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021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을 만나다 [도서]

작가 엄유정, 디자이너 신신의 'Feuilles'
글 입력 2021.09.30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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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주 흥미로운 소식을 접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Best Book Design from All Over the World)’을 선정하는 국제 디자인 공모전에서 우리나라 도서 ‘FEUILLES(푀유)’가 최고상인 골든레터(Golden Letter)를 수상했다는 소식이다. 책의 작가와 내용이 아닌 ‘책의 아름다움’을 평가한다니, 이 공모전은 새로운 시선으로 책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아름다운 책’은 책의 내용만큼이나 중요한 듯하다. 아름다움은 구매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계기가 되기도, 책의 가치를 더하기도 하며, 가독성과 가시성을 높이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 공모전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이번 오피니언에서는 해당 공모전에 대해 알아보고, 최고상 FEUILLES(푀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공모전은 1963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처음 개최되었다. 1991년부터는 라이프치히 도서 박람회에 통합되어 진행되고 있는데, 라이프치히 시와 협력한 북 아트 재단(Stiftung Buchkunst)이 주최해 그 기반을 단단히 다지고 있다.

 

북아트 재단은 독일의 책 생산을 비판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뿐만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독일 책’, ‘젊은 책 디자인 상’ 등을 진행하며 책 디자인의 기반을 넓히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공모전 심사는 여러 국가의 전문가 심사위원단에 의해 전문적으로 진행된다. 심사위원단은 매년 2월 라이프치히에서 소집되어 수백여 권의 책 중에서 14권을 선정해 발표한다. 14권은 골든레터(1종), 금메달(1종), 은메달(2종), 동메달(5종), 명예상(5종)으로 나뉜다. 최고상인 골든레터는 독일 책 박물관에 영구히 보관되어 그 가치를 이어나간다.

 

이 공모전의 수상 내역을 통해 디자인의 흐름과 변천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근 3년간 골든레터 수상작들을 살펴보자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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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골든레터

작가 : Uta Hassler

책 : HEIMAT, HANDWERK UND DIE UTOPIE DES ALLTÄGLICHEN

디자인 : HUBERTUS, Jonas Voegeli, Scott Vander Zee, Kerstin Landis

국가 :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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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골든레터

작가 : Jerzy Gawronski, Peter Kranendonk

책 : Amsterdam Stuff

디자인 :  Willem van Zoetendaal

국가 :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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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골든레터

작가 : Elisabeth Jobin, Yann Chateigné

책 : Almanach Ecart. Une archive collective, 1969-2019

디자인 : Dan Solbach

국가 : 스위스

 

 

이들의 수상평을 읽어보면 다양하고 복합적인 부분이 모두 반영되어 선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책 표지와 내지의 질감, 책의 크기, 편집 방식, 인쇄, 타이포크라피, 페이지, 구성 등 큰 부분부터 작은 세부사항까지 모두 고려한다. 책의 심미적, 기능적 요소를 모두 살펴 가장 최적의 수상작을 선별하는 것이다.

 

이 수상평을 따라 책을 바라보면 하나하나 분리해 책을 살펴보게 된다. 모든 기능적 요소들을 낱낱이 분해해 바라보는 관점을 갖게 하는 것이다. 단순 눈과 머리로만 읽었던 책을 요목조목 온 감각으로 읽게 한다. 하나하나 찬찬히 살피는 과정은 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더욱 쏟게 만든다. 지식과 예술의 복합체가 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2. 2021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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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골든레터

작가 : 엄유정

책 : Feuilles

디자인 : 신신 (신혁, 신동혁)

국가 : 대한민국

 

 

푀유는 “디자이너의 욕심이 잘 제어된 수작”, “디자인이 작품을 거드는 역할을 넘어 서로가 빛이 나는 존재로 자리매김한 예로 충분히 아름답다”는 극찬을 받았다.

 

책과 디자인 간 적절한 조화를 이루게 해 각자의 기능을 더 돋보이게 했음을 알 수 있다. 물질과 내용의 연결을 아주 미묘하고 섬세하게 다뤄 책의 가치를 높였음을 모든 부분에서 느낄 수 있다.

 

푀유는 프랑스어로 ‘잎사귀들’을 의미한다. 엄유정 작가의 112점 작품이 수록된 화집이다. 전시와 함께 기획된 프로젝트로서 발간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일상에서 만나는 식물들을 표현했고 그 생명력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그 고민의 흔적이 여실히 느껴진다. 싱그러움과 따스함이 온몸으로 전해지는 것만 같다.

 

디자이너 신신은 이 화집의 성격과 본질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간혹 디자인이 책의 본질을 해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범하지 않고 화집의 역할을 부각시키고자 적절한 ‘선’을 지키고자 했다. 한 인터뷰에서도 “‘조화와 균형’을 위해 끊임없이 선택의 순간에 놓였다.”고 말하며 이에 대한 고민이 깊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신신은 감상자가 작가의 그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부가적인 디자인들을 최소화했다. 화집의 역할을 부각시키고자 감상에 중점을 두었고, 그림 배치, 종이 재질, 제본 방식 등과 같은 기획에 비중을 두었다. 즉 시각적인 요소보다 기능적 요소에 더 중점을 두어 디자인 한 것이다.

 

작품 감상에 몰입할 수 있도록, 작품 왜곡이 최소화되는 사철 제본을 선택했고, 그 실 색 마저 작품의 주요 분위기를 이루는 초록색으로 통일시켰다. 이와 같은 디테일에서 화집의 완성도는 더해졌다. 서체 또한 단순 작품 설명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화집을 이루는 미적 요소라고 여겨 고심 끝에 손글씨 느낌의 서체를 선택했다고 한다. 화집을 이루는 모든 부분에 정성과 감각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이 화집은 작가의 전시를 보조하거나 보충하는 역할이 아닌, 그저 전시를 다시 한 번 새롭게 감상하는 느낌이 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은 이렇게 탄생했다.


*

 

새롭게 책을 바라보는 눈을 열어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해당 공모전은 전 세계 디자이너들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게 만들었고, 책 그 자체의 의미를 더욱 확장시켰다. 책 ‘푀유’를 통해 국내 책 디자인이 조금 더 활발해지기를 기원해본다. 내년엔 또 어떤 아름다운 책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지 기대감을 안고 글을 마무리해본다.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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