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바느질로 명상을 해보아요 [미술/전시]

다시 한번 깨달은 바느질의 치유 효과
글 입력 2021.10.1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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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10월은 상당히 설레는 달이다. 10월은 국내 최대 공예 축제인 공예주간이 열리는 달이기 때문이다.

 

공예주간은 공예의 즐거움을 알리고 나누고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주관으로 시작한 행사로, 전시 및 체험 등 폭넓은 생산과 소비활동을 만나볼 수 있어 반응이 뜨겁다. 이 행사는 도자, 유리, 금속, 목 등 다양한 소재의 공예 안에서 다채로운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기에 유의미하다.

 

공예주간 행사에 참여한 여러 전시 공간 중 올해 내가 주목한 곳은 ‘오매갤러리’이다. 이곳은 전통과 현대를 잇는 한국미술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하여 2015년 설립되었다. 매해 수차례의 초대전과 기획전을 펼치고 있으며 대표적인 전시로는 <자수신세계>, <자수공간>, <자수잔치> 등이 있다. 공예, 그중에서도 특히 섬유예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주목해 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내재된 장소이다.

 

오매갤러리에서는 2021 공예주간을 맞이하여 섬유예술에 특화된 전시인 <자수살롱>展과 함께 지수현 교수의 ‘침선명상’ 강연 그리고 아티스트 토크를 진행하였다. <자수살롱>展에서는 한국 대표 섬유 작가인 김규민, 박연신, 신승혜, 오정민, 정은숙, 정희기, 최수영, 최향정, 한승희, 한정혜 총 10인의 신작을 소개하며, ‘침선명상’ 강연에서는 원광디지털대학교 지수현 교수가 바느질에 함의된 정신성에 관하여 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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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에 취미로 자수를 즐기는 만큼이나 바느질에는 분명 치유력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바느질은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 사실 반복 작업의 연속이다. 그저 묵묵히 실과 바늘을 통해 무언가를 꿰매고 덧대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제야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볼 시간을 얻는다. 바느질이 비추는 마음의 상, 곧 자신의 연약한 자아를 보듬으며 끊임없이 온기를 불어넣는다면 미처 회복되지 못한 정신적 상처들 또한 점차 아물 것이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지수현 교수는 명상의 일종으로서 바느질 행위가 갖는 저력에 대해 강조한다. 그녀는 인간에게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내면이 본래 비가시적일지라도 명상은 우리에게 스스로의 마음의 풍경을 볼 수 있는 눈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더없이 소중하다. 그녀가인간을 호모스피리엔스[Homo Spiri(t)ens]라 표현하는 까닭은 이처럼 우리 안에 영성이 빛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바느질은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는 방향으로 표출되는 정서적 격동이나 다름없다. 엉켜있던 여러 부정적 감정들은 사색, 숙고, 관조를 잇따라 거치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상처 입히지 않을 정도의 요철만을 띤 채 완화된다. 우리는 바느질을 통하여 분노, 절망, 좌절과 같은 감정에 무너지기보다는 더 이상 그것들이 생채기를 내지 않게끔 스스로의 마음을 보호한다. 다시 말해 바느질은 각기 다른 모양의 감정들이 모나지 않고 부드러운 형태를 지니도록 유도하는 정신 수행이다.

 

지수현 교수는 개인연구를 통해 바느질이 자기치유에 효과적인 수단임을 확인한 바 있다. 바느질로 표상되는 단순반복작업의 효과는 다음과 같다. 단순반복작업이 뇌파를 안정시킬 뿐만 아니라 인지발달 및 창의인성 탐색에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또한 치매예방과 같은 우리의 뇌 발달에 유용하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태교의 일환으로도 자주 활용된다.

 

이번 강연을 듣는 동안 내가 섬유예술, 특히 자수에 매료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나는 실기 전공이 아님에도 왜 바느질을 선호하게 된 것일까. 무수히 많은 공예 기법 중에 바느질이 이토록 내 마음을 붙드는 까닭이 무엇일까. 강연이 끝나갈 즈음이 되니 비로소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바느질에 깃든 치유의 정서에 기대어 위안을 얻던 과거의 나와 조우하는 순간이었다. 심지어 나는 색에 민감한 편이기에 더욱이 회화와 닮은 자수에 끌릴 수밖에.

   

바느질은 행위자로 하여금 자신의 개인적 문제들이 전경에서 배경으로 물러나게 만든다. 바느질이 시각예술의 긴 역사 동안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픔을 딛고 무사히 하루를 살아낼 힘을 불어넣어 주기 때문일 것이다. 바느질의 이와 같은 특성은 비슷한 결의 작품이 모여 있을 때 한층 진해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국내 유일 섬유예술 전문 갤러리인 오매갤러리가 부디 오래 우리 곁에 남아주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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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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