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열여섯 그들에게 인간애를 배우다, 라켓소년단 [드라마]

매 순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셔틀콕과 봄의 싱그러움은 열여섯 소년 소녀들과 닮아있다.
글 입력 2021.10.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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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켓소년단


 

자극적인 드라마들 속에, 힐링 드라마가 주목받고 있다. 범죄, 반전, 긴장감 대신에 우정, 순수한 열정, 휴머니즘으로 가득 채운 <라켓소년단>은 저자극 유기농 힐링 드라마다. 방영 당시 월화드라마 중 1위를 차지했으며 자극적인 소재에 익숙한 20~49세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드라마는 <흉부외과: 심장을 훔친 의사들>를 만든 조영광 PD와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정보훈 작가가 의기투합하여 제작되었다. 조영광 감독은 “해체 위기의 오합지졸 배드민턴부 라켓소년단이 소년체전에 도전하는 이야기와 도시에서 시골로 귀촌해 자연과 하나 되는 힐링 농촌 라이프를 담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배드민턴


 

라켓소년단-배드민턴.jpeg

 

 

지금까지 수많은 스포츠 드라마가 나왔지만, 배드민턴을 다룬 드라마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의 스포츠 드라마는 스포츠를 러브라인이나 권력관계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썼지만, 이 드라마는 본격 스포츠 드라마. 배드민턴의 본질과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조영광 감독은 설명했다. 실제로 선수급의 생생한 모습을 담기 위해 출연 배우들이 장장 6개월의 피나는 배드민턴 훈련을 했다고 전해진다.

 

강도 높은 훈련 덕이었을까. 배드민턴 씬은 실제 경기를 보는 듯 박진감 넘치고 생생했다. 배드민턴이 이렇게 긴장감 넘치고 파워풀한 운동인지 이번 라켓소년단을 통해 처음 느꼈다.


배드민턴이 시작되면 셔틀콕이 오가면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성장한다.

 

 

내 생각에 너는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최선을 다 했어. 지금도 충분히 충분하고 대단히 대단하단 말이야.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져도 돼. 꼭 이번이 아니더라도, 앞으로도. 그동안 고생했다, 울보야.

 

- 라켓소년단 3회, 윤해강(탕준상)


 

1위를 달리고 있는 한세윤(이재인)에게 모두가 '잘하고 와. 1등은 네 거야.'라고 말하지만 단 한사람 윤해강만이 져도 된다고 한다. 모두가 결과를 보고 있을 때 해강은 그녀의 노력을 바라봐 준다. 치열한 경쟁 속 해강의 말은 세윤을 짓누르고 있던 마음의 돌을 내려주는 진정한 위로가 됐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아이들은 결과보다 과정의 소중함을 배운다.

 

또한 팀 막내가 복싱부에게 맞고 오면 같이 맞을지언정 복수를 위해 싸우러 가는 의리를 보여준다. 라켓소년단은 실수는 용서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끈끈한 우정으로 팀워크란 무엇인지 보여준다.

 

 

라영자(오나라): 엄마도 해강이 엄마가 처음이라 그랬어

윤해강(탕준상): 나도 처음이야. 나도 엄마 아들 처음이라고

 

- 라켓소년단 3회

 

 

엄마 라영자는 배드민턴 코치로 지방에 내려가 있는 동안 서울에 있는 아들 윤해강과 딸을 챙기지 못한다. 해남에 함께 살게 되면서 엄마는 아이들에게 부족했던 점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고 진심을 털어놓는다. 처음이라 그랬다고, 그런데 해강이도 처음이었다고 말한다. 가족이기에 가까이 있지만 정작 서로가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와 오해가 됐지만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자 진심을 알게 되고 이로써 엄마와 아들은 성숙해져갔다.


배드민턴은 국민 대부분이 접해본 친숙한 운동이다. 친숙한 배드민턴을 통해 보여주는 소년 소녀들의 배드민턴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감동 그 자체다. 또한 배드민턴을 통해 가족의 사랑을 깨닫고, 배드민턴 부의 아이들은 끈끈한 우정을 다지고, 아이들을 보호하고 위하는 진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 <라켓소년단>은 메시지를 전할 때조차 유머의 힘을 잊지 않는다. 개성 넘치는 인물들의 유머러스함 속에 따뜻하고 잔잔한 감동을 살며시 전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민턴은 꼭 인생이랑 닮았거든." 드라마 <라켓소년단>은 배드민턴으로 우리의 인생을 이야기하고 그 안에서 우리가 바라봐야 하는 가치들을 일러주고 있었다.

