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안녕하세요, 카페 아르바이트생입니다

카페가 내게 미친 영향
글 입력 2021.10.18 14:2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coffee-shop-g740f5dca1_1280.jpg

 

 

작년 겨울부터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주말 미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곧 있으면 1년 차에 접어들지만, 아주 능숙하다고 보긴 어려운 것 같다. 손님을 응대하거나 음료를 만드는 등 기본적인 것들이야 수월하지만, 내가 모르는 범위에서 문의가 들어올 때는 당황하기도 한다. 이는 대부분 사전에 전달받지 못한 사항이거나 평일에만 적용되는 사항을 물어볼 경우다. 이럴 때는 내가 생각한 최선을 답을 내놓은 후, 한 번 더 사장님께 문의해서 처리하는 편이다. 만약 잘못된 대처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다면 지점은 물론, 브랜드에도 훼손이 갈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지금 일하는 카페는 아파트 근처라 그런지 단골손님이 많고, 비교적 다양한 연령층이 오가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아이들은 부모님의 말씀은 듣지 않은 채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서럽게 울기도 하고, 주방에 들어오려고도 한다. 그래도 음료를 바닥이나 의자에 엎지만 않으면 정말로 천사가 따로 없을 정도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꼬마가 부모님의 품에 안겨 자는 모습을 보면 괜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바쁜 시간을 보낸 후 지쳐있을 때 이들을 보면 그 자체로 힐링이 되는 듯하다.

 

가장 손님이 많이 몰리는 주말 미들 파트기 때문에 둘이서 일하고, 감당 못 하게 바쁠 때는 사장님의 도움을 받는다. 일을 시작한 후로 한 번도 혼자 있지 않았기에 누군가와 함께 일하는 패턴에 적응한 상태다. 처음에는 의사소통이 잘 안 되어서 엉뚱한 음료를 만들거나 주문을 빼먹는 등의 문제도 발생했지만, 점차 손발이 맞아가면서 자연스레 해결되었다. 운 좋게도 일 잘하고 성격 좋으신 분들을 만나 잘 지내고 있기에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손님이 없을 때 이런저런 사담을 나누면서 웃고 떠들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다 보니 약속 외에는 외출할 일이 없었는데, 주말에 나가다 보니 일주일에 두 번은 신선한 바깥 공기를 쐴 수 있어 좋다. 생산 활동을 하면서 동기부여나 활력도 얻기에 장점이 더 많다는 생각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알게 된 점들도 많다. 특히 간단한 대화를 통해서도 그 사람이 어떤 성향인지와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는 게 참으로 신기한 것 같다.

 

 

city-g883dd59a2_1280.jpg

 

 

가끔 주문하실 때나 나가실 때 "감사합니다"나 "고생하세요" 등의 말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어쩌면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는 굉장한 힘이 되는 것 같다. 그분들의 친절함 덕분에 나 역시 더욱 밝고 상냥하게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신경질적인 어투로 말하는 분들에게는 반감이 들곤 하는데, 이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는 게 상당히 힘들다.

 

아무리 손님이 기분 나쁘게 대응한다 해도 똑같이 대할 수는 없지 않은가? 표정을 굳힌 채 기계적인 말투로 답변하는 게 최대였다. 이럴 때마다 믿었던 세상에 배신을 당하는 느낌이 든다. 직장 생활을 하게 되면 이보다 더 심한 일도 겪을 텐데 그때는 어떻게 견뎌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내가 처음으로 카페에서 일하게 된 건 지인의 추천 덕분이었다. 한창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을 즈음, 지인에게 자신이 일하는 카페에서 일해보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는 카페에서 새로운 인력을 구한다고 했고, 그 자리에 나를 추천해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금은 먼 거리임에도 망설임 없이 수락했다. 그전부터 카페에 대한 환상이 있었기에 이를 실현할 수 있음에 마냥 설렜다.

 

직원분이 커피를 내리고, 그 위에 아트를 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근사했고, 감성적인 인테리어는 카페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더함으로써 다른 공간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더욱이 향긋한 원두 냄새는 계속해서 맡고 싶을 정도로 묘한 중독성을 남겼다. 이처럼 내게 카페란 굉장히 매력적인 장소 중 하나였다. 그런 곳에서 일한다는 건 놓칠 수 없는 기회이자 큰 행운이었기에 곧바로 면접을 보러 갔던 것 같다.

 

 

coffee-ge5345829f_1280.jpg

 

 

그곳은 개인 카페였기에 큰 제약이 없었고, 그 때문에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정해진 지침이 없는 만큼 모든 걸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같이 일하는 분이 계셨기에 망정이지 혼자 일했다면 얼마나 막막했을지 상상도 안 간다.

 

현재는 대형 카페에서 일하기에 그와 상반된 장단점을 경험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하기 편한 곳은 개인 카페, 일을 배우기 좋은 곳은 대형 카페인 것 같다. 만약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면, 둘 중에 자신과 맞는 곳을 찾아 지원하길 추천한다.

 

그래서 카페 일이 내 적성과 맞느냐고 물어본다면, 이에 대한 답은 "잘 모르겠다"이다. 무언가를 반복해서 하는 걸 굉장히 힘겨워하는 사람이지만, 매번 같은 패턴으로 돌아가는 일(주문 받기-음료 제조-설거지 및 청소)이 그리 힘들지는 않다. 그저 일을 수월하게 해낸 날은 만족스럽고, 실수한 날은 불만족스러울 뿐이다. 음료나 디저트를 많이 만들수록 실력이 늘고 있단 게 느껴져서 뿌듯하기도 하다. 솔직히 말하면 일의 즐거움보다는 앞서 언급한 카페라는 장소에 대한 환상이 어느 정도 실현되었기에 지금까지 일하고 있지 않나 싶다.

    

사실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도 있지만, 무언가에 열정과 노력을 쏟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도 있다. 가끔 무기력해질 때 카페에 나가면 다시 기운이 충전되는 기분이다. 그렇기에 내 삶의 일부에 자리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카페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취업하기 전까지는 무슨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카페에서 일하고 있을 것 같다. 남은 날들 역시 무탈하게 흘러가길 :)

 

 

shard-g16165523b_1280.jpg

 

 

 

컬쳐리스트.jpg

 

 

[최수영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96877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1.12.02
Copyright ⓒ 2013-2021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