것이고 어디까지가 그래도 너무한 것인지도 판단하기 어렵다.

 

분명한 건 우리가 스우파에 대해 갖는 불만은 스우파의 흥행 요소와 관련이 있고, 흥행은 프로그램의 영향력과 다시 연결된다는 것이다. 착한 프로그램은 정말 착한지, 나쁜 프로그램은 정말 나쁜지 고민하게 된다. 좋은 결과를 위해 어느 정도의 나쁨을 허용한다면, 그건 누가 어떤 기준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

 

나는 언젠가 무언가를 기획하고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스우파를 지켜보면서 내가 지나치게 정석적인 사람이라는 게 마음에 걸린다. 정작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것들이 인기를 얻을 때가 많은데, 그런 순간에도 나는 내가 착한 기획자였다고 말하면서 뿌듯해 할 수 있을까?

 

과정과 결과 모두가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당연히 노력해야 한다. 합의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결과를 위해 과정을 정당화하자는 건 위험하다. 어디까지 우리가 허용할지 알 수 없어서 그렇다. 그러나 모두가 이상향에 다가서 있지 않기 때문에 고민은 계속된다. 어떤 것이 정말 착한 선택이 될 수 있을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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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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