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절인연 [사람]

각자의 삶을 살아내고 있을 이들에게
글 입력 2021.10.1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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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인연. 모든 사물의 현상은 시기가 되어야 일어난다.

 

인연에는 때가 있고 인연의 시작과 끝은 모두 그 시기가 정해져 있다.

 

사람들은, 계속 반짝이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주지 않고, 아무것도 받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어떤 관계든 잠잠해지기 시작하면 빛을 잃기 마련이라고. 그러나 나는 회색조로 물드는 그런 시간들을 좋아한다. 남아서 나무에서 떨어지는 마지막 잎새까지 기다려보곤 한다. 마침내 고요가 다다르고 내게도 어떠한 깨달음이 주어질 때까지.

 

세상은 원래 혼자 살아가는 것이다.’ 라는 말을 계속 들어왔지만 특히 요즘, 그게 무슨 말인지 확실히 와닿는다. 대학교를 다닌 지도 벌써 4년 차, 입학해서 만난 친구들과 뭐든 함께 하던 시간들이 지나갔다.

 

함께 기숙사에 살며, 시험 기간이면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를 하고, 함께 밥을 먹고, 기숙사 로비에서 삼삼오오 모여 밤새도록 수다를 떨고, 밤 산책을 나가고, 학교 앞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던 그런 낮과 밤들이 지났다.

 

저마다의 진로를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나는 날도 줄어들고 관심분야도 달라졌다. 그런 서로가 기특하다가도 서운하고, 서운하다가도 바쁘고, 가끔 시간을 내어 만나면 또 애틋하고. 만나지 못하면 그저 멀리서 응원하는 수밖에. 뭐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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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다가도 멀어지고, 그런 것들이 이제는 예전처럼 서운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인생의 한 단락이 지나가고 있다고 느낀다. 시절인연이라고 부를 인연들이 있다는 것도, 인생이 그만큼 지나가고 우리가 그만큼 살아낸 시간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니까. 그것은 충분히 의미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나는 오늘, 자려고 누웠던 침대에서 갑자기 일어나 앉아, 벽에 기대어 이렇게 생각을 두서없이 나열하고 있다. 이런 기록들은 사선에 가깝다. 나는 무심하고도 올곧은 사선들에 강하다. 사선에는 화살표가 없고 화살촉도 없다.

 

복잡함 없이 일직선으로 그어지지만 아무도 해치지 않는다. 내가 써 내려간 이야기들이 닿지 않아도, 그저 내 마음 한 귀퉁이에 쌓여갈 뿐이다. 그렇게 여러 번 그어진 마음들은, 비록 반짝거리지도 전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런 기록이, 묵묵히 표현하는 애정표현의 한 방식이라고 믿는다.

 

스치고 지나쳐서, 어딘가에서 무엇이 되어 각자의 삶을 살아내고 있을 나의 시절인연들이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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