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방법 [문화 전반]

'세계관 마케팅'
글 입력 2021.10.2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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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M 엔터테인먼트

 

 

“에스파가 몇인조 그룹이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모두의 대답이 똑같지는 않다. 누군가는 4인조라고 대답하고, 또다른 누군가는 8인조라는 답을 내놓는다. 8인조라 대답한 사람이라면, 세계관 마케팅에 푹 빠진 에디터와 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아이 에스파’가 가끔 현실세계로 나오면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해요. 우리에 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호흡이 잘 맞아요. 이제 8인조 걸그룹이 된 셈이죠.” 앞서 에스파의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에스파가 설명하는 그룹 멤버 수는 8명이다. 무대를 통해 본 멤버는 분명 4명이지만, 아바타와 공존한다는 콘셉트를 내걸고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하며 8인조 그룹임을 설명하는 것이다. 데뷔곡 ‘블랙맘바’를 통해 유튜브 최단 기간 1억뷰를 돌파하는 등 글로벌 음악시장에 반향을 일으킨 그룹이 제시하는 마케팅은 요즘 떠오르는 ‘세계관 마케팅’이다.


‘세계관 마케팅’은 현실과 가상의 선을 없애고 새로운 공간, 시간 그리고 세계를 부여하는 마케팅이다. 기존의 자신이 갖고 있는 특징 외에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한 ‘부캐’가 지난 마케팅의 트렌드였다면, 2021년에는 그 범위를 인물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까지 확장시킨 ‘세계관’이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관 마케팅은 가상의 세계관을 두고 세밀한 부분까지 설정하여 그 스토리에 맞게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반응하는 일종의 놀이로 여겨진다. 새롭게 탄생한 캐릭터에서 확장된 세계관을 가지고 소비자와 소통하는 독특한 방식이다. 소비자들도 댓글로 SNS를 통해 세계관에 맞게 활동하면서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탄탄하게 짜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브랜드 몰입을 높이고, 구매까지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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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대표적인 세계관 마케팅의 사례로는 우리에게 익숙한 ‘마블 유니버스(Marvel Universe)’를 이야기할 수 있다. 이는 가공, 가상의 공유 세계관으로  마블 코믹스에서 출판된 만화책과 마블 스튜디오를 비롯한 다른 미디어의 스토리가 전개되는 바탕이 된다. 마블 우주의 탄생 전부터 현대, 지구가 멸망한 시점 그리고 지구와 다른 천체, 가상현실까지 거대한 시공간이 세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창작물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가공된 세계라는 점에서 세계관 마케팅으로 연결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지만, 마블이 내세우고 있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여러 인물들이 만나게 되는 것과 같은 서로의 연관성이 짙어진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을 보았을 때, 세계관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시로 마블의 작품 중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블랙 위도우 등이 힘을 합친 ‘어벤져스’를 내세워 마블 유니버스를 이해했을 때 더 높은 공감성을 느낄  수 있는 시리즈를 만들어 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맞추어 마블 시리즈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히어로를 보기 위해 또는 히어로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이해를 위해 다른 작품까지 보게 되면서 더욱 세계관이 갖고 있는 위력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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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마트家 SNS

 

 

문화 산업 뿐 만 아니라 유통업체에도 세계관 마케팅이 이루어 지고 있다. 이마트는 ‘이마트家’라는 세계관 아래 총 3개의 계정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해당 가족들은 이마트의 브랜드들을 하나의 가족 구성원으로 설정한 것인데, 할아버지는 토이킹덤, 전자 기기를 좋아하는 아버지는 일렉트로마트, 방구석에만 있는 딸은 인테리어 용품 앳홈 계정을 맡아 운영하는 체계이다. 특히 가족 구성원마다 독특하고 개성 있는 컨셉과 함께 이에 대한 적절한 브랜드 매칭이 큰 화제가 되고있다. 각 계정이 갖고 있는 특성을 살려 하나의 친화적인 세계관 탄생에 사람들은 각 계정을 언급하며 호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서 말한 고객과의 놀이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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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빅히트 뮤직

 

 

또한 본래 가상의 인물들을 위주로, 게임, 소설에서 사용되던 마케팅이 이제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하나의 세계관으로 확장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경우 앨범 단위 세계관을 유행시켰다. 방탄소년단의 세계관 ‘BU’는 송주제일중학교/고등학교라는 가상의 학교에서 만난 7명의 소년들이 중/고등학교의 시간에 발이 묶인 채 무한 루프를 반복하는 것으로 세계관을 구성하였다. 이러한 학교를 배경으로 만든 세계관을 바탕으로한 ‘학교 3부작’ 앨범부터 청춘을 주제로 한 ‘화양연화’ 2부작, ‘자기 자신을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러브 유어셀프’ 3부작, 칼 구스타프 융의 이론에서 영감을 얻은 ‘맵 오브 더 소울’ 2부작 앨범을 성공시켰다. 이 앨범들은 모두 불안정한 청춘들의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진이라는 멤버가 이야기를 되돌리려는 인물로 출연하는 등 여러 이야기를 통해 청춘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누구나 보낸 청춘이라는 요소를 세계관으로 엮어내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불안에 대해 응원하는 것은 과거, 현재 또는 미래의 나를 떠올리게 만들며 방탄소년단의 흥행 포인트로 작용하였다. 또한 연작 앨범을 통해 방탄소년관이 추구하는 시기별 브랜드 이미지를 공고히 했을 뿐 만 아니라, 후속 앨범을 기대하게 만드는 장치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기업이 갖고 있는 메시지와 잘 연결된 짜임새 있는 세계관을 만들지 못할 시 공감도가 떨어지고 광고를 하고자 하는 상품에 대한 파악 자체가 되지 않는 것은 분명 세계관 마케팅을 도전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이다. 또한 특정 세계관을 구축하고 난 이후, 이와 연관된 마케팅을 지속하지 않을시 세계관의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것 또한 우려할 점 중 하나이다.

 

하지만 세계관 마케팅이 성공할 시 이미 형성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세계관 안에서 놀이까지 즐기는 단계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MZ세대를 중심으로 물건의 구매 단계부터 재미를 추구하는 펀슈머가 증가하는 것을 고려했을 때 세계관을 기반으로 기존 상품이나 굿즈에 스토리를 부여하고, 소비자의 흥미를 증폭시켜 상품에 대한 매출을 끌어올리는 결과를 보이기도 하였다. 더불어 다양한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실과 연결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을 통한  '메타버스(Metaverse)가 새롭게 급부상하고 있는 것을 고려했을 때 다양한 공간에서 더 몰입도 있는 세계관을 보일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되고 있음에 따라 세계관 마케팅은 기업들이 도전해 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마케팅임에는 틀림 없다.

 

 

[심혜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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