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왜 '좋은 소리'어야 하는가? - 울림의 탄생

글 입력 2021.10.2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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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음악 관련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는 지금까지 수많은 악기를 접해왔다. 나 같은 경우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로 리코더와 단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 악기가 되어버렸다.


이와 같은 수많은 악기들에 대해 한 번이라도 ‘좋은 소리’와 관련하여 생각해 본 적은 없다. 학창 시절 사용했던 리코더와 단소의 소리를 떠올려 보았을 때, 누구의 것이라고 더 좋은 소리를 갖고 있지는 않았다. 피아노 역시 같은 업라이트 피아노에 조율만 잘 되어 있어도 딱히 그 소리의 차이를 느끼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 언제나 좋은 소리만을 고집하며 한 악기를 만들어 온 장인이 있다. 그 주인공은 경기무형문화재 30호 임선빈 악기장. 영화 ‘울림의 탄생’에서는 60여 년간 북을 만들어온 그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그가 만든 대표적인 북들만 나열해도 그가 왜 장인으로 불리는지 알 수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대북, 청와대 춘추관 북, 통일전망대 북 등 우리나라의 중요한 북은 모두 그의 손길을 거쳤다.


하지만 그가 북을 만들어 온 이유는 명예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그의 북에 ‘좋은 소리’를 담는 것. 한쪽 귀의 청력을 잃은 채 북을 만들어 온 그가 다른 한쪽 귀의 청력마저 잃을지 모른다는 소식을 접하자, 그는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걸작을 만들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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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북에 담고자 한 소리는 바로 어린 시절 처음 들었던 그 북소리. 영화에서는 60년 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그 울림을 담아내는 여정을 보여준다.


우선, 영화를 통해 북을 직접 만드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었다. 북에 사용되는 나무와 가죽 손질부터, 형태를 잡아 제작하는 과정까지, 위험하고 고된 일들의 연속이다.

 

영상에 담긴 모습만 보아도 웬만한 사람들은 못할 일들의 연속인데, 실제로는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 생각하면 그가 그저 존경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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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그의 장인 정신을 느낄 수 있었던 대목은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좋은 소리’를 찾는 일.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 사람의 손으로 연주되는 악기 특성상 사람을 많이 탈 수밖에 없다. 북을 만들기 시작할 때 그는 이발소를 찾아 이발을 하고, 고사를 지낸다. 북을 제작하는 동안 그는 집으로 귀가하지 않고 공장에서 북과 함께 생활한다.


그는 자그마한 것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물론 자그마한 것에 바뀌는 것이 소리이다. 나무를 갈고닦는 일부터 가죽을 댕겨 붙이는 일, 북을 말리는 작업까지 모두 이론 상 악기의 소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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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다시 한번 초반부에 했던 이야기를 이어나가고자 한다. 사실 일반인들은 어떤 북이 좋은 소리고 나쁜 소리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 북에서는 북 다운 울림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임선빈 악기장은 왜 ‘좋은 소리’만을 고집하는지, 그가 정말 존경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하였다.


마침 시사회 때 질문할 기회가 생겨 장인에게 직접 해당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북은 다른 악기들처럼 음색과 멜로디가 돋보이는 악기가 아니다. 북에는 북소리와 이에 대한 울림만이 있을 뿐, 북이 갖고 있는, 가져야 할 소리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북에는 좋은 소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에게 좋은 북소리는, 그가 60년 동안 찾아온 북 소리는 바로 어릴 적 들었던 북소리였다. 왜 그때의 그 울림이 좋은 소리인지는, 어릴 적 들었던 그 울림과 더불어 어릴 적 함께였던 가족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좋은 소리’라는 것이 꼭 귀를 통해 듣는 것만이 아님을, 나는 깨달았다.


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음악 작업을 할 때, 나는 ‘이만하면 됐지’, ‘듣기 싫을 정도만 아니면 됐지’라는 생각으로 만족스럽지 않아도 마무리를 지을 때가 있었다.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위해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장인의 철학이 담긴 이야기를 통해 나는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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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이 만든 북을 선물받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 북의 울림을 선물받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북을 쳐 보았다. 역시 내 머릿속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는 그 북 울림이었다. 그런데 진짜 울리는 곳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내 마음이었다. 이 북을 칠 때마다, 그날 영화로부터 느꼈던 장인의 철학과 대화를 통해 얻은 깨달음이 들렸다.


사람이 만든 악기는 사람이 관심을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장인이 영화 속에서 했던 말이고, 이를 위한 행동도 영화 속에 담겨 있었다. 나 역시 장인에게 선물 받은 이 울림을 혹여나 잃어버리게 될까, 오늘도 이 북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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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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