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성의 안전에는 돈이 든다 [도서/문학]

유튜버 ‘하말넘많’이 전하는 현실적인 비혼 조언 <따님이 기가 세요>
글 입력 2021.10.2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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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안전에는 돈이 든다.” - 129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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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려움이 많다. 늘 가족들과 함께 아파트에서 살았음에도 현관문이 갑자기 열려 괴한에게 당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어린 나는 이불 속에 몸을 말아 넣곤 했다. 어린 나의 두려움에는 상상력 외에는 특별한 기원이 없었지만, 다 커버린 나에게는 두려움에 명확한 이유가 생겼다. 눈을 뜨면 어김없이 하루에 몇 명씩 살인 당한 여성에 대한 기사를 읽을 수 있다. 수만 명이 분노하지만, 사실 여성 범죄 피해자의 수는 두드러지는 감소세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세상이 두렵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당장 내일 억울하게 살인을 당해도 세상은 크게 요동치지 않을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나를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언제나 예민하게 군다. 지하철에서 시선이 느껴지면 빠르게 알아차리는 능력 따위는 절대 선천적으로 이만큼이나 발달한 게 아니다. 한번은 나를 내려다보는 남자를 피해 지하철 칸을 옮긴 적이 있다. 곁눈으로 나를 성큼성큼 따라오는 남자가 보였다. 지하철 문이 열리는 순간 내리는 척 몸을 숨기고 다시 탑승했다. 그때도 나를 지켜주는 건 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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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은 집에서도 계속된다. 여자 혼자 사는 집은 언제나 걱정의 대상이자 타깃이 된다. 자취할 집을 구해본 여자라면 모두 공감하겠지만, 안전을 상위 결정 요소로 두고 집을 골랐을 것이다. 돈이 더 필요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안전해 보이는 집과 동네를 선택하는 건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다.

 

현실적으로 독립을 고려할만한 나이가 되며 종종 내 통장을 들여다본다. 매일 위협과 불행이 나를 피해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집에 들어서고 싶지 않다. 그러나 어지간한 돈으로는 그런 기본적인 권리도 사수하기 어렵다. 현재의 잔고가 미래의 공포와 폭력을 예견하는 듯하다.

 

 

 

“왜 나는 지금까지 고작 이 정도의 경제 지식밖에 가지지 못했을까. ... 비혼으로 살아아겠다는 큰소리와 그것을 위해 해나가야 할 경제적인 사고가 전혀 동일 선상에 놓여있지 않았다.” - 135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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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말넘많’의 서솔과 강민지는 ‘여성의 안전에는 돈이 든다’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자산 운용을 하라고 조언한다. 나 역시 혼자 살아보겠다고 외치고 다니면서도 정작 돈을 굴리는 방법은 거의 아는 게 없었다. 청약은 어떻게 하는지, 펀드는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등 기초적인 지식이 부족했다. “요즘 세상에 월급만 모아서는 집 못 사.” 그런 말들을 귀에 박히도록 듣다 보니 어차피 안 된다는 생각에 일찌감치 포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집을 사지는 못하더라도, 훗날 안전에 조금이라도 더 투자하기 위한 현실적인 궁리를 해야겠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아직 정기 수입이 없을 수도, 혹은 당장 사고 싶은 게 많아 아끼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아주 작은 자금이더라도 펑펑 쓰기 전에 우선 이 책을 읽어보아라. 그리고 작은 두려움이 피어오른다면 그 감정을 상쇄하기 위해서라도 작은 저축부터 시작할 수 있다. 문득 현실이 두려워질 수 있다. 그럴 때면 자신을 두렵게 하는 대상을 떠올리지 말고, 비슷한 상황의 동지들을 떠올리자. 우선 첫 번째로 나도 당신의 곁에 있음을 알아주면 좋겠다.

 

 

[김희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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