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영화 애호가를 만나다

좋아하는 한 가지를 꾸준히 파고드는 어느 에디터를 인터뷰하다
글 입력 2021.10.02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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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다 슬럼프가 있는 법. 나에게는 1년에 한 번 정도 주로 연초에 찾아오는 것 같다. 그런데 또 신기한 것이, 이런 순간이 다가올 때마다 다시금 살아갈 의욕을 샘솟게 만드는 무언가와 마주친다. 재작년 초에는 여자 배구 프로 리그에 빠져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해 임하는 선수들에 열광했고, 작년 초에는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K-pop 걸그룹이 종전의 평을 뒤집고 무대를 그야말로 ‘씹어먹는’ 모습에 홀랑 반했다.


그렇게 배구와 아이돌 그룹에 미쳤던 때가 있었다. 1년 반 남짓 지난 지금, 내가 그들을 좋아했었는지 의문일 정도로 시들해졌다. 사인(sin)파의 곡선처럼, 롤러코스터 레일처럼, 고비를 넘기면 시간이 지나 또 다른 고비가 찾아왔다. 내가 새로 마주한 언덕의 가파른 오르막을 오를 때에는 이전에 도움을 얻었던 방법은 통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기존에 열렬히 좋아했던 것을 접어두거나 폐기하고 나를 들끓게 만드는 다른 것을 찾았다.


바람에 맥을 못 추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와 같이 이걸 좋아했다가 저걸 좋아하고, 좋아한다 해도 그렇게 깊이 빠지지 않는 내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무엇을 향한 애호가 식을 때면 남모를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 자신의 취미나 어떤 대상을 변함없이 십몇 년 이상 파고드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 나는 그들이 가진 모종의 ‘장인’ 정신을 부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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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십수 개의 글이 올라오는 <아트인사이트> 홈페이지를 탐험하다, 우연히 한 에디터의 글을 읽게 되었다. 도서 리뷰를 제외하고는 이제까지 쓴 오피니언 전부가 영화와 관련되어 있었다. 문체에서 드러났던 이 에디터의 첫인상은 ‘영화광’이었다. 영화를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유하고 사색하기를 즐기는 듯한. 갓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고찰이 글에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정기적으로 올라오는 그의 글을 읽다가, ‘Project 당신’ 기획을 통해 에디터를 직접 만날 기회를 얻었다. 사전 질문지를 드리면서 우연히도 나와 나이대도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좋아하는 한 가지를 꾸준히 파고드는 ‘당신’, 김동희 에디터를 만나보았다.


* 김동희 에디터의 글과 인터뷰 내용을 기초로 한, 제 생각을 담은 에세이 형식으로 재구성하였음을 밝힙니다.

 

 

 

평범하지만 개성 있는 학생


 

  

공자가 살아가던 시대는 춘추시대로 주가 권위를 잃고 혼란을 겪던 시대였다. 현대, 공자의 가르침이 다시금 통하고 있다면, 이는 과거의 춘추시대가 그러하였듯 사회가 혼란하고 어지럽다는 씁쓸한 인식일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아직 공자의 가르침이 효과를 가진다면 평화로운 시대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을 말하기도 할 것이다. 도서가 맹자의 몇 말씀을 함께 언급하는 와중 공자를 주된 스승으로 선택하였음도 코로나로 대표되는 혼란기 이전의 긍정적인 사회로, 다시 그리고 언젠가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아닐까.

 

<아트인사이트> 게재 글 ‘논어와 음악 - 공자의 사유, 현대의 사유’ 中

 

 

먼저 글로 접했던 에디터는 알고 보니 ‘평범한 학생’이었다. 학교에 다니면서 주어진 공부와 과제를 하고, 미래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가끔은 친구들하고 만나서 얘기도 나누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철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점이 독특했다. 물론 철학과도 대학에 존재하는 수많은 과 중 하나이겠지만, 나는 철학 관련 글을 읽을 때마다 도통 이해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철학을 공부한다는 사실이 특별해 보였다. 에디터는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 역시 신기해한다면서, 형이상학, 독일고전철학 등에 매력을 느꼈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철학을 공부하는 것이 글을 쓸 때 사고의 폭을 넓혀주기도 하며, 평소라면 하지 못했을 생각을 접할 수 있게 해 준다는 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실제로 에디터의 글은, 아무리 공들여 써도 다시 읽을 때 ‘어렵게 읽힌다’는 인상을 지우지 못하며 마음에 들지 않게 느껴지는 내 글과는 사뭇 달랐다.

 

 

 

영화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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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수익 창출이라는 간략한 말로 정의되는 흥행을 판별하는 일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의 체계 역시 마찬가지다. 영진위는 작년부터 극장 매출액을 박스오피스 순위 측정의 기준으로 삼았지만, 이 역시 그리 길지 않은 시점에 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흥행' 그 자체가 아닐 것이다. 이 하나의 단어 뒤 숨은 것은 무엇인가, 이것이 말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트인사이트> 게재 글 ‘흥행 영화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②’ 中

 

 

에디터가 본격적으로 영화를 좋아하게 된 건 대학 이후부터라고 한다. 영화 관련 교양 수업에서 ‘올드보이’를 다뤘는데, 너무 많은 내용과 의미를 담고 있어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고 했다. 옛날에도 영화를 좋아했지만, 그때부터 관련된 무언가를 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에디터가 기고한 글은 최신 영화의 리뷰부터, 영화 산업을 돌아보는 글, 명작을 소개하는 글, 영화 이론에 따라 기성 영화를 고찰한 글 등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에디터는 필요하면 최근 개봉한 영화뿐 아니라 영화라는 것이 만들어진 초창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작품을 찾아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꾸준히 찾아보고 정기적으로 <아트인사이트>에 관련 글을 기고할 정도로 영화를 좋아하는 모습이 부러웠다. 나는 주로 도서 리뷰를 올리긴 하지만, 글감을 얻기 위해서 읽는 거지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것을 넘어, 평소에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기에 끊임없이 글을 쓸 수 있는 것일까?


**


누군가를 처음 만난다는 것. 아무래도 방어적으로 되고 떨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모두 마음 한편에는, 가끔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욕구가 있지 않은가? 처음에는 확 구미를 당기지 않을지라도, 곱씹어보면 특별하고 개성이 있기에 재미있는 어떤 사람의 삶. 그런 의미에서 나는 비록 낯을 많이 가리기는 하지만, 만남에 대한 거부감은 전혀 없고 오히려 항상 만남을 기대한다.


일정상 저녁에 짧게 뵐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이 소중한 시간을 바탕으로 앞으로 올라올 에디터의 글을 좀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뻤다. 바쁜 와중에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에디터 님께 이 공간을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박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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