 


 

귀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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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켓소년단의 배경은 해남의 땅끝마을이다. 덕분에 코로나 시대에 농촌의 청량하고 푸르른, 소박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도시에 있다가 한순간 시골에 살게 된 윤해강은 배달도 시켜 먹을 수 없는 환경이, 밤에는 혼자 갈 수 없는 무서운 화장실이 불만이다. 그러나 하루하루 살다 보니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과 밤에 화장실을 같이 가주는 배드민턴부 친구들, 아이들을 반겨주는 오매할머니와 따스한 마을 사람들을 좋아하게 된다.


땅끝마을에서는 요즘 찾기 힘든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준다. 해남은 사람을 살리고 가족을 치유했다. 도시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고 자살하러 해남에 온 젊은 부부는 해강이가 나눠준 카레와 마을 주민이 준 김치를 받고 살아가기로 한다. 마을은 젊은 부부에게 존재의 이유를 만들어준다. 같이 데리고 다니며 밭일을 도우라 하고 밥도 같이 먹는다. 그림을 포기했었던 젊은 부부의 아내는 오매할머니네의 벽화를 그리며 붓을 잡게 된다. 부부는 결정적으로 마을 주민들과 함께 땅끝마을을 불법 개발자들로부터 마을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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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에요. 아저씨 아줌마가 계셔서. 두 분 덕분에 동네 할머니들이 편하게 병원도 가고 목욕탕도 가잖아요. 그리고 전에 해인이도 도와주셨고, 홍이장님도 아저씨 도움이 꼭 필요한 거 같아서요.

 

- 라켓소년단 11회, 윤해강(탕준상)

 

 

해강이는 이런 젊은 부부에게 감사를 표시한다. 라켓소년단은 해남 땅끝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도시에서 온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것을 비춤으로써 이웃을 향한 마음과 공동체의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열여섯, 중3


 

 

매 순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셔틀콕과 봄의 싱그러움은 열여섯 소년 소녀들과 닮아있다.

 

- 라켓소년단 기획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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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켓소년단>은 실제로 있을 법한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순수한 이야기 그 자체다. 윤해강(탕준상)과 방윤담(손상연), 나우찬(최현욱), 이용태(김강훈), 정인솔(김민기). 이 소년들을 보고 있자면 학창 시절에만 느낄 수 있었던 풋풋함이 느껴진다. 학생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실제 중, 고등학생들로 몰입감을 더한다. 반 친구들과 수업 시간에 장난치고, 친구들과 놀러 가면 그곳이 어디든 재밌고, 같은 꿈을 향해 같이 달렸던 그 시절. 해남서중 학생들의 이야기에 잊고 있던 학창 시절이 다시 생각났다.


윤해강은 과거 배드민턴부의 친구들에게서 받은 상처가 있다. 그런 아픔이 있어 해강은 해남서중의 배드민턴부 친구들에게 까칠하게 대한다. 그러나 자신의 여동생이 쓰러지자 친구들은 동생을 응급실에 데려가기 위해 번갈아가며 업고 뛰어 병원에 데려간다. 그 일 이후 해강이는 자신만 알고 있던 와이파이가 되는 오매할머니집을 소개해주며 마음의 문을 연다.

