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좋은 관객이란 무엇인가?

미술을 관람하는 '좋은 태도'를 가진 사람
글 입력 2021.10.2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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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관객이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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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짜고짜 던진 쉬운 질문이 가장 어렵기 마련이다. 논문 한 편 뚝딱 나올 만큼 광범위한 이 질문을 - 사실 논문 한편은 그리 뚝딱 나오지 않지만 - 조금 더 구체화하기 위해 네이버 사전에 ‘관객’을 검색해본다. ‘운동 경기, 공연, 영화 따위를 보거나 듣는 사람’.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관람객’과 ‘관람자’도 ‘연극, 영화, 운동 경기, 미술품 따위를 구경하는 사람’을 말한다.


필자는 시각 미술에 관심이 많으니 관객을 ‘미술품 따위를 구경하는 사람’으로 한정한다.

 

그럼 좋은 미술관 관객은 어떤 사람일까?

 

관객의 종류는 정말 다양하다. 주말마다 미술관을 방문하는 미술 애호가,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 갤러리를 돌아다니는 컬렉터, 셀카를 남기기 위해 힙한 갤러리를 찾아다니는 인스타그래머, 노트를 들고다니며 시도때도 없이 메모하는 미술 전공자 등등. 모든 카테고리에 포함되는 관객부터 카테고리화 할 수 없는 관객들까지 요즘은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미술을 접하고 즐긴다.


단번에 정확히 묘사하긴 어렵지만 ‘좋은 관객’이라 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필자의 상상 속 ‘좋은 관객’ A는 작품을 볼 때 이런 저런 평가를 하지 않는다. 멀리서도 봤다가 가까이서도 봤다가 주변을 스윽 훑어보기도 했다가 자유롭게 감상한다. 혼자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작품이 어떤 느낌을 준다고 스스럼없이 말하기도 한다.

 

이 작품을 보니 작년 여름에 슬럼프가 와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거나 왠지모르게 스페인의 어느 카페가 생각난다고도 한다. 사회에서 터부시되는 것을 과감하게 드러낸 그림 앞에서도 불편하다고 피하지 않으며 그런 자극을 즐길 줄 안다.


이렇게 혼자 상상하다보니 조금은 갈피가 잡히는 것 같다. 좋은 관객은 미술을 대하는 좋은 ‘태도’를 가진 사람이다. 이마저도 여전히 주관적이지만 필자가 내린 결론은:


"좋은 관객은 ‘자유롭고 능동적이고 수용적인’ 관객이다!"

 

좋은 관객은 수용적인 자세로 미술을 자유롭게 감상하고 능동적으로 경험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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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관객은 자기 방식대로 미술을 향유한다. 예술가의 의도를 찾아내기 위해 분투하기보다 감상자 자신의 내면에 집중한다. 틀리기가 두려워 생각을 멈추지 않고 좋은 미술, 나쁜 미술을 판단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건 감상자 스스로가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미술 관람이 부담이 아닌 진정한 여가가 된다.


능동적인 관객은 자신의 삶을 미술과 연결 시킬 수 있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가 말했듯 관객은 “관찰하고, 선별하고, 비교하고, 해석”하며 “자신이 본 것을 그가 다른 무대나 다른 종류의 장소에서 본 것들과 연결한다”.

 

랑시에르는 퍼포먼스나 연극, 영화를 주로 다뤘지만 시각미술도 다르지 않다. 미술 작품 앞에서 사람들은 항상 말로 내뱉지 않더라도 그 작품과 어떤 느낌, 감정, 생각, 경험을 연결한다. 참여형 미술같이 예술가가 관객을 참여시키기 위해 만든 작업에 반응하는 것만이 능동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오면서 보고 느꼈던 것을 자연스레 연결하는 것이 능동적인 태도다. 이런 관객은 단지 보는 사람으로서 관객이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창조하는 관객이다.


수용적인 관객은 미술을 통해 자기 세계를 확장시킬 수 있다. 예술은 평범해서 눈에 띄지 않는 것, 아무도 관심갖지 않는 소외된 것들을 비춰준다.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가끔 불편함을 느끼는데, 미술이 늘 보고싶은 것만 보여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익숙하지 않은 것은 두려움 혹은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고 사람들은 이를 배척하려한다.

 

하지만 수용적인 관객은 그 작품이나 상황이 불편하다고 피하거나 그것을 폄하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들은 예술로 자신의 세계를 확장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독서가 다양한 책을 통해 한 사람이 여러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처럼 미술 작품도 타인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런 면에서 '좋은 관객'의 전형은 아이들이 아닐까 싶다.  그들은 그림을 보면서 어제 밤에 봤던 별을 떠올리고, 가족들과 갔던 봄 소풍을 회상한다. 마녀와 공주가 나오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아이들은 작품과 자신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고, 작품이 전하는 스토리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이해'하기보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창조'해 낸다. 두려움 없이 해석하고 친구들과 자기 생각을 나눈다. 아이들에게는 '편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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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고, 능동적이고, 수용적으로’ 미술을 관람하는 아이들보다 더 ‘좋은 관객’은 없을 것 같다. 이 말인 즉, 우리는 자연히 이런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오히려 교육을 받으며 이런 능력이 쇠퇴한다. 어른들도 때로는 머리로 배운 것을 잠시 내려놓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처럼 미술을 보아야 한다. 끝없이 자기 세계를 확장해가는 아이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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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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