 

대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해강이가 눈을 다쳐 쉬고 있을 때 친구들은 그 곁에서 시간을 보낸다. 친구들이 에이스 해강이 곁에 계속 있는 것이 대회 때문이라 생각했던 해강의 아빠 윤현종은 친구들에게 화를 낸다. “해강이 있으면 이번 대회 본선까지 노려볼 수 있는 거, 그게 니들이 해강이랑 연락하고 싶고, 여기 찾아온 이유 아냐?” 친구들은 “그런 거 아닌데요”, “그냥 같이 놀고 싶어서요”라 단순 명쾌하게 답한다. 어떤 목적이나 의도가 없이 그저 좋아서 같이 있는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우정에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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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이용태가 윤해강의 치명적인 약점을 상대팀에게 말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러나 마을 주민 신여사의 말을 듣고 결국 해강은 용태를 용서한다. 어차피 자신의 약점은 다 알려졌으니 숨기려 애쓸 필요도 없고, 상대편에게 역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애쓰던 것이 이렇게 알려져 좋은 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라켓소년단이라는 배드민턴부 친구들이 한없이 멋져 보이고 따뜻해 보였던 이유는 고통스럽거나 힘든 일에 같이 슬픔을 나누고 서로를 가족같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 때문이라 생각한다.

 

함께 연습하고 함께 등교하고 함께 일상을 공유하는 그들은 가족같이 친해져있고 서로가 소중해졌다. 중3 그들은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웠다. '진정한 친구와 우정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말하는 교과서 같았다.

 

소년체전 우승이라는 같은 꿈을 갖고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라켓소년단'. 그들은 존재만으로 푸릇푸릇했고, 소년들의 끈끈한 우정은 시청자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열여섯 윤해강과 한세윤 서로에 대한 감정씬은 첫사랑의 몽글몽글한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첫사랑이 왜 영원토록 마음에 남을까. 처음이어서가 아닐까. 처음 느껴보는 이 간질간질한 감정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더군다나 이 첫사랑이라는 것은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는 시절에 머물러있고, 오직 처음 경험했을 그때만 느낄 수 있다. 처음의 감정은 시간이 지나고 경험할수록 익숙해지고 둔해지기 마련이다.

 

 

  

 

 

라켓소년단의 윤해강 한세윤 커플은 손만 잡아도 심장이 두근거렸던 시절의 순수함을 불러일으키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며 애틋함을 자아냈다.

 


 

웃겼다가 울렸다가, 따뜻한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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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코미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센스 있는 개그코드와 잔망스러운 캐릭터들이 웃음을 유발한다. 인생에서 유머가 없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웃음은 무언가를 통해 만들어지며 웃음으로 인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긍정적이다. 웃음을 주는 사람들을 항상 존경하고 좋아하는 이유다.

 

실력 있는 배우들은 개성 있고 매력 있는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해낸다. 이용태(김강훈)의 전라도 사투리 연기 '디지네 디져~'는 드라마 막바지엔 안 나오면 서운할 정도였고, 윤해강의 '나야~ 나 윤해강이야~' 대사는 허세와 승부욕이 강한 윤해강 그 자체를 만들었다. 배우들 간의 팀워크에서 나온 찐친 케미는 웃음을 유발하고 드라마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라켓소년단에는 웃음뿐만 아니라 뭉클한 감동의 눈물도 만날 수 있다. 따뜻한 상황과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아이들의 모습, 진심이 담긴 장면들에서는 눈물이 맺히곤 한다. 그 깊은 감동도 오래 지나지 않아 다시 유쾌함으로 눈물이 쏙 들어가긴 하지만. 아무튼 간 시청자들을 웃기려고 작정한 유쾌한 드라마다. 나는 이런 드라마가 좋다. 보고 있다 보면 웃음 짓게 되고 삶의 밝은 면을 바라보게 된다. 이러한 무자극 유기농 드라마가 세상을 좀 더 착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공희정 대중문화평론가는 “어떤 메시지를 줄 때 강하게 주는 방법도 있지만 이런 ‘순한’ 방법으로 줄 때 더 깊이 있게 다가올 수 있다”라고 <라켓소년단>을 분석했다.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는 영웅적인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고 주변에 있을 것만 같은 인물들과 공감을 일으키는 현실의 모습, 땅끝마을에서 일어나는 건강하고 편안한 이야기로 치열한 일상 속에서 치유를 받을 수 있는 드라마다.

 

따뜻한 인간의 모습이 그리워질 때, 풋풋한 감성을 느끼고 싶을 때마다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 <라켓소년단>. 이런 온기 있는 드라마가 많이 제작되었으면 좋겠다.

 

 

 

[아트인사이트] 이소희 컬쳐리스트.jpg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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